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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치수정책 비판, 제대로 알고 하자"

[논란] "댐과 제방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중요"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 초입부터 물난리가 중부지방을 강타했다. 장마전선이 한반도 중부지방을 심술이라도 부리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우리네 이웃과 산하를 많이도 찢어놓았다. 본격적인 태풍철인 9월이 아직 저만큼 기다리고 있는데 제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지난 중부지방 물난리 때 건설교통부 수자원국 직원들은 교대로 상황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홍수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까운 생명을 잃고 황폐해진 삶의 터전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면 하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가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홍수를 줄이고 우리나라 치수정책을 좀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홍수라는 자연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어느 한두 가지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댐, 제방, 유수지, 배수펌프장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만들고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산림을 잘 가꾸고 도시와 국토계획을 방재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신속히 알려주는 홍수예경보 시스템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문가들의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와주고 있다.
  
  홍수예방 시스템은 이렇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나 많은 다목적댐을 건설하고 제방을 정비해 왔고 지금도 우리보다 10배 이상의 치수예방 투자를 하고 있다. 비슷한 기후와 지형여건을 가진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수안전도를 높이려면 아직도 많은 예방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 때문에 모든 것을 동시에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어, 점진적이지만 안전하고 살기에 편한 국토로 만들어가도록 차근차근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는 정부와 학자들만이 아니라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관심을 두고 조언을 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가끔은 지나친 열정 때문인지 가장 초보적인 사실조차 간과하고 우리나라의 치수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편협한 논리를 앞세우는 태도를 보여 힘 빠지게 한다. 이번 중부지방의 홍수를 예로 들어 국민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은 몇 가지 치수정책의 기본적인 사항만을 이야기해보겠다.
  
  댐과 제방, 여전히 중요한 치수 수단이다
  
  첫 번째, 이번 홍수피해는 계곡의 급류나 산사태 때문이지 댐과 제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일부 주장이 있다. 이는 일부는 맞고 전체적으로는 틀린 주장이다. 이 주장은 만일에 계곡 급류가 우려되는 부분에 충분한 사방댐이 건설되어 있었다면 이번 피해는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만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하천에 흐르는 거대한 홍수를 다목적댐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면, 또는 조금만 더 비가 와서 홍수량이 충주댐의 조절능력 한계를 넘어 여주와 서울에 강물이 범람했다면, 아마도 그 피해는 국가위기 상황 정도가 됐을 것이다.
  
  홍수와의 싸움을 전쟁에 비유한다면 계곡 급류와 산사태는 소총으로 해결할 국지전의 문제다. 이에 비해 산에서 내려오는 홍수량의 상당부분을 댐에 저장하여 하천에 흐를 홍수량 자체를 줄이고 제방을 쌓아 도시를 범람으로부터 막는 것은 전면전에 대비한 대포나 미사일에 비유할 수 있다. 전쟁에서 소총만 가지고 국지전에만 골몰한다면 백전백패가 확실하다.
  
  두 번째, 집집이 빗물을 받아 둘 저류조를 설치하고 하천변에 홍수를 저류시킬 유수지를 많이 만들면 댐을 건설하고 제방을 쌓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천변에 저류지를 설치하고 하천상류에 홍수터를 복원하는 것은 치수 측면에서 일부 지역적으로는 효과가 있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하천을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미 건설교통부는 환경단체가 주장하고 나서기보다 훨씬 전에 하천 치수정책의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이를 추진해 오고 있다.
  
  다만, 국내 국토여건을 생각하면 이러한 유수지 대책을 치수정책의 근간으로 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번 충주댐에는 초당 2만t이 넘나드는 홍수량이 1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는데 이 정도 홍수량은 1분도 채 안 되는 50초만 흘러도 100만t이라는 양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만일 1분 동안 하천에 흐르는 물만 잡아 둘 저류지를 하천변에 만든다 하더라도 가로, 세로, 깊이가 100m씩 되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든지, 집집이 1㎡의 콘크리트 저수조를 100만 가구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1분이 아닌 몇 시간 또는 하루이틀에 걸쳐서 흐르는 거대한 홍수량을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들이는 비용과 경제성을 아예 무시하고 우리 국토가 미국만큼 무지무지하게 넓고 버려진 땅이 무한정이라고 가정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이러한 감성적인 정책을 댐이나 제방보다 더 주요한 치수대책으로 채택하기에는 우리나라 홍수의 위협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오해가 없도록 부언한다면, 저류지는 우리나라 치수대책의 많은 대안 중에서 지역여건에 맞는 경우에 채택하고 있는 국지적 대안이지 치수정책의 근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방재 시스템, 선진국 못지 않다
  
  세 번째, 우리나라는 댐이나 제방 같은 하드웨어 건설에만 관심이 있고 선진국과 같은 좀 더 소프트웨어적인 홍수예경보 시스템이 모자라다는 주장이 있다.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홍수예경보 시스템과 방재 시스템이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앞으로도 홍수예경보 시스템을 좀 더 업그레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보다 우리가 못하다는 주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가 없다.
  
  특히 지난번 홍수 때 보았듯이 한강 홍수통제소는 한강 주요 지점들의 수위 예측을 정확히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예경보를 신속히 발령했다. 또한 최근에 와서 굳어지고 있는 기상변화 때문에 충주댐과 소양강댐의 홍수기 제한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댐의 홍수저장 능력을 극대화하여 수도권을 흐르는 한강의 수위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홍수 전문가들이 보여준 고도로 전문화된 소프트웨어적인 노력이었다. 아직도 외국 선진국보다 못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주체성 없는 자학으로 근거 없이 우리나라의 홍수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수준을 실제 이하로 비하하는 것은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현장의 전문가들에 대해 비전문가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수피해는 자연에 의한 재해이지만 분명히 관리를 잘못해서 발생한 인재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막연히 몇 가지 잘못된 사례를 전체인 양 분식하여 비전문가의 열정적인 아마추어리즘으로 치수정책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향력 있는 환경단체 간부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구호의 제목 아래에 자기 멋대로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물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환경단체 간부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볼 수가 없다.
  
  정부에 몸담고 있는 신분으로서 억지 논리와 거친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주장에 똑같은 수준으로 대놓고 반박할 수 없어 그동안 완곡한 표현만을 사용하다보니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관례 아닌 관례의 틀을 깨고 다소 진지하게 답했다.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것이 차라리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진정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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