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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까지 美투자자의 소송대상 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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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까지 美투자자의 소송대상 될 처지

[한미FTA 뜯어보기 151 : 단독] 조세·경쟁정책도 '투자자-국가 소송'에 무방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금까지의 협상 수준에서 체결될 경우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미국 투자자들의 제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우리 정부의 조세 정책과 경쟁 정책도 미국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제중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세금, 재벌에 대한 정책이 모두?

이같은 사실은 <프레시안>이 22일 입수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미 FTA 투자 Chapter(분과)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2006년 11월)'라는 문건에서 밝혀졌다.

이 문건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현재 한미 FTA 투자 분과의 협상에서 수용(收用, expropriation) 관련 부속서에 '부동산 정책이나 일반적인 과세 정책(그리고 반독점 정책)을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현재까지 한미 간에 정리된 한미 FTA 협정문안 중 수용 관련 부속서는 부동산 정책, 조세 정책, 경쟁 정책이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으로 간주될 수도 있도록 작성돼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부속서의 내용대로라면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 조정, 녹지비율 조정, 분양가 규제 등 최근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대책들은 물론 과거에 정부가 내놓았던 것들과 같은 다른 종류의 부동산 정책도 미국기업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간접수용이란 '수용에 상응하는 조치(measures equivalent to expropriation)를 통한 수용'을 의미한다. 즉 사유재산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결과를 내는 조치를 의미한다. 현재 수용 관련 부속서에서 간접수용의 예외로 인정되는 정책은 환경, 보건위생, 안전과 관련된 공공정책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이 간접수용이고, 무엇이 공공정책인지 구별하기는 힘들다. 가령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기업이 소유한 토지 일부를 그린벨트 구역으로 설정할 경우, 이런 조치는 미국인의 재산에 대한 '간접수용'으로 해석돼 해당 미국기업의 제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측 협상단은 수용 관련 부속서에 '간접수용에 대한 판단 법리'도 추가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 문건에 나와 있다. 즉 간접수용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대해 최근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사 펴냄, 2006)라는 제목의 책을 낸 홍기빈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는 "간접수용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해 아무리 많은 예외조항들이 둔다 하더라도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적용대상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국내의 법적 관할권을 벗어나 3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국재중재 재판소에서 이뤄지게 되므로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즉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에 도입되기만 하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얼마든지 미국기업의 소송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수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측은 현재의 부속서가 미국 의회와 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협상단은 미 의회와 협의를 한 후 다음달 4일 미국 몬태나 주 보즈맨에서 열리는 5차 협상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제중재냐 국내중재냐

한미 양국 협상단이 지난 4월 투자 분과의 협정문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investor-state claim)'를 도입한다는 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이날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위험성을 계속 지적하자 뒤늦게 지난 7월에야 대외경제장관회의 결정으로 'ISD 검증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제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 태스크포스는 9명의 민간 전문가들과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담당관들로 구성됐다.

이 태스크포스는 "일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재판정은 우리나라의 재산권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투자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우리 헌법 상 수용과 보상은 법률에 위하도록 돼 있으나, 간접수용의 경우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 문건에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이 태스크포스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도입하자는 한미 양국 협상단의 기본 합의사항은 고수하되 "수용을 국제중재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간접수용에 대한 부속서를 개정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결론에 의해 우리 측 협상단은 지난 4차 제주협상에서 수용 관련 분쟁은 국제 중재재판소에 제소하도록 하기보다는 국내법에 따른 중재절차에 회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우리 측은 '투자 가치의 일부 감소'는 수용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미국 측 문안과 동일한 ISD 조항을 포함한 FTA나 BIT(양자 간 투자협정)를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한국이 미국에 대해서만 위헌 가능성을 근거로 이를 배제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 투자자에 대한 차별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반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될라

이날 입수된 문건에 따르면, 이밖에도 한미 양국 협상단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와 관련해 △ISD의 적용대상 범위 △중재절차에 대한 제3자 참여 및 절차상 투명성 보장 △ISD의 자료 및 심리 공개 △국내절차와 국제절차의 관계 등과 같은 사안들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ISD 절차의 적용대상 범위'와 관련해 우리 측은 "ISD 제소대상은 의무 위반으로 국한하고, 투자계약 및 투자인가의 위반사항은 ISD 제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비(非)분쟁 당사국 및 제3자(Amicus Curiae)의 참여'에 관해 미국 측은 "투자자-국가 분쟁의 공공적인 성격을 감안해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우리 측은 "비분쟁 당사국의 참여는 분쟁 당사자의 동의 하에 참여를 허용하고, 제3자의 참여는 동 중재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가진 자로 한정"하자는 입장이다.

'자료 및 심리 공개'와 관련해 미국 측은 미 의회의 지시에 따라 "투명성 제고 및 자국 법규와의 합치성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비밀 보호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분쟁당사국의 재량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절차와 국제절차의 관계'와 관련해 미국 측은 "국제중재가 개시된 후에는 국내절차를 개시할 수 없으나 국내 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국내절차를 중단하고 국제중제를 개시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은 "포럼 쇼핑(forum shopping, 유리한 중재심판소를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하나의 절차를 개시하면 다른 절차를 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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