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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불평등 조약', 미국서는 '뭉갤' 수 있다"

[FTA 서명본 해설ㆍ1] "서문에 불평등 문구 추가됐다"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이 공개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서명본이 지난 5월 25일 공개된 것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낯선 영미법 법률용어를 더듬으며 읽어내는 일은 한미 FTA 추진 내내 한번도 친절한 설명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몫이 됐다. <프레시안>은 앞으로 3~4회에 걸쳐 송기호 변호사의 한미 FTA 서명본 해설을 싣는다.

이미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5월 공개된 협정문을 <프레시안>을 통해 꼼꼼히 해설하고, 그 내용을 보완해 최근 <한미 FTA 핸드북>(녹색평론사 펴냄)을 펴낸 적이 있다. 송 변호사는 2일 서명본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영문 협정문을 꼼꼼히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그 첫 번째 해설에서 미국 측이 한미 FTA보다 미국 국내법이 우선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대목을 서명본에서 추가했음을 폭로한다.

한미 FTA 협정문 서명본에는 "(미국에서) 투자자 권리 보호가 이 협정문과 같거나 더 나은 경우, 외국(한국) 투자자는 국내(미국) 투자자보다 더 나은 권리를 받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문구가 새로 들어가 있다. 즉,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한국 투자자는 한미 FTA가 아니라 미국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없던 이 문구는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자>

이데올로기의 탄생

주제넘은 희망이지만, 연암 박지원의 글을 발꿈치에서라도 배우고 싶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연암'이라는 호가 그의 나이 마흔둘에 가족을 데리고, 권력자의 과녁에서 몸을 피하려고 찾은 황해도 금천군의 두메산골 지명이었듯이, 연암은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섰습니다.

당대의 '북벌론'과 '소중화주의'로는 인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연암에게 그것은 특정 당파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열하일기>에서 "중국의 참된 모습은 기왓조각과 똥 부스러기에 있다"고 썼듯이, 연암은 대중의 일상과 구체적 사물들을 들어 보이며, 낡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된 새 조선을 말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고통을 겪는 출발이 되었던, 타이 바트(Baht) 화 대폭락이 있었던 1997년 7월 2일부터 정확히 10년째가 되는 날,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습니다. 독자들이 알다시피, 이미 지난 5월 25일에 공개된 한미 FTA 영문 협정문 1171쪽이 있습니다.

서명본과 구 공개본이 몇 조 몇 항에서 서로 다른지, 정부는 대조표를 내어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와 같은 일개 변호사도 국제 계약서의 초안이 협상 과정에서 달라지면 그 변경 부분을 의뢰인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색깔이나 활자체를 이용해 표시를 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녹을 먹는 일부 사람은 한미 FTA라는 중대한 계약에 서명을 하고도 이런 기본 서비스조차 하지 않아도 되니, 필자도 한번 그렇게 편하게 살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명본과 구 공개본의 조항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려면, 영문 협정문을 하나하나 대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문 협정문을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변호사라면 분쟁을 판정할 외국인 중재인이나 판정단에게 한글 협정문으로 변론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자가 최근 <한미 FTA 핸드북>을 내면서, 책의 일러두기에서 약속했듯이, 한미 FTA 서명본의 달라진 조항을 조문 순으로 해설하려고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서 한미 FTA가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돼 대중의 행복을 가로막고, 당파적 이익의 도구가 되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글에서 영문 협정본의 문구를 먼저 쓰고 괄호에 필자의 한글 번역을 붙이는 방식을 양해바랍니다. 이것은 필자가 영어라는 문자를 한글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한국 사회가 그토록 열렬히 배우는 알파벳이 한국을 구속하는 문자가 되는 또 하나의 언어 현실을 반영하였을 뿐입니다.)

한미 FTA 서문

서명본은 서문에서부터 공개본과 대단히 다릅니다. 아래 표 1의 내용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표 1]

Agreeing that foreign investors are not hereby accorded greater substantive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 protections than domestic investors under domestic law where, as in the United States, protections of investor rights under domestic law equal or exceed those set forth this Agreement. (한미FTA 서명본 서문)

미국에서 그러하듯이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 보호가 이 협정문에서 제시된 보호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그런 국내법에 따른 투자 보호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투자자에 비해 더 나은 실질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 조항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잠시 1999년의 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미국은 북미 FTA(나프타)의 창이 미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매우 당황하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한 휘발유 첨가제를 발암성 물질이라는 이유로 유통을 금지했는데, 그 물질을 미국에서 판매하는 캐나다 투자자가 이 조치가 나프타의 투자자 보호 조항 위반이라며 미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하였습니다(메타넥스 사건). 같은 해에 캐나다의 부동산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 대법원의 판결이 나프타의 투자자 보호 조항 위반이라며 역시 미국을 중재 회부하였습니다(몬데브 사건).

이러한 사건은 미국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FTA가 미국의 국내법 질서를 교란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2000년에 나프타의 투자자 보호 조항이 주의 공공정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주 검찰총장 회의는 2002년 3월에 그 어떠한 통상협정도 미국 시민에게 부여된 권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의결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내용을, 미국 의회는 2002년 5월에, 다음의 표 2의 미국 통상법의 조문으로 입법하였습니다.
[표 2]

(3) FOREIGN INVESTMENT : Recognizing that United States law on the whole provides a high level of protection for investment, consistent with or greater than the level required by international law, the principal negotiating objectives of the United States regarding foreign investment are to reduce or eliminate artificial or trade-distorting barriers to foreign investment, while ensuring that foreign investors in the United States are not accorded greater substantive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 protections than United States investors in the United States, and to secure for investors important rights comparable to those that would be available under United States legal principles and practice, by
(A) reducing or eliminating exceptions to the principle of national treatment; (미국 통상법 제2102(b)(3)조)



(3) 해외 투자 : 미국법이 전체적으로 국제법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맞게 혹은 그 이상으로 투자를 높은 수준에서 보호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해외 투자 분야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 협상 목표는, 투자 보호에서, 미국 내의 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서 미국 내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실질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한편, 해외 투자에 대한 인위적이고 무역 왜곡적인 장벽을 낮추거나 혹은 제거하는 것, 그리고 미국의 법 원리와 관행 아래에서 미국인 투자자가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중요 권리들에 필적할 권리를 미국인 투자자에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A) 내국인 대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 (이하 생략)

이처럼 한미 FTA의 표 1의 조항은 그 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표 1]의 조항을, 미국은 2003년의 미국-싱가포르 FTA, 미국-칠레 FTA, 미국-호주 FTA에서는 차마 꺼내 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은 이 조항이 FTA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FTA는 상대국 국민을 자국민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겠다는("no less favorable than") 기본적 약속 위에 서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국민에 대한 대우 수준 이상을 상대국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흔히 '내국민 대우'라고 합니다. 이에 의하면 '자국민 대우 > 상대국 국민 대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표 1]의 조항은 미국 내의 한국인 투자자에게 미국인보다 더 유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곧 '자국민 대우 < 상대국 국민 대우'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처럼 [표 1]의 조항과 내국민 대우의 부등식은 서로 반대입니다. ([표 1]에서 나오는 "foreign investors"라는 용어는 한미 FTA의 다른 조항에서는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표현인데, 그 의미는 "Korean investors"입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계약입니다. 이 때문에, 그 효력이 미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은 [표 1]에서 미국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보호가 한미 FTA 이상의 수준인 것으로 이미 지정 되었습니다. 그래서 표 1에서의 "foreign"은 "Korean"을 의미합니다.)

한미 FTA 서명본 [표1]의 세계에서는 세 개의 법 질서가 차례대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한국 국내법이 가장 아래에, 중간에 한미 FTA가, 그리고 맨 위에 미국 국내법이 있습니다. 미국 국내법은 투자자 보호에서 한미 FTA를 능가하는 것으로 인정됩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미국 국내법을 미국 내 한국인 투자자에게 적용하면 한미 FTA를 준수한 것이 됩니다. 한국인 투자자는 미국에서 한미 FTA를 이유로 미국인보다도 더 나은 대우를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릅니다. 한국은 국내법을 미국인 투자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한미 FTA 준수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내법이 투자자 보호에서 한미 FTA 수준에 도달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서 한미 FTA를 이유로 한국인보다도 더 나은 대우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이 가입함으로써,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회원국이 150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서, 각 나라들의 자국 국내법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을 차별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표 1]의 서문은 한미 FTA의 내국민 대우 규정의 의미를 한국과 미국에서 다르게 만듭니다. 미국에서는 미국법대로 한국인 투자자를 대우해 주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법대로 미국인 투자자를 대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국민 대우'란?).

바로 이러한 결과가 [표 2]의 미국 통상법이 말하는 바로 그것, 미국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국인보다 더 나은 권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이외의 곳에 있는 미국인 투자자에게 현지인보다 더 나은 권리, 미국법에 상응하는 대우를 보장 받게 하는 구조입니다.
▲ <국정브리핑> 2007년 6월 30일자, "추가협의 '전략적 역제안' 실익 5가지' ⓒ프레시안

너무 어려운 이야기인가요? 그래서 다시 국가의 녹을 먹는 일부 사람들을 불러 오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표 1]의 서문에 서명해놓고그 의미를 <국정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서문에서 미국은 국내외 투자자 동등보호 선언적 규정"


참으로 불친절한 사람들입니다. [표 1]은 그저 '선언적 규정'일까요? 국제 조약에서의 서문은 결코 선언적 규정이 아닙니다. WTO 설립 협정문의 서문의 효력에 대해 WTO 판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 3]

As this preambular language reflects the intentions of negotiators of the WTO Agreement, we believe it must add colour, texture and shading to our interpretation of the arguments annexed to the WTO Agreement, in this case, the GATT 1994.

It is proper for us to take into account, as part of the context of the chapeau, the specific language of the premable to the WTO Agreement, which we have said, gives colour, texture and shading to the rights and obligations of Members under the WTO Agreement, generally, and under the GATT 1994, in particular. (1998년 WTO 새우-거북이 사건, 항소심 판정문 153항, 155항)


이러한 서문은 WTO 협정 협상단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므로 서문은 WTO의 여러 협정문들, 이 사건에서는 GATT 1994에 대한 우리 판정단의 해석의 특색을 이루며, 해석을 직조하며, 해석에 음영을 나타내어야만 한다.

우리 판정단이 이미 앞에서 설시하였듯이, 일반적으로 WTO 설립 협정, 특히 GATT 1994에 따른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의 특색을 이루며, 그를 직조하며, 음영을 나타내는, WTO 설립 협정의 서문을 조문 서두의 한 문맥으로서 우리 판정단이 이를 고려하는 것은 마땅하다.

제가 단지 [표 1]의 서문 조항과 이를 설명하는 태도만을 놓고,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서 당파의 이익에 복무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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