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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타령만 하는 건교부, 이젠 해체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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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타령만 하는 건교부, 이젠 해체시키자"

[기고] 치수정책을 계속 건교부에 맡겨서는 안돼

전국을 할퀸 수해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다가올 8월, 9월의 태풍까지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혹자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 탓이라면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최근(1992~2001년) 하루 100㎜ 이상 쏟아지는 집중호우의 발생빈도가 과거보다 1.5배나 늘었으니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매년 수해가 집중호우와 관계없는 곳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실이나,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집중호우에 대비한다며 정책을 수립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무조건 '천재' 타형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난 5년간(2000~2004년) 치수 및 복구 예산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32조 원이나 된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나는 전적으로 건설교통부 탓이라고 생각한다. 치수정책을 총괄하는 건교부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전형적인 '정책실패'다. 단적인 예가 댐에서 시작해 제방으로 끝나는 건교부의 치수정책이다.
  
  홍수피해, 제방이나 댐 부족과 거의 관계없어
  
  건교부의 '물 관리'와 관련된 올해 예산은 수조 원에 달한다. 다목적댐 건설 및 관리비 2042억 원, 광역상수도 사업비 1532억 원, 치수 사업비 1조1599억 원 등이 그 세부 항목이다. 광역상수도 사업비는 댐에서 물을 끌어가는 시설을 구축하는 데 쓰이고, 치수 사업비는 제방을 쌓는 데 쓰인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건교부의 '물 관리'란 결국 댐 짓고 제방 쌓는 게 전부다.
  
  물론 댐과 제방은 중요한 치수정책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건교부가 오로지 이 두 가지 수단만으로 모든 수해에 대응해 오는 동안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7월 14~20일의 홍수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번 홍수의 인명피해(48명) 중 과반수는 산사태나 계곡급류로 인한 것이었다. 재산피해가 많이 난 서울 양평동이나 고양시 일산구의 경우는 하천 시설물의 부실한 관리에 따른 침수가 문제가 됐다.
  
  이렇듯 이번 홍수피해는 댐이나 제방 부족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다. 댐이 상류의 계곡을 지켜줄 수 없는데다, 제방을 더 늘려봤자 하천 시설물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오히려 선진국처럼 긴급 예보·대피 시스템에 완벽을 기했더라면, 또 시설물의 안전기준을 강화했더라면, 산사태를 막기 위한 난개발을 억제했더라면 피해의 상당 부분은 미연에 방지됐을 것이다.
  
  효율성 없는 구조물, 겉도는 치수정책
  
  상황이 이런데도 건교부는 여전히 '댐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수피해가 절정에 이른 7월 18일을 전후해 건교부, 열린우리당, 보수언론이 일제히 댐의 필요성을 집중 거론하고 나선 것이 그 전적인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댐의 홍수조절 효과는 얼마나 될까?
  
  현재 한국에서 홍수조절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댐은 15개의 다목적댐과 '평화의 댐' 정도다. 한강 유역의 경우 6000여 개의 댐이 있지만 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 화천댐 정도만 홍수와 관련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댐의 역할은 상류에 물을 저장해 중·하류의 수위를 낮추는 것에 한정되며, 그 양은 홍수기 홍수량 499억t의 5%(24억t) 정도다.
  
  다음으로 제방의 효과는 어떤가? 제방은 가장 직접적인 홍수 방어 시설이며 대부분의 도시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제방은 홍수를 줄이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홍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위한 장치다. 즉 한 곳의 홍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류에 제방을 많이 쌓으면 하류는 더 빠르고 더 강한 홍수를 맞게 된다.
  
  건교부는 지금까지 전국에 걸쳐 직선화된 제방을 3만km 가깝게 쌓아 왔고, 산간 골짜기와 산 중턱의 도랑까지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비가 오면 순식간에 하천으로 물이 몰려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간 환경단체는 계속해서 저류지 등의 구축을 주장했지만 건교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건교부는 수해 피해를 조사하면서 원인을 엉터리로 진단하고, 피해 복구 예산을 엉터리로 낭비한다. 여기에 복구비를 타내려고 굴삭기로 멀쩡한 다리를 부수기까지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수해 피해자들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른다. 이게 다 정책실패의 당사자인 건교부가 사후대책을 주도하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치수정책, 건교부에 맡길 수 없다
  
  지난 수십 년간 건교부로 대표되는 '건설족'들은 천문학적 재원을 동원해 만리장성(2700㎞)의 10배가 넘는 제방을 쌓고 세계 최고밀도의 댐 건설을 주도했지만 결코 국민을 최악의 수해로부터 지키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건교부에게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 건교부를 치수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해야 할 일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다. 건교부가 '목숨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탄강댐은 파주시 문산읍의 임진강 수위를 50㎝ 낮추기 위해서 70㎞ 상류에 댐을 짓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하천보다 낮은 곳에 문산읍을 만들어 놓고, 하천의 수위를 낮추겠다며 상류에다는 댐을 짓겠다는 것이다.
  
  애초 도시계획 과정에서 홍수위험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고, 또 어쩔 수 없이 도시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면 성토, 홍수배제 시설 설치 등을 통해 직접적인 홍수 피해를 관리해야 했었지만 건교부는 무조건 댐만 짓자고 한다. 왜냐하면 댐, 제방과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짓는 데 익숙한 건교부는 '발상의 전환'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교부는 '예산'과 '인력' 탓을 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언제까지 건교부에게 '또 한 번' 하는 식으로 기회를 줄 것인가? 이제 더 이상 치수정책을 감당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건교부로부터 '물 업무'의 권한을 빼앗자. 대안이 없다고? 아니다. 이미 환경부가 물 업무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건교부야말로 홍수를 맞아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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