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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마저 '버린' 경부운하…이명박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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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마저 '버린' 경부운하…이명박이 '사는' 법

[기자의눈] 청계천과 경부운하는 '다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1년 2개월에 걸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얻은 성과다. 경선 과정 내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작 2452표(1.5%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뽑는 기이한 한국식 선거 풍토가 없었더라면 20일의 '영광'은 박 후보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은 마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 아직 후보도 결정하지 못한 채 이합집산만 지리멸렬하게 반복하고 있는 범여권의 행태를 염두에 두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본선은 그리 녹록치 않다.

청계천과 경부운하는 '다르다'

이명박 후보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서울시장 재직 중 그가 보였던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한몫했다. 그 중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은 1순위라 할 만하다. 그는 많은 우려에도 청계천 복원 사업을 밀어붙여 '청계천=이명박'이라는 연상 효과를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일반에게 심어줬다.

그러나 과연 청계천 복원 사업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전문가는 지금의 청계천은 '복원'된 것이 아니라 원래의 청계천 위에 '인공' 하천을 조성해 놓은 것뿐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청계천 복원의 필요성을 맨 처음 제기했던 소설가 박경리 씨가 한때 "발등을 찧고 싶다"고 이 후보식 복원을 비판했을까?

이런 한계에도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으로 득을 봤다. 이제 이명박 후보는 낙동강과 한강의 물길을 뚫는 경부운하를 '대통령 이명박'의 상징으로 내세우고자 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사업과 경부운하 개발 사업은 질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미래에 호소하는 사업이라면, 후자는 과거로 회귀하는 사업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이명박 후보가 득을 본 데는 서울시민의 강한 지지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안전모를 쓰고 건설 현장으로 달려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그가 생태·환경을 내세우며 청계천 복원 사업을 진두지휘할 때, 잿빛 서울에 질릴 대로 질린 서울시민은 많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추진에 힘을 보탰다.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 개발 사업을 내세우는 순간 그가 서울시장 재직 중에 어렵게 쌓아놓은 이미지는 깨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과 한강의 물길을 뚫어 배가 다니게 하겠다는 역사(役事)를 그가 떠들면 떠들수록 그는 안전모를 쓰고 서남아시아 건설 현장을 누비던 이미지로 회귀한다. 21세기에 20세기로 회귀하는 그 같은 모습을 국민이 지지할까?

경부운하 안고 가다가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돼

더구나 경부운하로 이명박 후보는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적을 만들고 있다. 21일 내로라하는 전국의 141개 시민·사회단체는 "한나라당이 경부운하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공약을 내세운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을 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실상 이 후보 낙선 운동이 될 전국적인 경부운하 반대 운동도 약속했다((☞관련 기사 : "경부운하는 국운파탄의 길…李 후보 확정 개탄").

물론 이명박 후보는 이들은 어차피 '반대' 세력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간 시민·사회단체는 여론 형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 후보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 새마을운동중앙회 같은 단체와만 호흡을 맞출 게 아니라면 이들을 '적극적' 반대 세력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경부운하는 재고해야 마땅하다.

설사 경부운하를 안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에도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일단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이 후보 앞에는 당장 손을 대야 할 수많은 정치·경제·사회·남북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공언을 해놓았으니 경부운하 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 추진에 따른 엄청난 사회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 이후 상황 전개는 불 보듯 뻔하다. 당선 초부터 온갖 사회 갈등에 시달리다 결국 리더십을 상실한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상태대로라면 이 후보는 노 대통령만큼의 공고한 지지층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확인됐듯이 서울, 전라남도를 제외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는 이 후보가 아닌 박 후보를 선택했다.

물론 대선 본선 과정에서도 경부운하 개발 사업은 범여권, 민주노동당 등 상대 후보의 가장 쉬운 공격 지점이 될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 본선 과정에서도 경부운하 개발 사업의 온갖 허점이 드러난 사정을 염두에 두면 더 그렇다. 오죽하면 이 후보 캠프 안에서도 "경부운하 공약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겠는가?
▲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 재검토를 촉구하는 <중앙일보> 사설. ⓒ프레시안

<중앙일보>, <조선일보>도 "경부운하는 글쎄…"


이와 관련해 21일 <중앙일보>의 사설은 의미심장하다. 이 신문은 이날 '이명박 후보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설에서 "이명박 후보는 공약도 다시 점검해 주기 바란다"며 특별히 경부운하를 언급했다. 이 신문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경부운하를 현 정부의 '수도 이전'과 비교했다.

더 나아가 이 신문은 "과거가 아니라 21세기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번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송희영 논설실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해외 공사판 언저리를 다녀왔다고 스스로 글로벌 경제의 물결에 올라탄 세계인이 된 듯한 망상에 빠져 있다"며 "변해버린 세월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관련 기사 :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에 답한다").

자, 이명박 후보의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할 보수 언론마저도 경부운하 개발 사업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잡동사니 아이디어"(송희영)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후보는 더 늦기 전에 경부운하 개발 사업을 접어야 한다. 그리고 왜 청계천 복원 사업에 서울시민이 열광했는지를 진지하게 따져 보라. 이 후보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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