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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땅투기로 흥한 박정희 모델, 이명박이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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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땅투기로 흥한 박정희 모델, 이명박이 계승"

김기원 "엉터리 대타협 경계해야"…전창환 "금융세계화 대응부터"

'시장만능주의' 일변도로 질주하고 있는 한국경제, 이에 대한 대안 또는 보완재로 엉뚱하게도 이미 수명을 다한 '박정희 모델'이 되살아난 이번 대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민주화 세력….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제3의 길을 찾는 게 가능한 일일까?

2일 <프레시안>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공동 주최한 '민주화 20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 연속 강연의 다섯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의 대답은 "가능하다"였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 제3의 길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사회적 대타협'과 '조직의 민주화'라는 두 개의 축을 바탕으로 정치 민주주의에 비해 한참 뒤쳐진 경제 민주주의를 끌어당기면,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룬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보기: "시장만능주의는 죽을 운명...그 다음엔?")

이 교수는 특히 이날 강연에서 이미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사민주의 모델을 도입해 성공시킨 역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간 나라들이 이 모델의 성공을 입증해 보인만큼, 우리도 제3의 길은 '안 될 것'이라며 지레 포기부터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다만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한미 FTA인만큼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 이정우 경북대 교수. ⓒ프레시안

이정우 "박정희 정권, 불로소득이 생산소득 초과한 유일한 시기"

이정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시장 만능주의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국경제는 '저투자-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에 처해 있으나, 이것이 엉뚱하게도 이미 수명을 다하고 소멸한 '박정희 모델'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흔히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이 정치는 잘못했을지 몰라도 경제에서만큼은 잘했다"라고 생각하지만, "박 정권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실패했다"는 것이 박정희 모델에 대한 이 교수의 평가다.

이 교수는 "박정희 때 경제가 좋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최근 발견했다"면서 어느 역대 정권에서도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을 초과했던 적은 없었는데,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5배나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무려 100배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경제의 본질은 이 같은 거품경제이고, 박정희 모델의 양적 성장은 당시의 미래, 즉 현재의 우리들의 몫을 미리 앞당겨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꼬집어 "청계천이나 경부대운하 사업은 모두 시대에 맞지 않는 박정희 모델인데, 이런 옛날 패러다임으로 어떻게 국제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김기원 "엉터리 사회적 대타협 안 된다"
▲ 김기원 방송대 교수. ⓒ프레시안

이날 강연의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이정우 교수의 강연 내용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정우 교수와 같은 진보개혁 성향의 인사가 청와대에 있었던 때에 제3의 길로의 진전이 이뤄졌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런 이유로 청와대 내 개혁파가 소수에 불과했다는 점, 수구 세력이 공고했다는 점, 노무현 정권의 개혁의지가 부족했고 경제에 겁을 먹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개혁 세력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 을 들었다.

김 교수는 제3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특히 이정우 교수가 이날 강연에서 강조하기도 했던 '사회적 대화 모델'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분석했다. 정부와 재계가 사회적 대화에 나설 자세가 돼 있지 않을 뿐더러, 노동계 역시 분열과 전략 부재로 제3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제시한 사회적 대타협론을 비판했다. "재벌 경영권을 보장하는 대신 사회경제 체제 자체를 북유럽식 복지국가 체제로 바꾸자"는 장 교수의 주장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타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관련 기사 보기: 장하준 "재벌 경영권 보장하는 대신 복지국가로")

그는 바람직한 사회적 대타협의 예로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비정규직 축소를 맞바꾸거나, 대기업 복지의 축소와 사회적 임금의 확대를 맞바꾸는 것"을 들었다.

이정우 교수 역시 "경영권 보장과 복지를 맞바꾼다는 주장은 주주자본주의로 보든 유럽식 관계자 자본주의로 보든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며 장하준 교수의 사회적 대타협론을 비판했다.

전창환 "금융정책 빠진 제3의 길이라니?"
▲ 전창환 한신대 교수. ⓒ프레시안

김기원 교수에 이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이정우 교수가 제시한 '제3의 길'에서 21세기 경제의 핵심인 '금융' 에 관한 대목이 빠졌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1의 길인 박정희 모델이 국가가 금융을 통제하는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였다면, 제2의 길인 시장만능주의는 금융이 국민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시스템을 쥐락펴락하는 정반대의 사례. 이에 대한 고려를 논쟁의 전면으로 가져와야 제3의 길에 대한 근본적인 모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모든 개인이 펀드 수익률에만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연대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면서 "사회적 타협이 가능하려면 먼저 금융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화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미형 모델과 유럽형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 실제로 독일에서는 다름 아닌 사민당이 주주자본주의의 기틀을 마련했고, 네덜란드는 지금 벨기에, 프랑스와 함께 초국적 자본시장 거래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정우 교수는 전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주주자본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고, 특히 발이 가벼운 금융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주인 노릇을 하면, 그 폐해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제어장치가 나타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 주제발표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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