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저작권은 더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저작권은 더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리처드 스톨먼의 강연(1)] 저작권법의 비민주성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업독점 체제에 맞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주도해 온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이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을 방문해 여러 차례 강연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방한기간 중 스톨먼은 보안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시큐리티푸르프가 전경련 회관에서 주최한 해킹과 보안 관련 콘퍼런스, GNU코리아와 소프트웨어 공유 커뮤니티인 KLDP가 연세대에서 주최한 강연회, 진보네트워크가 성공회대학에서 주최한 강연회 등에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과 저작권 문제 등에 관해 강연했다.

소프트웨어 및 정보 공유 운동에서 스톨먼이 지닌 명성과 그가 하는 역할에 비해 이번 그의 방한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은 미흡했고, 이로 인해 그의 방한활동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소수 전문가들 외에 일반인들 중에는 그의 강연을 직접 듣거나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듣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스톨먼의 강연 중 진보네트워크가 주최한 강연의 내용을 뒤늦게나마 번역해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저작권 강화와 공동체의 위기'를 주제로 한 이 강연은 지난달 16일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진행됐고, <RTV>가 이달 15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방영했다. 강연 원문은 진보네트워크가 녹취해 놓았던 것을 제공해 주었다. <편집자>


나는 지금부터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 이념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로도 어떻게 확장됐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1983년에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각자 자기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자유

모든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누려야 할 자유에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자유 0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자유입니다. 자유 1은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연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이 작동되도록 그 소스코드를 변경할 자유입니다. 자유 2는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자유, 다시 말해 프로그램을 그대로 재배포하거나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배포할 자유입니다. 자유 3은 공동체 구축을 도울 자유, 즉 당신이 개작한 버전을 포함해 개작된 버전의 복제물을 원할 때 언제든 배포할 자유입니다.
▲ 리처드 스톨먼. ⓒ 프레시안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기본적인 생각은 소프트웨어란 자유 소프트웨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네 가지 자유를 당신에게 주며, 그런 자유는 항상 보장돼야 합니다. 비자유 소프트웨어는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배포되거나 이용되며, 따라서 그것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목적은 비자유 소프트웨어를 없애고 컴퓨터 사용자의 자유가 존중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교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GNU(그뉴) 시스템, 즉 우리가 자유를 위해 개발해오던 GNU 운영체제는 1990년대 초반에 거의 완성되었고, 커널인 리눅스가 덧붙여져서 완전한 자유 운영체제를 이루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리눅스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범하기는 했지만, 이 운영체제가 대중화되면서 나는 자유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연을 점점 더 많이 요청받게 됐습니다. 내가 강연을 끝낼 즈음에 자유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가 소프트웨어 외에 다른 모든 것들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컴퓨터나 자동차도 무료(free)가 돼야 하느냐"고 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무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요. 우리는 사용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형체를 가진 유체물의 대부분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거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이크를 예로 들어 4가지 자유를 생각해봅시다. 자유 0은 이 물건을 이용할 자유입니다. 당신은 마이크를 사서 그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유 0입니다. 자유 1은 소스코드를 연구하고 변경할 자유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유체물에는 소스코드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변경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렇습니다. 당신이 이 마이크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칩은 변경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굳이 변경하려고 한다면, 단지 망가뜨리게 될 겁니다.

자유 2는 어떻습니까? 마이크를 복제해서 배포할 자유? 글쎄요, 유체물을 복사하는 기계는 없으니, 이것은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원격 순간이동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유체물 복제에 이용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유체물을 복제하는 기계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러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을 이용해 유체물을 복제할 권리가 당신에게 있느냐는 문제가 중요해지겠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 3, 즉 개작된 버전을 복제하고 배포할 자유는 어떨까요? 당신은 유체물 복제기를 손에 넣을 수 없으므로 이 역시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사실 당신은 유체물의 개작된 버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 당신은 단지 유체물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체물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는 자유롭지만, 또 다른 어떤 측면의 자유들은 무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정보저작물의 경우입니다.

정보저작물은 당신의 컴퓨터 안에 들어있을 수 있고, 당신은 그것을 복제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신이 자유롭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자유롭게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는가가 진짜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오늘 강연의 주제입니다.

현재 프로그램은 최종 사용자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에 의해 제한됩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종류의 정보저작물은 통상 저작권법에 의해서만 제한됩니다. 그래서 정보저작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당신이 어떠한 자유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상 저작권법이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같습니다.

이 문제를 고찰하려면 우선 우리는 저작권법과 복제기술의 역사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복제기술의 결과입니다.

저작권의 역사

기술의 변화는 기본적인 윤리원칙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윤리원칙은 기술적 변화가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런 윤리원칙을 실제의 문제에 적용할 경우에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에 기반을 두고 그렇게 합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는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맥락이 변화하면 결과나 행동도 변하게 됩니다. 변화는 더 나아지는 방향일 수도 있고, 더 나빠지는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수 있게 된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게 될 겁니다. 행동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복제기술과 저작권의 역사를 돌이켜봅시다. 복제는 고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펜과 잉크로 써서 복제본을 만들었습니다. 이 복제기술은 특정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펜과 잉크는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복제를 할 수 있게 했고, 이런 복제 방식의 효율성은 누가 복제를 하든 간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제를 하는 데 펜과 잉크 외에 다른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당신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술과 도구만 있으면 됐습니다.

이런 복제기술의 또 다른 결과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복제기술로 10개의 복제본을 만드는 데는 1개의 복제본을 만들 경우보다 10배의 시간이 듭니다. 그 결과 분산적인 복제 시스템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이 책의 복제본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또 다른 복제본을 갖기를 원한다면 새로 베껴 쓰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래서 이미 복제본이 있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이든 또 다른 복제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고대에는 저작권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어떤 책의 복제본을 하나 갖고 있다면 당신은 자유롭게 그것을 더 많이 복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왕이 그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복제본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죽일 수 있었겠지요.

그러다가 복제기술에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인쇄기가 등장한 것입니다. 인쇄기는 보다 효율적인 복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균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복제는 훨씬 효율적이 됐지만, 어떤 다른 종류의 복제는 영향 받지 않았습니다. 인쇄기는 전문적인 장비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독자와 저작자들은 인쇄기를 가질 수 없었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인쇄기는 값이 비싼 장비였고, 당연히 펜보다 훨씬 더 비쌌습니다.

또한 인쇄기는 규모의 경제를 가져왔습니다. 인쇄기는 조판하는 데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번 조판하고 나면 동일한 복제본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복제본을 만들고자 할 때는 인쇄기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집중화된 복제본 생산 시스템이 자리 잡았습니다. 책의 복제본은 몇몇 곳에서만 만들어진 다음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됐습니다.

인쇄기가 이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처음 몇 백 년 동안에는 손으로 필사해 복제본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이었습니다. 필사본은 대체로 부유함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갑부들을 위한 것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쇄본은 여전히 상당히 비쌌지만 필사본보다는 쌌습니다. 그래서 인쇄본을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해야 할 돈은 갖고 있지 않지만 시간은 낼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은 직접 필사본을 만들었습니다.

저작권은 인쇄기 시대에 시작된 것입니다. 현재의 저작권 시스템은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검열의 수단이었습니다. 책을 인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했습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출판사에 부여됐고, 영구히 지속됐습니다. 1500년대에 시작된 이런 시스템은 1700년대에 변화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저작권이 저작자에게 주어졌고, 단지 14년 동안 지속된 것으로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작권은 검열의 시스템이 아니라 저작을 고무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상이 대두했습니다.

미국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 사람들은 원저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오늘날 출판사들에서 하는 말에 비추면 믿을 수 없겠지만 그 제안은 기각됐습니다. 대신 미국 헌법은 계몽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즉 저작권은 선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하는 저작자에게는 의회가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작권은 단지 제한된 기간 동안만 지속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의 존재목적은 진보를 촉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한 세기 동안 출판업자들은 미국인들이 이것을 잊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인쇄기 시대에는 저작권이 산업적 규제로 기능했습니다. 저작권은 출판업자들을 저작자의 통제 아래 놓았고, 일반 독자들을 규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작권은 일반 독자로서는 할 수 없는 행위들을 규제했습니다. 인쇄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작권은 행사하기가 쉬웠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었고, 대체로 유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출판업자에게까지만 적용되는 것이었고, 그러므로 그 행사가 쉬웠습니다. 누가 책을 출판했는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그 복제본을 어디서 구했는지를 묻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집에 갖고 있는 컴퓨터에 침입해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작권은 거의 논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규제받지 않았고, 따라서 불평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작권은 대체로 유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일반 대중과 저작자 사이에 맺어지는 일종의 계약인데, 이 계약에서 일반 대중은 어차피 누리기 어려운 특정한 자유를 포기하게 됩니다. 오로지 출판업자들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반 대중은 스스로에게 가치가 없는 것을 포기한 것이기에 어떤 것도 잃은 것이 없습니다. 그 대가로 일반 대중은 편익을 얻었습니다. 더 많은 책들이 쓰였고, 더 많은 책을 사서 읽을 수 있게 됐으며, 사회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들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러나 인쇄기의 시대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시대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기술은 복제를 더욱 효율화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획일적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정보기술의 가장 큰 효과, 가장 큰 발전은 단 하나의 복제물을 만드는 경우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인쇄기가 우리에게 비슷한 상황을 가져다주었을 때는 대량생산이 효율화된 반면, 하나하나 복제하는 것은 여전히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대량생산도 효율화되긴 했지만, 한 번에 하나씩 복제하는 것이 그보다 훨씬 더 효율화됐습니다. 이제 상황은 고대와 더 비슷해졌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 번에 하나의 복제물을 만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우리 모두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100% 사실에 부합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CD를 한 번에 하나씩 만드는 것보다는 대량생산으로 CD를 만드는 것이 여전히 조금 더 쌉니다. 그리고 대량생산된 CD가 좀 더 품질이 좋습니다. 그러나 CD를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것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비용이 저렴합니다.

그 결과 저작권법의 영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법 자체는 똑같아도 그 효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산업적 규제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작권은 더 이상 출판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아니며, 저작자를 이롭게 하지도 않습니다. 이제 그것은 반대로 일반 대중에 대한 규제가 됐으며, 저작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저작자를 구실로 이용하는 출판업자들을 이롭게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산업적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행사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며, 더 이상 이롭지도 않습니다. 저작권은 이제 출판업자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당신과 나와 같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행사되는 것이 됐기에 행사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 저작권이 행사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가정 내 컴퓨터가 침입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작권은 이제 논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다 알다시피 수백만의 사람들이 복제를 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가혹한 처벌을 당하게 된다는 위협을 받게 되자 당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이제 더 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일반 대중과 저작권 소유자 사이의 거래는 이제 더 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거래를 통해 포기한 자유가 이제는 우리에게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게 됐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그 자유를 행사할 수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복제하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이 복제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 정부는 일반 대중을 대신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정부를 통해 해야 할 것은 일반 대중과 저작권 소유자 사이의 거래에 대한 재협상입니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일반 대중을 대신해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복제할 자유를 그런 거래를 통해 내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유를 간직하고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자유 중 일부는 내어주어도 괜찮겠지만, 다른 일부는 간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 정부는 저작권의 힘을 줄일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실제로 하는 행위를 보고 우리 정부가 얼마나 실제로 비민주적인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작권을 이전보다 더욱 제약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자유를 원할 때 정부는 우리에게서 모든 자유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의 한 측면인 저작권의 지속기간에 대해 살펴봅시다.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을 점점 더 오래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은 1998년에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미래의 저작물뿐만 아니라 과거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됐습니다. 과거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조치입니다. 지금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통해 이미 사망한 1920년대의 저작자를 고무해 그 당시에 더 많은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시 타임머신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시킨 자들은 우리에게 타임머신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타임머신을 이용한 적도 없습니다. 몇 십 년 전에 쓰인 저작권에 관한 책을 보면 저작권 지속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고 서술돼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저들은 그 저작권 책을 쓴 사람들에게 저작권 유효기간이 길어질 것임을 미리 알려주어 더 많이 쓰도록 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미래의 저작물에 대해 말한다면, 저작권 지속기간의 연장이 더 많은 창작을 하도록 저작자들을 고취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생존하고 있는 그 어떤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이 사후 50년까지 지속되느냐, 사후 70년까지 지속되느냐 하는 문제에 의해 영향을 받을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 어떤 저작자든 "내가 죽은 뒤 70년 동안 내 저작권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면 나는 굳이 이 책을 쓰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나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FTA를 통해 한국에도 강요하려는 것

다음으로 법인저작물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법인저작물에 대한 보호기간은 과거에는 75년이었는데 최근에 95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이렇게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향후 75년간의 대차대조표를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75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회사는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5년 후의 계획을 세우는 회사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자원이든 기업들의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그것을 파괴하는 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창조성을 더 고취시킬 것이라고 그들이 말한다면, 그것은 모두 속임수입니다. 기업들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과거의 저작권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은 그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디즈니가 그렇습니다.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이 곧 만료될 예정임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키 마우스는 1929년에 발표된 <증기선 윌리>에서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몇 년 후에 <증기선 윌리>의 저작권이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디즈니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디즈니의 경영자들이 법을 샀습니다. 미국의 법을 회사가 산 것입니다. 누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는 누구나 다 압니다. 그들은 입법자들을 매수했고, 그들이 원하는 법을 얻었습니다.

현재 그 법(1998년에 제정된 '소니 보노 저작권기간 연장법'을 가리킴-옮긴이)이 여러분(한국인-옮긴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미국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법이 미국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문제를 세계 다른 나라들에도 강요하려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자기 나라인 미국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미국은 현재 제안돼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에 비슷한 법을 강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미 FTA가 완전히 거부돼야 하는 많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작권법의 또 다른 측면은 그것이 적용되는 행동의 범위입니다. 출판업자들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모든 이용에 적용되도록 하려던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작권은 규제되지 않는 이용들의 폭넓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예외입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이용들을 제약합니다. 이것이 저작권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출판업자들은 완전한 권력을 원합니다. 그래서 1998년에 그들은 미국 의회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통과시키도록 로비했습니다. 이 법은 출판업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든 저작권 규칙을 반영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들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은 단지 그 규칙들을 소프트웨어와 다른 종류의 기술적 장치에 구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암호화된 형태로 저작물을 출시한다면 그 암호를 풀어 재생할 수 있는 특별한 플레이어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플레이어는 사용자들의 이용을 제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을 실행하거나 읽을 수 있는 다른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그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제약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불법이 됩니다. 출판업자들이 부과한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사실상 출판업자들이 부과한 제약은 그게 어떠한 것이라도 법적인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제약들은 DRM(디지털 제약 관리. DRM은 원래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약칭이었는데,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이런 용어가 사람들의 인식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약칭을 '디지털 제약 관리(Digital Restrictions Management)'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옮긴이)으로 불립니다. 이것의 첫 번째 사례는 DVD에서 볼 수 있습니다. DVD 영화들은 통상 암호화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암호화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을 제약하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DVD 플레이어가 같은 방식으로 여러분을 제약하도록 여러 기업들이 공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별도의 DVD 플레이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DVD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규칙에 따라 일반 대중을 제약할 수 있는 DVD 플레이어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을 우리와 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암호화 포맷의 비밀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DVD 플레이어의 경우 당신은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모든 선택지가 사실은 모두 같습니다. 그 모두가 좋지 않습니다. 그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당신을 제약합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프로그래머들이 DVD 포맷을 풀어내고 DVD를 실행할 수 있는 '자유 프로그램(free program)'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하지만, 여기서 '프리(free)'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영어에서는 모호합니다만, 내가 'free'라고 말할 때 그것은 '무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는 '자유'를 말하는 겁니다.

어쨌든 DeCSS(암호해독코드, Decode Content Scrambling System의 약자, PC에서 DVD 영화를 디코딩 및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옮긴이)라는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은 또한 당신의 DVD를 그뉴/리눅스(GNU/Linux)와 같은 운영체제 위에서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당신의 스크린으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는 현재 불법입니다. 그것은 검열됩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검열을 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