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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FTA자료는 정부가 조작·왜곡한 것"

[한미FTA 뜯어보기 148] KBS <쌈>, KIEP·국정홍보처 등의 조작·왜곡 사례 폭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우리 경제가 7.75%나 더 성장한다." 정부가 한미 FTA를 홍보하면서 내세워 온, 국책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결과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사람이 사라지고 없다.

한국방송(KBS) 1TV의 신설 프로그램인 <쌈>(매주 월요일 밤 11시 50분)은 20일 방송한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쌈>에 따르면,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KIEP 한미 FTA팀'의 채욱 팀장은 <쌈>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미 FTA로 우리 경제가 7.75% 더 성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데 대한 책임이 없다며 다른 연구원에게 이 책임을 떠밀었으나, 정작 그가 지목한 연구원 본인은 그런 연구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쌈>은 이밖에도 정부기관들이 연도 바꿔치기, 고의적인 데이터 삭제 등과 같은 수법으로 한미 FTA 관련 통계들을 왜곡하거나 조작한 사례들을 여럿 밝혀냈다.

<쌈>의 이날 방송으로 한미 FTA 관련 자료들을 작성하거나 발표한 주체들인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국정홍보처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연구기관들의 신뢰도와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7.75% 추가 경제성장'이라는 환상만 심어주면 그뿐?

△얼굴 없는 7.75% 성장 보고서=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이 7.75%나 더 성장할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한미 FTA를 적극 홍보해 왔다.

KIEP는 올해 1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경제가 1.99% 추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KIEP는 같은 해 3월 새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면 한국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증가한다'는 희한한 가정을 집어넣는 수법으로 추가 성장률 추정치를 7.75%로 끌어 올렸다.

그런데 이 수치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KIEP는 뒤늦게 7.75%의 추가성장은 '10년에 걸쳐' 달성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채욱 KIEP 한미 FTA 팀장은 <쌈>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보고서들을 만든 책임은 본인에게 없다며 그 대신 '모 박사'를 책임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 '모 박사'는 <쌈>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보고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미 KIEP를 떠나 '전(前) KIEP 연구원'이 돼 있었다.

'반쪽짜리 진실만 말하기' 정부의 외눈박이 홍보

KBS <쌈>은 이같은 자료왜곡 사례 외에도 2가지 왜곡 사례들을 더 파헤쳤다. 이들 왜곡 사례는 정부가 한미 FTA로 우리가 얻게 될 이익이라고 선전하는 고용의 증가나 선진 경영기법의 국내 도입과 관련된 것들이다.

△일자리 창출, 절반의 진실=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에서 993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기간 동안 멕시코의 인구가 계속 증가해 18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필요했는데도 실제로는 일자리가 993만 개 밖에 생겨나지 않아 멕시코 국민들이 엄청난 취업난에 시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려 하지 않는다. 2004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에도 NAFTA가 발효된 후 멕시코의 실업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게다가 NAFTA가 발효된 후 멕시코의 실질임금은 계속 떨어져 2006년 현재 하루 최저임금이 4000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임금수준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인 멕시코의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매우 낮은 것이다.

△경영 선진화의 빛과 그림자=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들을 사들이는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의 선진 경영기법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에서는 미국자본이 캐나다 기업들을 사들이면서 공장을 폐쇄하고 공장부지와 생산시설을 조각 내어 팔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2004년 대표적인 캐나다 가전회사인 캠코가 그렇게 사라졌다. 캠코의 생산라인이 공중분해되면서 길바닥에 나앉게 된 800명의 캐나다 노동자들이 새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란 미국계 유통회사인 월마트의 임시직뿐이었다.

KIEP의 보고서조차 외국자본에 인수합병(M&A)된 캐나다 제조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비가 다른 캐나다 제조업체에 비해 67%밖에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조작과 왜곡으로 점철된 통계들을 근거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 ⓒ 한국방송(KBS)

'알아도 모른 척' 정부의 숫자놀음

KBS <쌈>은 또 정부가 한미 FTA를 홍보하거나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박할 때 인용하는 자료들이 '조작'된 사례들을 파헤쳤다. 지적된 자료조작 사례는 3가지로,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의 성장률, 미국시장 점유율, 대미수출 증가율과 관련된 것들이다. 정부는 이런 조작된 수치들을 내세워 우리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조작된 성장률=KI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는 2.9%, 그 뒤에는 4.09%였다.

미-캐나다 FTA가 발효된 것은 1989년이다. 1994년에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는 '미-캐나다 FTA'가 '미-캐나다-멕시코 FTA'로 확장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면서 미-캐나다 FTA가 발효된 시점을 1989년이 아니라 1994년으로 잡았다.

이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거나 제로(0)에 가까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어쨌든 그 결과,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기 전에는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낮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한덕수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은 <쌈>과의 인터뷰에서 "(미-캐나다 FTA 발효 시점을 1989년으로 잡으면) 국민들을 오히려 더 혼동시킬까 봐 그런 것"이라면서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시점을 1989년으로 하든 1994년으로 하든)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변명했다.

△사라진 6년, 감춰진 실상=국정홍보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후 멕시코 섬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그 근거로 멕시코산 섬유제품의 대미수출이 1994년에는 24억 달러였다가 2000년에는 80억 달러로 증가했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바로 그 2000년부터 멕시코의 섬유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 이제는 거의 고사 상태다. 멕시코 섬유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14%에서 2006년 현재 8%대로 떨어졌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쌈>이 찾아낸 한 국책연구소 보고서에도 "2000년 이후 멕시코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이나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 밀려 대미수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라고 쓰여 있다.

△수출 증대의 허상=정부는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대미수출이 양적으로 늘었다는 점을 들어 우리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드넓은 미국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미-캐나다 FTA가 체결된 이후 세계경제의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캐나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의 수출이 양적으로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대미수출 증가율은 1989년 18%에서 2005년 17%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KIEP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대미수출 증가율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는 8.78%였다가 FTA 체결 후에는 14.05%로 높아졌다. 그런데 정부는 이 통계를 내면서 미-호주 FTA가 발효된 시점을 2004년으로 잡았다. 실제로 미-호주 FTA가 발효된 해는 2005년이다.

이와 관련해 <쌈>은 실제로 미-호주 FTA가 발효된 2005년에는 호주의 대미수출액이 2000억 달러나 줄었기 때문에, 대미수출 실적이 좋았던 2004년의 통계를 슬쩍 끼워넣는 수법으로 FTA가 체결된 후의 대미수출 증가율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작과 왜곡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질 않은가

<쌈>은 이날 방송을 마무리하며 "한미 FTA에 대한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정부가 관련 자료들을 조작하고 왜곡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쌈>은 이어 "한미 FTA의 긍정적인 측면만 선전하기보다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부정적인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정부에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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