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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햇빛'이 '희망'이다 <3> 햇빛 발전소 이야기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3년간 농업을 중심으로 한 삶의 전환을 모색해온 변산공동체도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다. 변산공동체의 일원으로 부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희정 씨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게 된 이유,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다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한다. 그는 "햇빛 발전소는 처음 설치할 때 빼고는 사람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햇빛 발전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편집자>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며칠 전 일입니다. 청주에는 조그마한 교육 모임이 있습니다. 저한테 변산공동체 식구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해서 가던 길이었습니다. 저희 집을 찾아온 후배와, 후배가 같이 모시고 온 손님, 이렇게 셋이서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석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잔인한 표현일지 몰라도 사람들이 땅 속 깊이 파묻혀 있는 석유를 뽑아 쓰는 것을 보면, 사람 몸에 좋다고 살아있는 곰 몸속에 빨대를 꽂아 피를 빨아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땅속 깊이 묻혀 있는 석유도 지구라는 큰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편리하게 살려고 마구잡이로 뽑아 써도 되는지 걱정됩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하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석유가 땅속 깊이 파묻혀 있는 것은 아마도 세상에 나오면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찾지 말라고 꼭꼭 숨어 있는 것일지 몰라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기를 쓰고 찾아내서 펑펑 쓰고 있으니까 온실가스니, 지구 온난화니 하는 환경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서로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였지만, 석유는 요즘 세상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석유 값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배럴당 몇 달러가 올랐다 내렸다 하니까요. 그만큼 석유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입니다. 석유가 내일 당장 모두 말라 버리고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말겠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제 우리가 앞으로 쓸 수 있는 석유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유소에 가서 돈만 내면 어렵지 않게 석유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석유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부안에 핵 폐기장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잘 몰랐던 내용입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편리하게 쓰는 전기가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는 것과 자동차와 공장 굴뚝, 온갖 가전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매연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서 지구라는 생명체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등등을 모두 핵 폐기장 반대 투쟁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내용들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변산공동체는 1995년에 충북대 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윤구병 선생님이 교수직을 내던지고 도시에서 귀농을 꿈꾸고 있던 젊은이들 몇 명과 함께 힘을 모아 변산에 만들어낸 살림터입니다. 변산공동체가 농촌에 자리 잡은 이유는 바른 농사를 통해서만 사람이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있고, 온전한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것과, 바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적게 죄를 짓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3년 동안 변산공동체가 농촌에 뿌리내리면서 이제는 먹는 것, 입는 것, 집짓는 것, 아이들 기르는 것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것은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자립의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에너지입니다. 방을 데우고 하는 것이야 구들을 놓으면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가 늘 쓰는 전기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전기를 쓰지 않고 살아남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에너지 자립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된 것입니다.
▲ 광주 남구 행암동 신효천마을 최민호 씨가 보여준 두 장의 전기요금 청구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 전인 2004년 5월에는 전기 요금이 3만3230원이었지만 설치 후인 2005년 4월에는 전기 요금이 2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레시안

이러한 우리들의 고민을 조금씩 덜어준 것이 바로 햇빛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시민발전과 부안의 천주교, 원불교, 문규현 신부님이 애쓰시는 생명평화마중물, 변산공동체가 함께 부안에 햇빛이 전기를 생산해내는 햇빛발전소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 지붕에도 지금 햇빛이 전기를 만들어내는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소가 생겼고, 덕분에 저는 팔자에도 없던 발전소 소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햇빛발전소는 처음 설치할 때 빼고는 사람이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날마다 햇빛이 얼마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작년 3월에 설치했는데 지금까지 잔고장이 한 번도 없었고, 한국전력에서도 우리 발전소가 만들어낸 전기 생산량만큼 한 달에 한 번씩 점검해서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줍니다.

여름에는 30만 원이 넘을 때도 있고, 겨울에는 10만 원이 조금 넘을 때도 있고 해서 1년 평균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20만 원은 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민발전소에서 설치비 원금을 돌려받는데 8~9년, 순이익을 내는 시간이 6~7년이라고 했으니까, 사람이 하는 일 없이 돈도 벌고 지구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햇빛발전소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서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이러한 부담을 풀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발전소를 세우는 것입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명이 모여서 햇빛 잘 드는 곳에 발전소를 세우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투자를 한다면 공부도 되고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깨끗해진 지구를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집에서 우리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려 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가전제품을 안 쓸 때는 플러그를 꼭 뽑아두기, 형광등을 절전형으로 바꾸기, 냉장고에 내용물 조금만 덜 채우기, 설거지 할 때 기름기 묻어있는 식기가 아니면 세제 쓰지 않기 등 어른들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 줄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대안에너지 운동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스스로 나서서 하지 않는데 누가 대신 나서서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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