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 의회에 대한 일종의 '로비'였다.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대의회 로비가 합법적일 뿐 아니라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원정투쟁단의 미국 의원회관 방문에는 한미 FTA를 막는 데 협력하겠다고 선언한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관계자 2명도 동행했다.
오종렬 단장 "FTA가 반미 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원정투쟁단은 이날 마이클 미쇼드 의원(메인 주)을 비롯한 여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한미 FTA가 지닌 내용상, 절차상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가 깊이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오종렬 단장은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사회에 끼친 폐해에 대해 지적한 뒤 NAFTA 모델을 따르고 있는 한미 FTA의 체결에 미국 의회가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청했다.
오종렬 단장은 또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문서들을 협정발효 후 3년 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FTA처럼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통상협정이 추진될 때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마련돼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 정부는 이런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원정투쟁단은 미국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한미 FTA를 막지 못하면 미국 초국적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자유무역협정'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부시 행정부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부시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의회,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한미 FTA에 대해 더 깊은 논의와 검토를 해야 한다고 원정투쟁단은 설명했다.
원정투쟁단은 또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나라들과의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이 전 세계에 '반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미국과의 FTA로 경제적, 사회적 시련을 겪은 나라들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정부나 좌파 성향의 정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 한미 FTA의 문제점 공감
이날 원정투쟁단이 만난 미국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NAFTA 모델을 따르고 있는 한미 FTA가 지닌 내용상, 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해 공감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또 원정투쟁단이 미국 땅에까지 와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한 보좌관은 원정투쟁단의 활동에 대해 "영리하다(smart)"는 평가의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 사회는 이미 NAFTA와 CAFTA(중미자유무역협정)을 '실패한 FTA'로 보고 있다. 이 협정들이 체결된 뒤 협정 상대국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실질임금이 하락했으며,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원정투쟁단이 이날 찾아오기 전까지는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는 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FTA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원들 중에는 한미 FTA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 2월 협상개시 선언에 이어 3월과 4월에 두 차례의 예비협상을 갖고 이달 들어 1차 본협상을 갖고 있는 등 FTA 협상을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한국 국회에서는 물론 미국 의회에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정보공유연대 관계자들도 이날 미국 의원회관에서 여러 명의 상·하원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한미 FTA의 여러 분야들 가운데 특히 지적재산권, 특허권 등과 관련된 쟁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들은 하루 전날인 7일 미국에 왔으며, 이날 미국 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제네릭(복제약) 제약회사, 미국 내 시민운동단체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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