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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타령하지 말고, '머리'를 좀 써라"

[기자의 눈]일부 언론과 당정의 '댐 만능론'을 보고

전국 곳곳에서 수해를 당한 주민들의 한탄이 가득한 가운데 이 틈을 못 참고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일부 언론이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 '물난리 뒤끝, 다목적 댐이 아쉽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입질을 하자 정부·여당은 냉큼 "다목적 댐 건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화답했다.

부동산 값이 오르면 주택 공급을 늘리자고 하고, 연휴 기간에 차가 막히면 도로를 더 뚫자 하던 이들이 이젠 수해가 나자 댐을 더 짓자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목적 댐을 건설했더라면 이번 수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조 원 댐 없어도, 치수 정책 잘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집중 호우 때 영월 지역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사실을 언급하며 7억t의 동강 댐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물론 동강 댐이 있었더라면 영월 지역의 홍수를 통제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영월 지역에서는 제방을 높이고, 배수 시설을 갖추는 것을 통해 수해에 대한 준비를 했다.

이번에 주민들이 대피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은 <경향신문>에서 이미 잘 지적했듯이 제방과 다리의 균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해를 대비해 제방을 높이면서도 다리는 제방보다 2~3m 낮게 방치해 뒀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다리가 물길을 막아 제방을 압박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즉 합리적인 치수 정책만 마련한다면 다목적 댐 없이도 홍수를 막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강 댐의 홍수 조절 효과는 건설교통부조차 강하게 주장하기 민망할 정도다. 예정대로 동강 댐이 지어졌더라도 이 댐의 홍수 조절 효과는 한강 서울 지점에서 수위를 겨우 20㎝ 저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건교부 차관이 '동강 댐을 지어야 한다'고 닦달하는 언론을 향해 "(동강에는 댐을 짓지 않는다는 기존의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겠는가?

감사원에서 '홍수 조절 효과 없다'고 목소리 높였건만 또…

또 한 쪽에서는 한탄강 댐을 예정대로 지어야 한다고도 한다. 이미 감사원에서 홍수 조절을 위한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은 허점투성이로 밝혀졌다. 그래도 미심쩍어 하는 이들을 위해 몇 가지 근거를 살펴보자. 우선 한탄강 댐 하류의 연천 지역의 경우 이번 수해 때 굳이 댐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홍수 위험이 없었던 곳이니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75㎞ 떨어져 있는 파주 지역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탄강 댐이 필요할까?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반론을 제시한다. 파주 지역에서 대홍수가 났던 1996년, 1998년, 1999년에 문제가 됐던 것은 한탄강 댐의 영향을 받는 임진강 수위가 아니라 지류인 동문천이었다. 영월 지역과 마찬가지로 동문천에 제방보다 낮게 설치된 다리가 물길을 막아 방향을 틀면서 결국 파주 문산읍이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결국 영월 지역이나 파주 지역이나 굳이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서도 (최소한 이번 집중 호우 정도의) 수해는 막아낼 수 있었다. 파주 지역의 경우 2000년부터 동문천 제방과 다리의 높이를 높이고 하천 바닥을 넓히는 작업과 배수 시설을 갖추는 통해서 '수재 도시'라는 오명을 씻었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다목적 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건교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치수 정책인 셈이다. 실제로 집중 호우로 서울, 경기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도 도시 지역의 안일한 홍수 관리 체계 때문이었다.

'댐' 타령하지 말고, '머리'를 좀 써라

지난 수십 년간 워낙 이곳저곳에 댐을 지어 놓은 탓에 일부 언론이 거론하는 1억t 이상의 다목적 댐을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교부의 댐 건설 장기 종합 계획에도 이런 초대형 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댐 건설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화북 댐(경북 군위) 등 4기가 건설 중이다.

환경연합은 18일 논평을 내 "많은 지역의 강수량이 정부 시설기준인 계획 홍수량에도 미치지 못했는데도 왜 비가 내린 대부분의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댐 건설을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수년간 집중 호우가 연례행사가 됐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을 못한 채 댐 타령만 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수해 예방 및 복구를 위해 투입된 국가 예산은 무려 32조929억 원에 이르고, 지난 수십 년간 건설한 댐은 1만9000여 개(높이 15m 이상 댐 1217개)에 이르는 데도 홍수 피해액은 매 10년마다 3.7배씩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피해액은 무려 1조 7100억 원이나 늘었다.

혹시 '댐'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2007년 여름에는 제발 제방보다 다리가 낮아서 물길을 막아 대홍수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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