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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파트 온돌마루 접착제, 유해 화학물 '범벅'"

단병호-환경연합 "새집증후군 유발…대책 시급"

친환경 아파트를 표방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시공하는 아파트에 사용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가 아토피성 피부염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 화학물질 범벅이어서 실내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돌마루용 접착제는 온돌마루를 시멘트 바닥에 밀착시키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아파트에 무려 평당 4㎏ 정도나 소요된다.

시중 온돌마루용 접착제…실내용으로 사용할 수 없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서울환경연합은 11일 아파트 시공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조사한 6종의 유성 접착제는 모두 환경부 등록 비영리법인인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운영하는 친환경 인증(HB마크)를 받은 것으로, 대형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시공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단 의원과 서울환경연합이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환경부 산하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 시험 방법 및 기준을 적용한 결과 6종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이 기준을 훨씬 초과해 실내용(0.1% 이하)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들 6종은 모두 '최우수'(3종), '우수'(3종) 등급을 받고 아파트 시공에 쓰이는 것이다.

심지어 '최우수'(HB마크 기준) 등급을 받은 1종은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이 1.606%로 실외용(1% 이하)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대형 건설업체들이 기피하는 수성 접착제의 경우에는 따로 조사한 2종 모두 각각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이 0.043%, 0.083%로 기준에 못 미쳐 상대적으로 훨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당초 '최우수', '우수' 판정을 받은 HB마크의 시험 방법 및 기준을 적용한 결과, 6종 중에서 각각 '최우수', '우수' 등급을 받은 2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방출량이 자체 기준(최우수 0.25㎎/㎡h 이하, 우수 0.25~0.50㎎/㎡h)에 크게 미달하는 '일반 Ⅰ' 등급으로 확인됐다.
▲ '환경마크' 접착제 VOC 함량 기준 : 실내용 0.1% 이하, 실회용 1% 이하. (** : 환경마크 인증 제품) ⓒ프레시안

▲ 함량 분석 결과와 비교해보면 TVOC 기준으로만 친환경 인증을 주는 경우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

'중구난방' 친환경 품질 인증은 '허점투성이'

현재 HB마크의 경우에는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만을 측정해 친환경 인정을 주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이렇게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을 놓고 친환경 인증을 하는 것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검사에 사용된 유성 접착제 6종 중 E제품과 F제품을 비교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은 F제품(1.606%)이 E제품(0.486%)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반면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을 비교해보면 E제품(4.869㎎/㎡h)이 F제품(1.992㎎/㎡h)보다 2배 가까이 더 높다. 단병호 의원은 "이것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을 기준으로 친환경 인증을 주는 HB마크의 시험 방법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친환경상품진흥원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함량, 방출량을 동시에 측정해 친환경 인증('환경마크')을 주고 있다. 반면에 한국공기청정협회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방출량만을 측정해 친환경 인증('HB마크')을 주고 있다. 현재 접착제 생산업체들은 인증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HB마크'로 신청을 집중하고 있다.

한 접착제 생산업체 관계자는 "온돌마루용 접착제는 난방을 할 때 상온이 아니라 고온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제품이 출시되기 전 특수한 시험조건에서 측정되는 방출량보다는 유해 화학물질의 함량을 조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용성 접착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함량, 방출량 모두 낮았다.

눈에 보이는 페인트는 '엄격'…수십 배 쓰이는 접착제는 '엉망'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페인트의 관리 실태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환경부는 2005년 7월부터 수도권에 현재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5~7% 적게 함유된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 공급되도록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유 기준을 설정해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페인트와 비교할 때 사용량이 훨씬 더 많은 접착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내장용 페인트는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때 1~2㎏ 쓰이는 반면 바닥용 접착제는 40~100㎏이 사용된다. 눈에 보이는 페인트에는 신경을 쓰는 반면 일단 바닥재로 덮이는 접착제에는 신경을 끄고 있었던 것이다.
▲ 페인트보다 수십 배 많이 쓰이는 접착제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프레시안

업계는 단가 높지만 안전한 '수성 접착제' 기피

단병호 의원은 "가장 시급한 것은 대부분의 온돌마루용 접착제 생산업체들이 등록돼 있는 한국공기청정협회의 친환경 인증 제도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분산돼 있는 친환경 인증 제도의 시험 방법을 일원화해 품질인증 기준을 통일하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또 "환경부는 페인트보다 훨씬 더 사용량이 많은 접착제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저감될 수 있도록 함량 규제기준을 시급히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들도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 생산이 유도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S건설, D건설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건설업체에서는 수성 접착제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접착제 생산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에서도 유성 접착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자신이 입주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가 수성인지 유성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유성 접착제를 비롯해 페인트, 살충제 등에 함유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통칭하는 것이다.

인체에 경미하게는 피로감, 두통, 현기증 증세를 유발하며 심할 경우에는 폐 기능 장애, 간독성, 신장독성, 신경행동학적 기능 저하,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특히 새 집에 입주했을 때 발생하는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져 2004년부터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유성 접착제에 다량으로 함유된 벤젠의 경우는 대표적인 암 유발 물질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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