"보건 분야 한미 FTA 협정의 최종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민국개조론>(돌베개 펴냄)에서 이렇게 썼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역시 유시민!", 이렇게 생각했다.
알다시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사회 제도를 바꾼다. 유 전 장관이 책임진다는 보건 분야에서도 그렇다. 여기서 새로 등장하는 제도의 하나가 이른바 특허-시판 허가 연계이다. 지금까지는 새 약품 판매 허가는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심사해서 내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으면 시판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연계하는 것이다.
특허 침해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몇 달 전에, 국내의 한 진단 시약 제약회사에 국제 특허권 침해 법률 자문을 해 주었다. 그 회사는 미국의 한 세계적 제약회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그 미국 제약회사는 자신의 특허 약품의 특허권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후발 제약회사가 자신의 특허권을 활용해 안전성과 효능이 유사한 '제네릭(복제약)' 약품을 공급하는 것을 막아 보려고 했다. 그래서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특허권은 미국 제약사들의 시장 독점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한미 FTA가 되면 이 미국 제약회사는 일일이 경고장을 보낼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한국의 보건복지부가 미국 제약회사에 그의 특허권과 관련된 약품 판매 허가 신청이 접수되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유 전 장관을 보자. 유 전 장관은 올 4월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요구가 합리적이기 때문에 수용하고 그 대신 국내의 가처분 소송 기간을 법원과 협조해서 줄이는 쪽으로 이렇게 최소화해서 저희가 앞으로 3, 4개월 안으로 가처분 인용을 하든 아니면 기각을 하든 법원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할 생각이고요."
이 발언의 맥락을 좀 더 설명한다면, 한국의 보건복지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미국의 제약회사가 약품 시판 허가를 신청한 한국의 후발 제약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약품 판매 허가는 자동 정지된다. 유 전 장관은 법원이 3, 4개월 안에 특허 소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에 따르면, 약품 판매 허가가 자동 정지되는 기간은 3, 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유 전 장관을 찾고 있다. 유 전 장관이라면 당연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30일자로 특허-시판 허가 연계 제도를 도입한 약사법 입법 예고를 벌써 마친 사실,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구상에 의하면 길게는 12개월까지 약품 시판 허가가 자동 정지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 전 장관이 이런 사태를 내버려 둘 리 없다. 내가 아는 유 전 장관은 '최종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장차 그런 '좋은' 유시민을 <프레시안>에 알리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프레시앙이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 '프레시앙'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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