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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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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

[먼슬리 리뷰: 제국의 확장(1)]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사건으로 인해 아프리카가 돌연 우리 사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피랍사건은 아프리카의 석유자원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지구적 쟁탈전의 한 부산물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 피랍사건 자체가 아프리카의 주요 유전지대 중 하나인 기니만에서 일어났고, 한국인 근로자들을 납치한 무장단체도 유전개발 중단 등 석유와 관련된 정치적인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평론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가 최근호에 지구적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제국적 거대전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석한 글 '아프리카에 울리는 경보: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A Warning to Africa: The New U.S. Imperial Grand Strategy)'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이 글의 필자인 존 벨러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는 미국이 제국의 확장과 공고화를 위해 최근 석유자원에 초점을 두고 아프리카 공략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미국의 이런 거대전략 추진은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터는 미국 오리건대학 교수이자 <먼슬리 리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항거하는 생태계>를 비롯해 환경사회학 및 정치경제학 분야의 저서를 여러 권 갖고 있다.

  
  존 벨러미 포스터의 글 '아프리카에 울리는 경보: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의 번역을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자본주의에는 언제나 제국주의가 존재한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가 진화해감에 따라 제국주의가 다양한 국면들을 거친다. 지금은 세계가 지구적 지배를 겨냥한 미국의 거대전략(Grand Strategy)이 두드러진 특징을 이루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를 겪고 있다. 미군이 아프리카까지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 상주기지를 두면서 말 그대로 지구적으로 군사작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말해준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석유에 초점을 둔 통제권 쟁탈전이 새로이 전개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 10년간에는 미국이 과거 냉전시대 내내 미국의 개입전략을 뒷받침했던 전략, 즉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봉쇄(containment)'라는 이름을 붙인 전략에 상응하는 거대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미국 지배엘리트들이 비판하곤 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2000년 11월에 국가안보 분석가인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가 제기한 바대로 미국이 현재 갖고 있는 '잉여의 힘'을 어떻게 활용해 세계를 재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이에 대한 하스의 답변은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의 지구적 지배력을 확고한 상태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 제국'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하스의 답변은 얼마 뒤 부시 행정부가 그를 콜린 파월이 이끄는 국무부의 정책기획국장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던 게 분명하다. 하스가 이런 답변을 내놓기 불과 몇 달 전에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 1997년에 설립된 워싱턴의 싱크탱크-옮긴이)'의 보고서가 그의 답변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군사적 거대전략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나중에 부시 행정부의 최고위 관료가 되는 도널드 럼스펠드, 폴 월포위츠, 루이스 리비 등이 작성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거대전략은 미국이 2001년 9월 11일의 공격을 받은 뒤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으로 현실화됐고, 곧이어 2002년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성명을 통해 공식화됐다. 하버드대학의 올린(Olin) 전략연구소 소장이자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창설멤버이기도 한 스티븐 피터 로슨(Stephen Peter Rosen)은 제국을 지향하는 미국의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서술했다.
  
  "군사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그 군사력을 다른 나라들의 내부적 행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단위를 우리는 제국(Empire)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제국의 어떤 지리적 영역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제국에 속하는 해외의 시민들을 통치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간접적인 제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제국은 제국이다. 이렇게 보는 게 옳다면, 우리의 목표는 경쟁세력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제국으로서의 우리의 지위를 유지하고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된다. 제국적 전쟁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국제전쟁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다르다. (…) 질서 회복을 위한 제국적 전쟁은 그렇게 (즉, 억지[deterrence]에 대한 고려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다. 제국에 도전했다가는 무사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최대 규모의 군사력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심리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돼야 한다. (…) 제국의 전략은 제국에 대한 강력하고 적대적인 도전자가 등장하는 것을 미리 막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제국적 동화(同化)의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예일대학에서 군사 및 해군의 역사를 가르치는 존 루이스 개디스(John Lewis Gaddis) 교수는 2002년 하반기에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게재된 글을 통해 다가오는 이라크 전쟁의 목표는 "유프라테스 강둑에 아쟁쿠르(프랑스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로, 백년전쟁 중인 1415년에 이곳에서 헨리 5세가 이끄는 잉글랜드 군에 프랑스 군이 패배했다-옮긴이)의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은 대단히 큰 힘을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므로, 15세기에 헨리 5세가 프랑스에서 거둔 유명한 승전과 마찬가지로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새로운 지정학적 판도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개디스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일의 패권', 즉 미국에 의한 '국제체제 관리'를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미국이 선제적 행동으로 전 세계에 대한 헤게모니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변환의 거대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거대전략의 성격
  
  클라우제비츠의 시대 이래로 군사 분야에서 전술은 '전투에서 병력을 운용하는 기술'로, 전략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전투들을 운용하는 기술'로 각각 정의돼 왔다. 이에 비해 에드워드 미드 얼(Edward Meade Earle)과 리들 하트(B. H. Liddell Hart)와 같은 군사전략가나 역사가들에 의해 발전된 '거대전략'이라는 개념의 고전적인 의미는 한 국가의 잠재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그 나라의 보다 폭넓은 정치경제적 목표들과 통합시키는 것이다. 역사가인 폴 케네디(Paul Kennedy)가 <전쟁과 평화의 거대전략(Grand Strategies in War and Peace)>(1991)이라는 저서에서 서술했듯이 "진정한 거대전략"은 "전쟁과 관련성을 갖는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평화와도 관련성을 가지며 (…) 수십 년, 아니 수 세기에 걸쳐서도 작동할 정책들을 개발하거나 그런 정책들을 통합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거대전략은 그 지향에서 지정학적이며 광물자원, 해상 수송로, 경제적 자산, 인구, 중요한 군사적 입지 등을 포함한 일정한 지리적 지역 전체에 대한 지배를 목표로 한다. 과거에 존재했던 거대전략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었던 제국들의 거대전략이다. 그러한 과거의 제국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넓은 범위의 지리적 영역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거대전략의 역사가들은 공통적으로 19세기의 대영제국(팍스 브리태니카)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로마제국(팍스 로마나)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날 미국에 관건이 되는 것은 단지 지구상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한 통제력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구적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구축이다. 최근 미국이 보여 온 제국 지향의 추동력에 대해 일부 논평자들은 부시 행정부 안에 있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소규모 집단이 벌이는 은밀한 작업의 결과로 보는 견해를 밝혀 왔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런 추동력은 미 제국을 확장시킬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미국의 권력구조 안에 존재하는 데서 나온다.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글도 포함해 최근 발간된 한 책의 제목이 <제국의 의무: 새로운 세기를 위한 미국의 거대전략(The Obligation of Empire: United States' Grand Strategy for a New Century)>이라고 붙여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아이보 다들러(Ivo. H. Daadler,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하워드 딘의 외교정책 자문역을 지낸 바 있다)와 제임스 린제이(James M. Lindsay,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한 바 있다)는 공저 <무한한 미국(America Unbound)>에서 미국은 오래 전부터 다자주의(多者主義)로 위장된 '비밀의 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부시의 백악관이 '미국의 힘에만 근거를 둔 제국'을 구축하기 위해 일방주의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일어난 변화는 그 제국의 은밀한 성격이 제거됐다는 점과 속국들에 덜 의존하게 됨으로써 그 제국의 병력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됐다는 점뿐이라는 것이다. 다들러와 린제이에 따르면 지금 미국은 '패권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측면과 세계를 '민주적 제국주의(democratic imperialism)'에 맞게 재편성한다는 측면에서 지구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공격적인 태도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정책이 취해온 태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지적한다.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제국 지향 추동력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행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으며, 냉전시대가 시작된 트루먼 행정부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부터 그런 추동력이 뚜렷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들러와 린제이는 다른 강대국들의 위상이 미국보다 처지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보다 협력적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면서, 협력적인 전략을 제국 운영의 보다 나은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단 패권국의 힘이 기울기 시작하면 그같은 협력적 제국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워진다. 지금 미국만 경제적 경쟁의 증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도 약화돼왔다. 미국의 유럽쪽 속국들은 미국에 직접적으로는 도전하지 못하지만, 미국의 지도에 항상 따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무장하고 있어 위험한 존재이지만 차차 기울어가는 패권국이 직면하게 되는 유혹이 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행동하면서 전리품을 독점하는 것을 통해 힘을 재구축하거나 더욱 증강시키는 시도를 하게 하는 유혹이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전쟁
  
  자본주의는 경제적 범위에서는 전 세계에 걸치지만 정치적으로는 경제발전 속도가 상이한 경쟁국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는 체제다. 불균등한 자본주의 발전에 내재된 모순은 1916년에 레닌이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라는 제목의 저서에 고전적인 설명을 해놓았다.
  
  "자본주의에서 세력권, 이익, 식민지 등의 영역분할에 근거가 될 만한 것으로는, 그러한 영역분할에 참여하는 당사국들의 힘과 그들의 일반적인 경제적, 금융적, 군사적 힘의 산술 외에 더 나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분할에 참여한 나라들의 힘은 서로 동등하게 변화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아래서는 상이한 사업체, 결합기업, 산업분야, 국가의 발전이 균등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의 독일은 자본주의적 힘에 관한 한 당시의 영국과 비교할 때 빈약하고 하잘것없는 나라였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러시아에 비교하면 하잘것없는 나라였다. 10년 또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상대적인 힘이 지금과 같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능한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지금 세계가 지구적으로 경제적 변환의 과정에 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관점이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도 계속 약화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에 대략 50%였지만 2003년에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와 비슷하게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잔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960년에는 거의 50%에 가까웠지만 21세기 초에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따르면 2039년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나라가 된다고 한다.
  
  미국의 힘에 대한 이런 점증하는 위협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토대를 놓는 일에 집착하도록 미국 정부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미국의 개입주의는 자국의 지구적 우월성을 장기적으로 보장해줄 전략적 자산들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단기적인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활용하는 데 겨눠져 있다. 그 목표는 미국의 세력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잠재적 경쟁세력들이 지구적으로 또는 특정한 지역에서 결국은 미국의 세력에 도전할 수 있게 할 긴요한 전략적 자산을 그런 잠재적 경쟁세력으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다.
  
  미국의 2002년도 국가안보전략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의 잠재적 적들이 미국의 힘을 능가하거나 미국의 힘과 동등한 힘을 갖겠다는 희망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우리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거대전략은 단순한 군사적 힘을 넘어서는 것이다. 잠재적 경쟁국에 대한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국가 간 경쟁의 진정한 요체다. 그러므로 미국의 거대전략은 자본, 무역, 달러화의 가치, 전략적 원자재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싸움을 군사적 힘과 결합시킨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들을 가장 명쾌하게 순서를 매겨 열거한 것은 아마도 브랜다이스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올린 연구소의 연구원인 로버트 아트(Robert J. Art)가 <미국의 거대전략(A Grand Strategy for America)>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것일 게다. 그는 "거대전략은 한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그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며 그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의 군사력을 어떻게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가를 말해준다"고 썼다. 아트는 미국을 위한 거대전략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중요도의 순서로 '우선적인 국가이익'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는 것.
  둘째, 유라시아 대륙에서 강대국 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고, 가능하면 그러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치열한 안보경쟁을 예방하는 것.
  셋째, 석유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넷째, 개방된 국제경제 질서를 보존하는 것.
  다섯째, 해외에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의 확산을 촉진하고, 내전의 와중에 민족말살이나 대규모 인명살상 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여섯째, 지구의 환경을 특히 지구온난화와 극심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이 여섯 가지 가운데 국가방위 그 자체, 즉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항해 '본토'를 방어하는 것 다음으로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세 가지는 (1) 세계적인 영향력 확보에 열쇠가 되는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에 대한 패권의 확보'라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목표 (2) 세계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의 확보 (3) 지구적 자본주의 경제관계의 촉진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목표들에 부응하려면 유럽과 동아시아(유라시아 대륙 중 강대국들이 집중돼 있는 두 군데의 연해지역) 및 페르시아만(세계 유전의 대부분이 존재하는 곳)에 "전진배치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아트는 주장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 확인된 유전의 대부분, 군사적 강대국들의 대부분이 존재하는 곳임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성장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주요 석유매장 지역들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이 계속되면서도 점령의 문제는 아직 결론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들 두 나라의 보다 힘센 이웃나라인 이란에 대해 '선제적' 공격의 위협을 강화해 왔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를 정당화하는 데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결국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에 관심을 갖는 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이란도 주요 산유국의 하나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에서 이란은 현재 이라크를 능가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나라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통제력의 확보는 미국 정부가 페르시아만 지역과 이 지역의 석유를 지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동지역을 넘어 더 넓은 범위에 미친다. 엄청난 규모의 화석연료가 매장돼 있는 카스피해 연안을 포함한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새로운 거대게임(New Great Game)'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이란도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기획자들은 '아시아의 에너지안보 망'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어쩌면 일본까지 포함해)이 하나의 에너지안보 망 안에서 경제적으로 하나로 뭉치고 에너지 협정을 맺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세계의 석유 및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체제를 무너뜨릴 경우에는 세계 세력판도의 무게중심이 전반적으로 동쪽으로 옮겨갈 토대가 구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화석연료에 대한 자국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에너지안보 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중국은 이란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자원을 더 많이 이용할 권한을 확보하는 것을 통해 이런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해보려고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인도의 핵강대국 지위를 뒷받침해주는 등 인도와 보다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것도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거대게임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19세기에 바로 이 지역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벌였던 옛 '거대게임(Great Game)'을 연상시킨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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