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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또 다른 얼굴, '마라톤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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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또 다른 얼굴, '마라톤 돌연사'

완주자 5만 명당 1명 꼴…'심장마비'='사망'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완주 목표를 세우고 겨우내 훈련한 주자들부터 달리기에 입문한 초보 주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대회장이 가득 메워지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참가자들이 많으면 초보자들은 대회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의 능력과 컨디션을 고려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마라톤의 첫 사망자

달리기는 심장병과 뇌졸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은 물론 당뇨병·비만·고지혈증, 가족력을 가진 관상동맥 질환, 흡연 으로 인한 피해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이다. 한국심장학회에서는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생활화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 심장병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오히려 심장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라톤대회에서 돌연사는 마라톤 완주자 5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달리기를 하다가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Focusmarathon

기원전 490년 9월의 어느 날, 아테네군은 아테네를 침공한 2만5천여명의 페르시아군을 맞아 전투를 벌인다. 마라톤 평원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아테네군은 두 배가 넘는 막강한 침략군을 격퇴한다. 이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40km나 떨어진 산길을 달려 아테네에 도착하여 "우리가 이겼다!"고 외친 뒤 쓰러져 사망한 사람이 바로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이다. 페이디피데스는 지구력 운동과 관련된 첫 희생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춘천 마라톤과 동아 마라톤대회에서 일반인들의 대회 참가가 허용됐다. 이후 2000년을 기점으로 마라톤 인구와 대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02년 10월 24일 강경젓갈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풀코스는 2004년 3월 28일 인천 마라톤대회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매년 마라톤대회와 달리기 훈련 중에 10명 내외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생 현장이 목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라톤대회에서의 심장마비는 비교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건강 생활자들에게서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다. 발생 확률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발생 즉시 발견이 가능하므로 적절한 소생술만 제공되면 회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병원 이외에서의 심장마비의 소생률이 20∼25% 수준이고, 국내에는 약 7∼10%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마라톤대회에서 심장마비의 소생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사)한국달리는의사들에서는 (사)한국심폐소생협회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대규모 마라톤대회(동아·경향·하이서울·중앙 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와 응원 나온 가족들을 대상으로 대회장에서 응급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모든 주자들이 심장마비 환자를 발견했을 경우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구성 장거리 달리기는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힘든 달리기 이후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건강하면서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 운동 중에 심장 발작의 위험이 2∼6배 증가한다. 운동하는 동안에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질환의 유무와 무관하게 전구 증상(잠복 전염병이나 뇌출혈 등이 일어나기 직전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관상동맥 경련으로 인해 심장 근육의 허혈성 변화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이것이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유발하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는 동안 통증이 없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대회중 심장마비, 전원 사망

지금까지 마라톤대회의 사망자들 역시 평소에 신체 활동과 관련하여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던 사람들이며, 40세 이상의 남자들이었다. 만약 40세 이상이고,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이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면, 본격적인 달리기 전에 반드시 심전도 검사와 운동부하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이런 사전 검사를 통해 급성 운동유발성 심장 발작의 위험이 높은 사람과, 숨겨진 심근 허혈성 질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항상 기록 향상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는 주자들보다 즐겁게 여가 운동 혹은 놀이 삼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즐겁게, 편하게 달리는 주자들은 평소 훈련량을 늘려야 하고, 대회에서는 항상 평소의 훈련 범위 안에서 달려야 하며, 급수대에서 급수와 영양 공급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리고 대회마다 주최측에서 주로와 날씨의 특징, 주자들이 주의할 사항, 신체상 이상이 있을 경우에 취할 조치에 대한 출발 전 교육이 필요하다.
▲ 마라톤대회장에서 관계자들이 심폐 소생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Focusmarathon

평상시 1주일에 20분 미만 운동하는 사람이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심장마비의 위험성은 56배 증가하지만, 매일 2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5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일단 증상이 없는 협심증이라도 관상동맥 질환이 있다면 운동 중 심장 발작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달리기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심장마비의 전구 증상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의료진에게 연락할 것을 교육받아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높은 수준의 동적인 활동으로 관상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여가 활동으로의 조깅과 같은 정적이거나 낮은 수준의 동적인 운동은 특별히 관상동맥 질환자라 하더라도 참가하거나 즐기는 데 제한이 없다. 협심증 환자는 6개월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하며, 최소한 일년에 한 번씩은 운동부하 검사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협심증이 있더라도 최대 심박수의 60∼85%의 강도로 달리기를 할 수 있지만, 평소와 다른 조기 피로감이나 호흡 곤란, 흉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과 어지러움이나 숨가쁨, 의식 소실이나 실신 같은 증상이 운동 중이나 휴식할 때 나타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심장질환관 관련된 정밀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가슴 통증은 가슴 중앙 부위가 가장 많지만, 일부는 명치 부위가 아파서 급성 위장염과 혼동할 수도 있으며, 이때는 메스꺼움과 구토까지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왼쪽 팔이나 팔 쪽으로 통증이 뻗치기도 하며, 아래턱이나 귀밑이 아플 수 있다.

42.195km라는 긴 거리에서 개최되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마라톤대회에서 심장마비는 소생의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마라톤대회에서 급성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환자 전원이 사망했으며, 작년 세브란스 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완주한 후 흉통을 호소하여 의무실을 찾은 50대 남자 1명은 응급 후송되어 수술 후 완전 회복됐다. 이처럼 마라톤대회에서는 주자 자신들이 심장이 멈추기 전에 심장 허혈이나 심근 경색 단계에서 스스로 운동을 멈추고 가능한 한 빠른 조치로 심실세동을 거쳐 심장마비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운동 중에 자신의 안전을 지킬 의무는 자신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항상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하는 버릇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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