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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30-한미FTA 공모…"국가여,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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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30-한미FTA 공모…"국가여, 물러나라"

[공무원을 위한 FTA 해설·9] 외환위기와 국가의 역할(下)

<표 21>의 내용은 투기자본에 대한 국가의 규제권한을 남에게 맡긴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표 21> 보기)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놀랍게도 아래의 <표 22>처럼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표 22>는 이 연재의 표들 가운데 유일하게 법률 조문이 아니지만, 꼭 표로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표 22>
미국은 기존 체결한 FTA상 송금 규제 조치를 허용한 전례가 없으나, 한미 FTA에서는 최초로 이를 인정. (2007년 5월자 관계부처 합동 <한미FTA 상세 설명자료>146쪽)

저는 2003년 체결된 미-싱가포르 FTA에서 투기자본의 송금에 대한 규제 문제가 협상 타결 당일까지 최대의 협상 쟁점이었다는 사실을 이미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미국은 아래의 <표 23>과 같은 내용으로 싱가포르에 송금 규제 조치를 허용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길고 어렵지만, <표 22>를 설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문을 소개합니다.
<표 23>

① 미국인 투자자가 싱가포르의 대외 송금 제한 조치가 협정문의 투자자 대우 기준을 어겼다는 이유로 싱가포르를 국제중재에 회부하는 것은 싱가포르의 조치가 취해진 때로부터 1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② 만약 미국인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싱가포르 회사를 대리하여 국제중재 회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주식 지분과 관련해서 생긴 손해에 대해서만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

③ 위 조항 1,2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투자자는 (i)직접투자에서의 이익금이나 배당금의 송금을 포함하여 경상거래를 위한 송금 제한 조치, (ii)금융시장에 직 · 간접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한 직접투자에서의 수익에 대한 송금 제한 조치, 혹은 (iii)은행 간 대출과 관련된 자본금 계정 이체를 제외하고, 약정 만기 상환일에서의 대출금 · 회사채 상환을 위한 것으로서의, 대출금 · 회사채 상환에 대한 송금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위 조항 1,2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④ 조항 3에 열거된 제한조치를 제외하고는, 싱가포르는 제한 조치를 취한 때로부터 1년 안의 기간에 그 제한 조치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의 손해에 대해서는 그 제한 조치가 다음과 같은 상당한 방해 행위의 부존재 요건을 갖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국제 중재에 회부되지 아니한다. 내국민 대우를 할 것, 몰수적이지 아니할 것,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대외 송금을 할 수 있었을 것(예컨대, 송금에 대한 허가제, 특별 조세 부과 등을 떠올려 보십시오-필자 주), 제한을 받는 자산을 투자자가 싱가포르에서 운용하여 시장수익률 상당의 이득을 볼 능력을 달리 방해하지 않을 것. 비록 허가받는 경우에만 대외 송금을 하도록 하는 제한 조치라도 그 허가 절차가 객관적이고 투명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투자자가 다른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서 송금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경우에는 이 요건 위반으로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가 위 요건의 충족을 한 것으로 판단된 경우,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자산의 가치 감소가 싱가포르의 제한 조치로 인한 것이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만약 싱가포르의 제한 조치가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경우라도 이것이 투자자가 시장수익률 상당의 이득을 누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투자자는 발생 손해가 줄어들도록 투자 자산을 운용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싱가포르는 투자자가 달리 자산을 운용해서 벌 수 있었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배상할 의무가 없다. 또한 싱가포르가 제한 조치를 취한 첫 1년간의 기간에 투자자에게 싱가포르 통화로 표시된 다른 대체 자산에 투자하도록 기회를 제공하였을 경우에는 이 대체 투자에서 생긴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싱가포르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
(부속서 15A 및 2003. 5. 6.자 교환 서한)

이렇게 길고 어려운 조항을 내놓아 미안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됐으니, 다음의 <표 24>에서 미-칠레 FTA 협정문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표 23>의 조항과 공통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표 24>

① 미국인 투자자가 칠레의 대외 송금 제한 조치가 협정문의 투자자 대우 기준을 어겼다는 이유로 칠레를 국제중재에 회부하는 것은 칠레의 조치가 취해진 때로부터 1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② 만약 미국인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칠레 회사를 대리하여 국제중재 회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주식 지분과 관련해서 생긴 손해에 대해서만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

③ 자본유입에 대해 취한 제한 조치로 인해 생긴 손실이나 손해는 그 송금 자산의 가치 감소로 한정되어야 하며, 수익 혹은 사업의 손실과 그 어떠한 유사한 필수적 또는 부수적 손해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④위 조항 1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투자자는 (i) 다음의 제 (ii)항에서의 대외 차입 금융 및 금융시장에 직 · 간접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두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투자에서의 수익에 대한 송금 제한 조치, 혹은 (ii) 약정 만기 상환일에서의 대출금 · 회사채 상환을 위한 것으로서의, 계열사의 경영, 가동, 관리, 혹은 확장만을 위해 계열사 사이에서 회사 간 · 회사 내의 차입 금융을 포함하여 해외 시장에서 조달된 대출과 회사채에 따른 상환에 관한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위 조항 1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⑤ 조항 4에 열거된 제한조치를 제외하고는, 칠레는 제한 조치가 상당한 방해 행위가 되지 않는 한, 그 조치를 취한 때로부터 1년 안의 기간에 그 제한 조치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의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국제 중재에 회부되지 아니한다.

⑥이 부속서에 부합하게 이루어지는 칠레의 송금 규제는 그 조치가 칠레의 실정법에 따라 요구되는 것으로서 투자자들을 차별하지 않는 한 협정문의 내국민 대우 조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⑦ 칠레가 동의하지 않는 한, 칠레의 송금 제한 조치를 대상으로 하여 회부된 여러 국제 중재들을 중재 절차에서 병합할 수 없다.

⑧ 미국은 칠레의 조치가 취해진 때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는 칠레를 국가 대 국가 제소 절차에 회부할 수 없다.

⑨ 이 부속서에 따른 국제 중재와 관련된 송금 제한 조치들에는 달리 칠레 국내법을 적용한다.
(부속서 10-C)

너무 복잡하고 긴 글이 돼 버렸습니다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이 글의 주제니만큼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싱가포르는 직접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FTA 협상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국의 송금 제한 조치 권한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표 23>의 3항의 경우가 아닌 한, '미국인 투자자는 싱가포르가 송금 규제 조치를 실시한 후 1년 내에는 싱가포르에 대한 국제중재 회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을 넣었습니다.

칠레도 <표 24>의 9항에서 송금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칠레 국내법을 적용하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국민경제와 개방, 양자택일의 대상 아니다

저는 남을 비난하기 위해 글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놨다는 <표 22> 내용은 '비틀기의 금지선'을 넘었습니다. 그것도 IMF 사태를 겪은 한국 국민들 앞에서, 그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이는 '관계부처 합동'에 속한 공무원 여러분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국가의 퇴각을 정당화하는 말은 늘 '세계화' 또는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비전 2030>도 '규제 개선'과 '능동적 세계화'를 나란히 '한국의 갈 길'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방과 국민경제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개방은 국민경제의 운용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표 21>의 내용은 국민경제가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훼손한 것입니다. 이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닙니다.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다양한' 선택지들
▲ <비전 2030>은 외환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없애고, 한미 FTA 협정문은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 한다. ⓒ연합뉴스

1997년 아시아 각국의 외환위기와 2001년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등 갑작스러운 외환 부족 사태에 처할 경우를 대비해 각각의 국민경제가 선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영국과 모로코의 투자협정처럼, 국제수지 상 어려움 등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외환 송금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되, 투자자를 배려해 투자 수익의 20%까지는 송금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투자협정 7조)

둘째는 국제수지나 환율정책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 외환 송금을 제한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식입니다. 아시아 투자지대 협정(15조), 한-싱가포르 FTA(10.12조)가 그 예입니다. 최근 중국과 핀란드가 맺은 투자협정도 이러한 접근법을 따르고 있습니다(6.2조, <표 25>).

특히, 칠레는 중앙은행의 포괄적 송금 규제권을 확인받았습니다. 칠레에 유입된 달러에 대해서는, 칠레 국내법에 따라, 1년 혹은 5년이 지나야 외국으로 빠져 나갈 수 있게 했고, 송금액 가운데 30% 이하의 액수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했습니다. (한국과의 FTA(10.12조), 캐나다와의 FTA(부속서 G-09.1(1)), 멕시코와의 FTA(부속서 9-10))

<비전 2030>이 깐 양탄자에는 누가 올라앉을까요?

한미 FTA 협정문의 <표 21> 조항과 중국-핀란드 투자협정의 <표 25>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어느 협정문이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의 것으로 보입니까?
<표 25>
국가는 무역수지에 어려움이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에, 공정·비차별·신의칙에 입각하여 국내 법률상의 권한에 따라 송금 규제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 기한은 해당 상황에 대한 아이엠에프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6.2조)

저는 여기서 <비전 2030>이 말하는 '비전 제공자' 국가론의 실체를 봅니다.

<비전 2030>이 국가를 끌어 내리고 그 자리에 깔려는 양탄자 위에 입장할 사람들은, 바로 IMF 사태 때 한국 금융기관에 진출했던 국제금융자본입니다.

한미 FTA 협정문은 이들이 한국에서 획득한 기득권에 '법의 옷'을 입혀 주는 일입니다. 공무원 여러분은 이미 협정문이 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국제중재 회부권을 부여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13.1조 2항 나목)

공무원 여러분은 이들의 은행 투자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규제를 적용하면 간접수용의 혐의를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의 금융기관을 대리해 국가의 규제에 저항할 길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 여러분은 제2의 IMF 사태가 닥치더라도, 국가는 이들의 주식투자 원금 송금을 일시적으로라도 제한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부속서 21)

이러고도 한국에 있는 은행이 국민경제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한미 FTA 협정문은 이미 '금융기관'에서 '회사'로 전환 중인 은행의 변화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이제 국가는 뒤로 물러나 앉아 세금을 더 걷어, 이 과정에서 생긴 탈락자들이나 치료하면 됩니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공하면 됩니다. 이것이 <비전 2030>과 한미 FTA 협정문이 세대를 뛰어 넘어,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입니다.

☞ 1회 보기 "프랑케슈타인과의 동거"-한미FTA로 공무원 업무지침 사라져

☞ 2회 보기 "공무원 여러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최소기준대우'에 내던져진 한국

☞ 3회 보기 "재벌총수 여러분, '멋진 신세계'에 주목하세요"-국민기업의 경영권

☞ 4회 보기 "미국인은 선제적으로 배려하세요"-헌법 위에 놓인 내국민 대우

☞ 5회 보기 "한미FTA는 우리의 탐욕이 만들어 냈습니다"-간접수용(上)

☞ 6회 보기 "한미FTA는 대한한국 헌법의 개정"

☞ 7회 보기 "땅의 욕망 앞에 고개 숙이십시오"

☞ 8회 보기 "한국의 쓰디쓴 중얼거림 "저들이 돈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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