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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팔아 부자 됐다는 '잔인한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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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석유 팔아 부자 됐다는 '잔인한 농담'

[먼슬리리뷰: 아프리카의 석유(4)] 나이지리아 석유개발의 그늘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산유국 중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오늘날 누구도 나이지리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1억37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이며,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대략 8% 정도가 나이지리아산이다.
  
  오래 전부터 석유수출국기구의 회원국으로 활동해 온 나이지리아는 전형적인 '석유국가(Petro-state, 국가가 독점적으로 석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국가를 지칭-옮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400억 배럴에 가까운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는 2004년 정부세입의 80%, 외환수입의 90%, 수출소득의 96%, 그리고 국내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원유는 하루 평균 210만 배럴이 생산되며, 그 가치는 2004년 가격으로 200억 달러 이상이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는 대부분 니제르삼각주 내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250여 곳의 유전에서 끌어올려진다. 그 막대한 석유생산으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석유부문은 이제 이 나라의 최대 산업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300여 곳 이상의 유전, 5284개 소의 유정, 7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송유관, 10개 소의 수출집하지, 275개 소의 저유소, 10개의 가스 생산공장, 4곳의 정제공장, 대규모 거대 액화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예를 들어 보니 지역과 브라스 지역의 LNG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나이지리아가 세계 석유지정학 상의 전략적 행위자로 등장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 과정은 1970년에 끝난 내전의 결과로 일어났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석유산업은 나이지리아 전체 수출의 2%를 차지하는 미미한 부문에 불과했다. 나이지리아의 석유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는 1960년과 1973년 사이였다. 연간 500만 배럴을 갓 넘는 수준에 불과하던 석유 생산량이 이 시기에 6억 배럴로 치솟았다. 그러자 석유로 벌어들이는 정부세입이 1970년 6600만 나이라(나이지리아의 화폐단위-옮긴이)에 불과하던 것이 1980년에 이르면 100억 나이라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막대한 가치를 갖는 석유산업이 사실은 악몽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나이지리아: 풍요 속의 결핍(Nigeria: Want in the Midst of Plenty)>, 아프리카 보고서 113, 국제위기대응단체(International Crisis Group, 2006). 이는 나이지리아의 석유산업이 이룬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금세 드러난다.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를 인구의 1%가 가져간다. 1970년 이후 벌어들인 4000억 달러 중 약 1000억 달러는 그냥 공중으로 사라졌다. 나이지리아의 반부패 당국 책임자인 누후 리바두는 2003년에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70%가 도난당했거나 낭비됐지만 2005년에는 이 비율이 "40%에 불과한 정도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1965년과 2004년을 비교하면 나이지리아의 국민 일인당 소득은 250달러에서 212달러로 줄어들고 소득불평등은 현저히 증가했다. 1970년에서 2000년 사이에 나이지리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린 사람의 수는 1900만 명에서 9000만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나라에서 "석유가 삶의 기준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마틴, 수브라매니언, <자원의 저주에 대응해(Addressing the Resource Curse)>, 국제통화기금, 2003, 4쪽). 세계은행은 지난 10년 간 이 나라의 일인당 국내총생산과 기대수명이 모두 하락했다고 평가한다.
  
  석유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나타난 현상은 장기적인 국가개발의 끔찍하고도 파국적인 실패다. 그 깊이와 결과 전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카노나 라고스에 자리 잡은 광대한 빈민촌에서 바라보아도 마찬가지이지만 니제르삼각주에서 바라보아도 국가개발과 석유를 팔아 나라가 부자가 됐다는 말은 잔인한 농담에 불과하다.
  
  석유와 관련된 이같은 역설과 모순이 니제르삼각주의 유전지대만큼 잘 드러나는 지역은 없다. 석유가 풍부한 바이엘사 주나 델타 주에서도 주민 15만 명당 의사는 고작 한 명뿐이다. 석유가 가져다 준 것이라고는 빈곤, 국가의 폭력, 죽어가는 생태계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검은 금(석유를 지칭-옮긴이)'의 그늘 속에서 국민의 삶이 방치된 셈이니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1999년에 시작된 민주화 프로젝트는 점점 더 공허한 모습이 되고 있다.
  
  악몽과도 같은 석유정치는 그 기원이 1970년대의 들뜬 호황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호황은 석유투자를 겨냥한 외자의 거대한 유입을 촉발시켰고, 야심차고 대체로 독재적인 국가 주도의 현대화 정책을 출범시켰다. '석유국가'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이 겹치는 '석유복합체'가 등장해 새로운 석유경제의 가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석유국가는 몇 가지 핵심 제도적 요소로 구성된다.
  
  그것은 (1) 자원개발권의 합법적 독점 (2) 특정 지역의 채굴권(영역권)을 보장받은 거대 석유회사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운영되는 국영 석유회사 (3) 투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의 안전보장 장치(이것은 종종 민간회사의 경비인력과의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4) 유정이 위치한 지역을 관할하는 석유생산지 지역사회 (5) 석유세입을 분배하는 정치체계다.
  
  석유세입을 분배하는 문제는 나이지리아 같은 연방체제 국가에서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전제군주제 국가에서나 쉽게 달아오르는 제국적 석유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나이지라의 경우 분배체계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그것은 연방계정(연방정부가 직접 거두어가는 지대), 주별 분배원칙(각 주가 연방재정에 기여한 만큼 연방정부 세입의 분배에 참여할 권리), 주간 연합계정(주민의 필수수요와 인구규모 등의 기준에 따라 연방정부 세입을 주별로 할당하는 계정), 특별지급계정(여기에는 니제르삼각주로 직접 유입되는 돈, 예를 들어 부패로 악명 높은 니제르삼각주개발위원회로 유입되는 돈 등이 포함된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주에 분배되는 세입이 점차 줄어들면서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니제르삼각주 지역의 주들이 직접 통제하는 재정 규모가 감소하는 대신 주간 연합계정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석유생산 지역의 주들은 손실을 입는 반면, 석유를 생산하지 않는 주들의 다수민족이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급격한 재정 집중화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수단과 방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여러 세력들이 합쳐서 하나의 형태를 이룬 석유복합체가 나이지리아라는 석유국가를 뒤덮기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석유와 관련해 발생하는 지리전략적 이해관계와 군사력을 비롯한 물리력이 지역 단위 석유복합체의 일부를 구성하게 됐다.
  
  둘째, 전 세계 시민사회가 '인권 증진과 석유부문의 투명성 개선에 관심을 가진 초국적 시민운동단체' 및 '석유산업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석유산업으로 하여금 직접 책임을 지게 하거나 석유국가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는 지역 사회운동단체나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석유복합체에 개입하고자 한다.
  
  셋째, 거대 석유회사들이나 독립적인 석유회사들, 그리고 광범위한 석유 관련 서비스 업체들을 포함한 초국적 석유산업이 지역사회 개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 이해당사자들의 포용 등을 통해 지역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넷째, 석유로 인해 발생하는 부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그 부를 누가 통제하고 소유할 것인가, 그 부에 대해 누가 권리를 가지는가, 그 부는 어떻게 분배되고 활용돼야 하는가 등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민족별 민병대, 준군사조직, 분리주의자 운동단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세력들을 석유복합체의 활동 안으로 끌어들인다(콜롬비아의 상황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때로는 석유와 관련된 활동이 내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간 개발기관들과 수출신용기관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산유국이 에너지 부문을 구축하고 확장해가는 데 있어서 핵심 '매개자'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다자간 개발기관들은 아프리카 산유국 정부와 석유회사들의 투명성을 실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리고 특히 마약, 석유 절도 등을 통한 불법적인 부, 용병, 지하경제와 같은 암흑세계와 석유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석유복합체는 비기업경제에 둘러싸인 고립된 '기업경제 엔클레이브'다. 그러면서도 석유복합체는 '제국적 석유'라고 부를 수 있는 일련의 지역적, 국가적, 초국적 세력들의 활동을 파악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정치적, 경제적 계산의 중심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의 지난 10년 간을 핵심적으로 규정해 온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은 그 성격이 점점 더 군사적인 것으로 변했고, 이에 따라 니제르삼각주는 점점 더 나이지리아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자원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석유복합체를 구성하는 세력들 자체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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