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역사무국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일본 농림수산부가 지난 3월 2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의 평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의 평가 결과는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뒤,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부위를 동물용 사료에서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이 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사료를 어떻게 규제하는지에 대해 실태 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는 위험성을 평가할 때 과학 증거가 명확한 것만을 거론한다"며 "이런 위원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거론한 것은 그 위험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국장은 "이런 평가 결과가 정치적 의사 결정이 내려지는 총회에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일본처럼 한국도 이런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의 지적은 그간 국내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했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동일한 내용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소와 같은 되새김동물에 대해서는 되새김동물에서 유래한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서, 돼지, 닭에게는 되새김동물로 만든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결국 돼지, 닭에서 유래한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기 때문에 결국 광우병 감염 위험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1988년 7월부터 1990년 9월까지 이런 사료 정책을 실시했지만 2만7000두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는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사료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단순한 말장난일 뿐
이런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의 평가 결과는 앞서 같은 위원회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예비 판정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국내 언론이 파악한 것처럼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판정했다고 해서 곧 해당 국가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국제수역사무국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예비 판정한 것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 애초 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과 관련해 각 국가를 5단계로 판정했다. 이 5단계가 미국, 캐나다 등 광우병 발생 국가의 요구에 의해 올해부터 3단계로 줄었다.
이렇게 되면 광우병 위험이 전혀 줄지 않았는데도 마치 등급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가 미국, 캐나다를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판정하면서도 광우병 감염 위험을 지적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검역 기준 완화'를 약속한 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에 넘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이혜민 "국제수역사무국 판정 받으면 갈비까지 수입"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꺼내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기준 완화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획단장은 9일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확정하면 갈비까지 수입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KBS, SBS 등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한 이 단장은 "국제수역사무국 판정에 따라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부분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보다 더 강화된 검역 기준을 정할 수는 있다"고 덧붙여 그간 송기호 변호사 등의 문제제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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