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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한미FTA 3차협상 결과의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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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어정쩡'한 한미FTA 3차협상 결과의 속뜻은?

[분석] '국내협상력 높여 연내 타결' 겨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지난 6일부터 나흘 간 미국 시애틀에서 진행됐다. 협상 마지막 날인 9일 한미 양국 수석대표는 몇 시간 간격으로 나란히 브리핑을 갖고 이번 3차 협상의 결과가 미흡한 데 대한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실제 협상결과보다) 더 많은 진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도 "핵심적인 쟁점들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협상 내용과 관련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종훈 대표는 "미국 측이 상품무역 분과, 섬유 분과에서 일부 개선된 수정 양허안을 제시했지만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고, 웬디 커틀러 대표는 "우리도 한국 측이 제시한 농업 분야의 양허 수준에 실망했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에 대해 미국 측이 불만을 표시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던 지난 2차 협상 때 두 사람이 각각 굳은 표정으로 짧은 브리핑만 하고 협상장을 떠났던 것에 비하면, 3차 협상을 마무리하는 이날 브리핑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진행됐다.
  
  우리 측 협상단, 정말 빈손으로만 돌아왔나?
  
  한미 양국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상품무역, 농업, 섬유 등 상품 분야의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자마자 이 분야의 협상이 쉽게 타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다, 원래 관세장벽의 철폐와 관련된 양자간 협상은 자국의 개방 수위는 최대한 낮추고 상대국의 개방 수위를 가급적 올리려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품 분야의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오히려 유보안의 교환에 이어 그 유보안에 대한 개방요구 목록까지 교환된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 간에 첨예한 갈등이 없었다는 점이 이번 협상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양국 대표 모두 이번 3차 협상의 성과로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의 협상 진척을 꼽았다. 이에 따라 양국 협상단이 이 분야에서 상당한 공감을 이뤘으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는 협상의 걸림돌이 될만한 사안이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번 협상에서도 한미 양국 협상단은 '한미 FTA에서 논할 수 있는 문제와 그럴 수 없는 문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개성공단산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문제, 미국의 반덤핑 조치 및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을 완화하는 문제, 우리나라의 의약품 선별등재 및 약값 결정 시 미국 제약회사의 발언권을 강화해주는 문제,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 등 한미 양국 간 난제들은 거의 타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난제들은 조기에 타결될 경우 어떤 경로로든 국내적인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기에 한미 양국 협상단의 입장에서 굳이 조기에 타결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오는 14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의 쟁점들 가운데 정치외교적 관련성이 있는 일부 사안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국 협상대표가 굳이 이번 협상에서 그런 사안들에 대한 타결을 무리하게 시도할 이유가 없었다. 개성공단, 쌀, 자동차 등의 문제는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핵심 쟁점들이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3차 협상을 실패로만 보기는 힘들다.
  
  우리 측 협상단은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 측 1차 관세 양허안의 개선을 요구할 것 △미국 측 서비스·투자 유보안 및 개방요구 목록(리퀘스트 리스트)의 세부내용을 파악할 것 △협정문과 관련된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해 향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을 3대 협상목표로 삼았다. 현재로선 이 3가지 목표 중 우리 측이 딱히 이루지 못한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화상회의 등과 같은 분과별 개별협상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앞으로 협상을 진척시키자는 데 양국 협상단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협상단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협상 진전의 기반 마련'이라는 세 번째 목표는 확실하게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이번 3차 협상은 한미 FTA를 타결시킬 국면으로까지 끌어올린 '최상의' 협상은 아니었을지언정 '진전이 전혀 없었던' 협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개의 전술적 목표와 1개의 전략적 목표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제 연내에 일정이 잡혀 있는 4차, 5차 협상 외에 분과별로 대면회의, 화상회의, 전화회의 등 다양한 방식의 상호 간 협의채널을 통해 협상을 가속화시키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월 중순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별도의 협상을 갖고 한미 양국이 의약품 선별등재 제도의 시행과 미국 제약업계의 이익 관철 등을 맞교환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움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을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었던 경험은 양국 협상단에 이런 개별 협상의 유효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같이 여러 개의 개별협상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전술적으로 2가지, 전략적으로 1가지의 목표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적인 2개 목표는 '국내의 한미 FTA 찬성론자들에게 개별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으니 양국 간의 작은 갈등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협상을 여러 곳에서 여러 개로 분산시켜 주의분산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협상이 1차에서 3차까지 진행돼 오는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자, 농민뿐 아니라 미국의 노동자, 농민 사이에도 한미 FTA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퍼져나간 것이 양국 협상단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미 양국 협상단이 이렇게 한미 FTA에 대한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반대자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2개의 양면전술을 통해 '국내협상력'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1개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국내 일정에 맞춰 연내에 한미 FTA를 타결하는 것'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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