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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과연 임기 중에 '한미FTA' 비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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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과연 임기 중에 '한미FTA' 비준할까?

[한미FTA 뜯어보기 264] 주요정당 눈치보기…'대략 난감'

사실상 마지막 공식협상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8일 시작되고 이달 중으로 최종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회의 비준 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상 협상시한이 4월 2일인 점을 감안할 때 양국 정부는 늦어도 이달 30일까지는 협정을 타결해 최종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면 협정안의 비준 여부를 가름해야 할 국회는 현재 한미FTA 협상 내용을 검토하거나 비준 문제를 따져볼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국회 한미 FTA 체결 특위마저 협성 관련 대외비 문건 유출 사건 정도에만 열을 올렸을 뿐 협상의 내용이나 전략의 문제점엔 관심을 보인 흔적이 없다.

주요정당들 '눈치보기'

각 당의 당론도 전혀 결집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한미 FTA 논의의 무풍지대다. "차기에 집권하면 한미 FTA 외에 다 바꿀 것"이라는 식의 단답형 입장발표 외에는 논의가 없다. 그 흔한 토론회도 개최하지 않고 있다. 농촌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반대 입장을 간간이 발표하는 정도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신중론'으로 바람막이를 삼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미 FTA 특위 위원장를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한미 FTA는 필요하며 협상 결과를 보고나서 비준 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이 한미FTA에 대한 우려를 간간히 제기해 왔으나, 당 전체적으로 보면 '신중론'은 '한미FTA 불가피론'의 외피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통합신당 추진모임도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통합신당 추진모임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종걸 의원은 "오는 12,13일로 예정된 8차 협상 보고를 받고 비준 동의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논의를 미뤄놓고 있음을 밝혔다.

다만 민생정치추진모임은 한미 FTA 체결에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모임 소속 최재천 의원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배제 등 반드시 막아야 할 5가지 조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 반드시 얻어내야 할 5가지 조건 등 올바른 FTA를 위한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한미 FTA 체결은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를 없애는 것"이라고 사뭇 비장한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인 반대활동에 나섰다. 문성현 당 대표 등은 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기국회 이후 비준 논의에는 들어가겠지만…

협상 타결 후 TPA 시한 만료일인 7월 1일 전까지 양국 정상이 본 서명을 마치고 나면 한국 국회는 서명된 최종 협정문에 대한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는 헌법 60조 1항에 따라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갖지만 국회 비준에 정해진 시한은 없다.

미국도 협정 체결 후 이에 대한 '이행법안'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의회가 90일 이내에 승인하도록 되어 있으나 행정부의 이행법안 제출에 대한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역시 비준에 시한이 없는 셈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7일 '한미FTA의 쟁점과 대안적 발전모델 모색' 토론회에서 "한국 국회의 일정은 미 의회의 일정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략 9월 정기국회 이후에 심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회의 즉각적인 비준동의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일정 때문이다. 올해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섣불리 태도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국회가 피해 갈 도리는 없다.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는 차기 대선, 총선의 심각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국회로 넘길 가능성 있어"

시민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칠레 FTA 비준 동의만 해도 1년 반 동안 비준안이 세 차례나 무산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비준동의안이 계류되어 있던 2004년 초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연일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최태욱 교수는 8일 통합신당 추진모임이 주최한 한미FTA 토론회에서 "한-칠레 FTA의 경우 반대 의원들은 농업의 반발을 의식하는 소위 '농촌당' 소속의원들에 불과했으나 그것만으로도 비준 획득의 어려움은 상당했다"며 "그에 비해 한미FTA는 농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상당 부문, 그리고 일반 시민(단체) 등 의원들이 의식해야 할 사회경제 단체의 규모나 범위 그리고 조직력 등은 훨씬 크고 넓고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협상 타결 후에는 반대를 분명히 하거나 찬성에 미온적인 유권자들이 증대할 것이므로 한나라당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고 舊여권 의원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정책성향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그 상당수가 결국 반대로 자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협상 중단이나 결렬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교수는 "국회 비준이 되지 않을 경우 대미 관계의 악화와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차라리 낮은 수준의 제한적 FTA를 추진하거나 협상을 중단, 연기, 결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비준 문제를 18대 국회로 넘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한미 FTA 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여야가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차기 국회에 이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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