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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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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기고] 당신은 아웅산 수지를 기억합니까?

베트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땅한 신부감이 없어 고민하던 내 친구 하나는 한 달 전 베트남 신부를 맞았다. 한국의 배필 없는 노총각에게 베트남은 더 없이 고마운 나라일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베트남 전쟁에 이른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은 10년간 30여만 명을 파병해 4000여 명이 전사하고, 수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의 용병이 되어 베트남 인민에게 총질을 한 대가로 피 묻은 달러를 들고 들어와 이 나라의 성장에 기여를 했던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다.

우리는 또 다시 부끄러운 역사를 버마에서 쓰고 있다. 버마, 현재 이름은 미얀마. 이곳에 우리 나이로 환갑을 지나 진갑을 맞은 한 여인이 가택에서 연금된 채로 12년째 살고 있다. 완전연금 혹은 반연금 생활이 17년째인 그녀는 11년 가까이 외부와 전화 통화도 못하며 살고 있다.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녀는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의 총선 결과마저 묵살하며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군사정부의 볼모로 잡혀 있다.

"버마 민주화 외면한 노무현 대통령"

버마는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바간이 멸망한 이래 근대에 와서 영국,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 지배에 시달렸다. 식민지로부터 독립투쟁을 전개해 독립한 버마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독립 영웅 아웅산이 32살에 암살 당한 것은 그 예고였다. 1962년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후, 현재까지 버마 민중은 상상을 초월하는 폭압적 국가 권력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한 때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었던 버마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대열에 속해 있다. 그나마 이런 버마가 철권통치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기반은 자원이다.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을 통해 제국주의 자본은 이윤을 획득하고 군부는 그 일부를 적선 받아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2005년 초 미국의 유노칼은 미국 법정으로부터 버마의 유전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강제노동, 강간, 살인에 대한 책임을 추궁 받으며 28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같은 이유로 프랑스의 토탈은 자국 법정에서 350만 유로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군부가 유전,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강제노동과 폭력은 물론 강간, 고문, 살인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특히 아라칸족 등 소수민족에게 이들의 만행이 집중돼 있어 군사정권의 폭정에서 탈출한 난민, 정치범 수십만 명이 인접국인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난민촌에 거주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떠돌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데 2005년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141명이 한국 법원에 난민신청을 했고, 그 중 9명만 난민 지위가 인정되었을 뿐이다.

한국은 버마 A-1광구에서 가스전을 개발하였는데 대우인터내셔널이 60%,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10% 등 70%가 한국 측 지분으로 되어 있다. 과연 한국은 이 가스전의 개발 과정에서 인권침해 책임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많은 인권 단체들이 A-1광구 개발과 관련한 인권 유린을 우려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2005년에는 13개국에서 한국 기업의 인권 유린을 수반한 버마 가스 개발에 항의해 인권단체들의 항의 시위가 조직되기도 하였다.

필자는 2005년 11월 말레이시아의 국제회의에 참석차 갔을 때 별도로 찾아간 아라칸민족회의의 비밀집회에서 불법체류자로 숨어 사는 18살 아라칸족 소년을 만났다. 이 소년은 자신의 형이 A-1광구 근처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였으나 군부가 더 이상 근처 해역에서 고기를 못 잡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형을 체포하여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9월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버마 인권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그는 버마를 독재국가로 지목해 놓고도 자국 기업의 버마에서의 인권 유린에는 눈을 감는다. 미국만이 아니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이득만을 노리며 버마 군사정부와 거래를 하고 있다.

한때 비동맹 제3세계의 맏형을 자처하던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군사적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버마 군부와 결속되어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최근 그 대가로 A-1광구의 가스는 중국으로 수출한다는 결정을 버마 군부가 발표했다

"우리 안의 제국주의는 이미 자라고 있다"

아시아와 아시아인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그들 대다수처럼 전쟁, 식민지배, 군사독재와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많은 아시아인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곧 차디찬 시선으로 바뀌곤 한다.

한국의 민주화 투쟁에 작으나마 연대의 목소리를 냈던, 27년 전 광주의 학살 소식에 한국의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했던 아시아의 수많은 인권운동가는 지금의 한국과 한국의 민주화 세력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민주화 세력의 버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연대 활동은 사라졌다.

이제 한국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며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를 까맣게 잊고 거들먹거리는 졸부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스스로 내부 문제에만 빠져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미국과 우리가 궁극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인권과 국제연대에 소홀하거나 외면하는 우리 안의 제국주의는 이미 자라나고 있다.

12년째 연금 생활을 하고 있는 아웅산 수지 여사,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다.
(방콕=연합뉴스)전성옥 특파원 =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19일 옛수도인 양곤의 자택에서 연금 상태로 외롭게 62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얀마 당국은 수치 여사의 생일을 앞둔 전날 밤 집으로 통하는 길목을 철조망으로 가로막고 곤봉을 든 경찰이 통행을 완전 차단하고 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수치 여사는 지난 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래 17년 가운데 11년 7개월을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녀는 지난달 25일 가택 연금이 1년 더 연장됨에 따라 2003년 이후 내리 5년째 연금생활 중이다. 수치 여사의 자택으로 통하는 대학로는 평소에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리지만 미얀마 신년, 수치 여사의 생일, 가택연금일(5월30일)에는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당국이 길목을 차단해왔다. 미얀마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따르면 수치 여사는 전화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외부와 완전차단된 상태에서 연금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의 방문객이라면 정기 검진을 위한 주치의와 안과, 치과 의사 뿐이다.

NLD는 이날 당사에서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수치 여사를 비롯한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비둘기와 형형색색의 풍선을 공중으로 날렸으며, NLD 여성조직은 수치 여사의 생일을 '미얀마 여성의 날'로 선포했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여사는 영국 옥스퍼드 대에서 공부하다 1988년 병환 중이던 어머니를 만나러 귀국한 뒤 군부통치에 신음하는 조국의 현실을 깨닫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한 뒤 강제로 정권을 탈취하던 상황이었다.

미얀마 군정은 이듬해 그녀를 가택 연금했으며 이후 연금과 해제를 반복하다 지난 2003년 5월 민주화 단체와 군정 지지자 사이의 충돌 직후 또다시 3번째 연금생활에 들어가 매년 연금조치가 연장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 중에도 야당인 NLD를 이끌었고 1990년 5월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군부는 정권을 아직까지 이양하지 않고 있다. 수치 여사는 1991년 민주화 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2004년에는 광주 인권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녀를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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