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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정치적 언론' 숙청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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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정치적 언론' 숙청 나섰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26>"RCTV는 언론이 아니라 쿠데타 세력"

3선에 성공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치적 언론'에 대한 숙청에 나섰다.

차베스는 지난달 28일 베네수엘라 최대 언론의 하나인 RCTV(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의 면허기간 갱신을 불허하겠다고 선언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방송 면허 갱신 여부는 사회간접자본부 산하 국가통신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돼 있으며, RCTV의 면허 유효기간은 오는 5월27일까지다.

차베스의 선언이 나오자 중남미 언론계에서는 언론권력에 대한 규제와 탄압을 가르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차베스 대통령이 면허기간 갱신을 불허하겠다고 선언한 RCTV.

지난 1998년부터 차베스 축출을 노골적으로 주도했고 반차베스 여론조성에 앞장서 온 RCTV가 순수한 언론매체였느냐, 아니면 RCTV의 보도행태를 차베스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베네수엘라 유력재벌인 1BC그룹 계열사의 회장이자 RCTV 사장인 마르셀 그라니어는 "언론사의 면허기간 갱신이라는 교묘한 방법을 이용한 언론탄압이자 언론자유를 말살하려는 정치적인 음모"라면서 국제언론기관에 탄원을 하는 등 정치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라니어 회장은 또 "언론을 장악하여 반대 목소리를 없애고자 하는 포퓰리스트적인 발상"이라며 "차베스는 무솔리니나 카스트로, 히틀러, 페론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차베스의 의지는 확고하다. 차베스는 RCTV가 언론사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쿠데타 집단이었다고 규정하면서 RCTV의 운영진만 교체하고 5000여 명의 직원들과 기자들은 베네수엘라TV(VTV)에 흡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라니어 회장은 평소 내외신 기자들에게 "차베스 정권은 부패한 집단이며 각종 범죄조직의 배후이며 마약밀매와 자금세탁에도 손을 댄, 없어져야 할 정권"이라며 차베스 정권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차베스 "언론권력들이 진짜 독재자"

특히 그라니어는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대선 기간 중 공개적으로 야당후보인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과 자사 매체를 통한 특집기사에서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우리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군을 사조직화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군 고위급 간부들과 차베스주의자들에게만 집중된 각종 특혜를 고발한다. 우리는 특정그룹들만을 위한 정권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베스는 입법, 사법, 행정부는 물론 금융계, 선관위까지 장악하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나에게 대항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여 국민들을 둘로 갈라놓는 행태도 민주주의적인 통치행위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야당정치인들이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차베스는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자랑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빈곤과 실업률 등 국민의 실생활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차베스 지지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납치, 강도, 사기, 무장테러 등으로 인한 살인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바로 잡을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차베스 정권은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있다. 정부의 부정부패를 추적하는 언론인들이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의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언론말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반면 정부는 친차베스적인 언론사들에겐 정부홍보 광고지원 등 특혜를 몰아주고 있다."

"이 정부는 부패한 집단이며 조직화된 범죄집단이다. 마약밀매와 자금세탁 등을 아무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RCTV, 반차베스 쿠데타 지원 위해 여론조작

이에 대해 차베스는 언론사들이야말로 합법적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쿠데타를 주도하는 독재자들이라고 반박했다. RCTV의 면허기간 갱신을 불허하겠다는 결정은 언론탄압이 아니라 권력화되고 불법화되어 국가와 국민에게 정면 대항한 언론조직의 정화를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차베스와 RCTV의 악연은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됐다.
▲ 마르셀 그라니어 RCTV 사장. ⓒ엘 우니베르살

RCTV는 차베스가 집권하기 전까지 미국의 부시 가문과 친분을 내세워 석유기업들의 광고를 독점해 왔으나, 차베스의 집권으로 예전에 누렸던 특혜가 사라지자 그라니어 회장은 차베스 축출에 나섰다.

특히 지난 2002년 4월 반차베스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RCTV는 정부군이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고의적으로 총기 사격을 가한 것 같은 장면을 위주로 편집한 방송을 내보내며 쿠데타의 당위성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당시 민간인들에 대한 집중사격은 정부군이 아닌 반차베스계 카라카스 수도경찰 병력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RCTV가 쿠데타 세력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RCTV는 차베스가 쿠데타를 무력화시키고 권좌에 복귀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반차베스 시위장면을 내보내는 등 노골적으로 차베스의 정치복귀를 외면했다.

결정적으로 RCTV가 차베스를 격노케 했던 건 쿠데타 실패 이후 쿠데타 주도 세력들이 R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차베스계 언론들의 쿠데타 협조에 감사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방영하면서부터였다.

베네수엘라의 인권 변호사이자 <베네수엘라를 향한 워싱턴의 전쟁>의 저자 에바 골링거는 "RCTV가 반차베스 여론주도를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홍보자금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차베스가 RCTV의 면허기간 갱신을 불허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정권에 비협조적인 언론사에 대한 탄압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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