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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ISD 들어가면 김&장엔 기쁜 일?

[한미FTA 뜯어보기 252 : 기자의 눈]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능력'

'법조계의 공룡'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장)의 '장'에 해당하는 장수길 변호사가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ICSID에서 국내 법조인이 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다. 회원국의 의무 이행이나 국위선양 측면에서 보자면 일견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김&장의 수장 장수길 변호사가 지난 10년 간 ICSID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느냐 결렬되느냐의 갈림길에 선 현재 상황에서, 게다가 그 한미 FTA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들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허투루 듣기 어렵다.

미국인[한국인] 투자자가 한국[미국]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인 투자자-국가 소송에 대한 심판을 하는 몇 안 되는 국제 재판소 중 하나가 바로 ICSID이고, 장수길 변호사는 바로 이 투자자-국가 소송에 대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법무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 국내 주요 부처들까지 '국내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비판했던 제도지만, 이 제도를 한국 측 협정문 초안에 '자진해서' 넣었던 통상교섭본부는 6일 현재까지도 "ISD는 미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에 대한 비판에 귀를 막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김&장, 한미 FTA로 어떤 이익 얻게 될까?

ICSID 재판관은 일반적인 재판관과 다르게 '투자자-국가 간 중재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한 보상'을 받는다. 2002년 현재 ICSID 중재위원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는 하루 2000달러 수준이다. 국제중재심판에서 심판관이 받는 평균 수수료인 22만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가 그저 몇 푼의 금전적인 이익에만 걸려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 법조계에도 한국의 '전관예우'나 '회전문 현상' 같은 관습이 있어, ICSID 심판관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초국적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돈벌이 할 공간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바로 이것이 그들에게 떨어지는 알짜배기 이익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에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라는 책을 펴낸 홍기빈 씨는 "국제 중재심판의 경험이 있는 법률가들은 그 숫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 한 법률가의 표현대로 서로 뻔히 다 아는 일종의 '클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특정 기업이 제기한 소송의 중재심판에서 그 기업의 법적 대표로 일한 법률가가 다음번에 그 기업이 제기한 다른 소송에서는 중재심판의 심판관으로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런데 중재심판에 나올만한 법률가들에 관한 정보에서도 그렇지만 그들과의 인적 친밀성에서도 국가보다는 초국적 기업이 더 나을 수밖에 없고, 그런 법률가들은 국제 중재심판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평판을 쌓아 계속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초국적 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한미 FTA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도입돼 한국과 미국 기업 사이에 혹은 미국과 한국 기업 사이에 소송이 발생하면 김&장은 한국 정부의 대리인 또는 한국 기업의 대리인으로, 심지어 미국 기업의 대리인으로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장에는 무려 100명이 넘는 미국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시아 최대의 로펌으로서 국내에서 국제통상 관련 소송을 독차지 하다시피 하고 있는 김&장으로서는 한미 FTA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들어가면 계량적으로도, 비(非)계량적으로도 큰 이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김&장 회전문, 한미 FTA에서도 잘 돌아가

물론 이런 사실 몇 가지만 가지고 김&장과 한미 FTA를 엮어 음모론을 꾸며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 고위 경제 관료들을 부쩍 많이 영입해 구설수에 오르는 등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김&장이 한국의 법률 체계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큰 한미 FTA를 관망하고만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장수길 변호사 외에 한미 FTA 관련 인사들 중에는 눈에 띄는 김&장 출신이 여럿 있다. 누구보다도 차기 총리로서 한미 FTA 협상의 막바지 국면을 진두지휘할 것이 확실시되는 한덕수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 FTA 특보가 김&장 고문을 역임하다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협상 중 뒤늦게 꾸려진 'ISD 검증 민관 태스크포스'의 민간 측 위원장도 김&장의 핵심 멤버인 신희택 변호사가 맡았다. 신희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수석졸업,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으로 김&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단, 신희택 변호사는 5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ISD의 잠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임종인 의원(무소속)의 용역으로 '한국 사회의 성역, 김앤장 법률사무소'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만든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김&장이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밀어줬을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양국의 통상 관련 분쟁 및 투자 관련 분쟁에서 김&장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SD 용역 연구, 외통부 출신 학자가

사실 '한미 FTA 체결' 자체를 자신의 존립목적으로 하다시피 하고 있는 통상교섭본부의 경우,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장을 비롯해 협정 체결로 이득을 보거나 통상교섭본부의 편을 들어줄 사람의 의견만을 편향적으로 청취하고 이를 정부 입장으로 선전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가령,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2005년 11~2월 '투자자 대 국가 간 분쟁사례 연구'와 2006년 7~8월 '한미 FTA 투자 관련 분쟁해결절차 관련 법률문제 검토' 등 2차례에 걸쳐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나, 이 두 연구를 맡은 당사자는 1992년부터 10년 간 외교통상부 통상 라인에서 외무고시 출신 공무원으로 일하며 통상교섭본부와 끈끈한 인맥을 다진 이재민 한양대 교수였다.

사실상 마지막 공식 협상이 될 한미 FTA 8차 협상이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합하려는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그 와중에 김&장과 같은 집단의 권력은 얼마만큼 강화될른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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