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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對 다국적제약업체…'이레사 전쟁'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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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부 對 다국적제약업체…'이레사 전쟁' 개막

6일부터 재판 시작…"약값 내려라"에 "못 내리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서 약값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에서는 6일 보건복지부와 다국적 제약업체 사이의 대리전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복지부와 다국적 제약업체, '이레사 싸움' 시작
  
  복지부는 지난 7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Iressa)'를 기존의 '혁신적 신약'에서 '일반 신약'으로 재분류하면서 약값을 한 알당 6만2010원에서 5만5003원으로 11.3% 낮추기로 결정했다.
  
  복지부의 이런 조치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 3월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이레사의 국내 약값이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하고 "기존의 6만2010원에서 4만8468원으로 21.83% 인하할 수 있다"면서 약값 조정 신청을 낸 데 따른 것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서울행정법원에 '보험약값 인하 행정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으로 복지부의 약값 인하 조치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사이의 법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일단 법원은 7월 31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애초 8월 1일부터 적용되어야 할 약값 인하를 유보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폐암 환자들은 법원이 최종 결정을 할 때까지는 계속 기존의 가격으로 이레사를 공급받아야 한다.
  
  6일부터 본격적인 본안 소송이 시작되는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복지부가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에서 일반 신약으로 재분류한 것이 타당한 조치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간 '비용 또는 효과 등에서 경쟁제품과 비교할 때 뚜렷이 개선된 약'을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해 왔다.
  
  시민단체도 복지부 '지원사격'…"이레사는 혁신적 신약의 근거 없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레사는 혁신적 신약의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진옥 건약 정책위원은 "미국, 일본 등에서 진행된 이레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이라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레사는 2003년 5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서 안전성을 확립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정작 전 세계 1692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이레사가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입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 앞서 지난 2002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레사를 승인한 일본에서 이레사가 폐질환이나 사망을 유발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만35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17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진옥 정책위원은 "이런 사정 때문에 이레사는 전 세계적으로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며 "유럽연합(EU)은 2005년 1월 4일 허가신청을 철회시켰고, 미국도 같은 해 6월 17일 사실상 판매를 미루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보건당국도 이레사의 퇴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동양인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이레사가 안정적이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시민단체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부작용은 일본에서만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부작용의 요인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게는 효과 있다"
  
  복지부가 이레사의 가격을 전폭적으로 조정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은 이제는 이레사가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신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슈의 폐암 치료제 타쎄바는 이레사보다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게 중평이다.
  
  변진옥 정책위원은 "타쎄바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이레사보다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눈에 띄게 연장한 것을 알 수 있다"며 "효과가 더 나은 신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레사의 '혁신적 신약'의 지위 역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쎄바의 동양인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연장된 생존기간이 13.6개월로 이레사의 6.7~8.8개월에 비해 월등히 길다. 폐질환과 같은 부작용 발생률도 0.8%로 이레사의 1%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이레사와 타쎄바가 같은 조건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해 약효를 비교한 적이 없는데 양쪽 중 어느 것이 약효가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숨겨진 쟁점…"왜 미국보다 비싸게 받나"
  
  숨겨진 쟁점도 있다. 애초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약값 조정 신청을 할 때는 이레사의 약효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의 약값보다 더 비싼 국내 약값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강주성 대표는 "복지부가 이레사를 혁신적 신약에서 일반 신약으로 재분류하는 방법으로 약값을 조정하는 바람에 애초 제기한 쟁점이 묻혔다"며 "약값 재조정이 다른 신약으로 '불똥' 튀지 않게 하려는 꼼수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복지부가 신약 값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국적 제약업체가 미국 연방정부에 제시한 약값 수록 책자인 이른바 '레드북(Red Book)'이다. 하지만 레드북에 수록된 약값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실제 거래가격보다 턱없이 부풀려진 가격이라는 주장이 계속 있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연방정부와 보훈처, 국방부, 공중위생국, 해안경비대 등 4대 기관에서 구매하는 약값은 레드북에 수록된 가격보다 40~70% 싼 것으로 알려졌다.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한국 내 가격은 6만2010원인 데 비해 미국 연방정부가 이것을 직접 구매하는 가격(FSS 기준)은 4만9104원, 미국의 4대 기관이 구매하는 가격(BIG 4 기준)은 3만7960원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미국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가격은 전체 시장의 5%도 안 돼 대표성이 없다"며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이것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실제 약값을 직접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강주성 대표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된 정부 구입단가가 있는데, 미국의 민간보험회사들이 약을 그보다 더 비싸게 주고 구매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떳떳하다면 실제 거래되는 약값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레사,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나
  
  한편 복지부와 시민단체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움직임을 단순한 한 기업의 반발로 보기보다는 다국적 제약업계 일반의 '저항'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계속 약값 인하를 수긍하지 않을 경우 이레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진옥 정책위원은 "이레사를 필요로 하는 폐암 환자가 분명히 있기에 우리가 무작정 이레사와 같은 신약의 퇴출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혁신적 신약이라고 했을 때는 그에 걸맞은 비용-효과 면의 우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레사는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혁신적 신약이라는 분류 자체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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