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는 23일 경북대에서 '황빠'의 진실을 봤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는 23일 경북대에서 '황빠'의 진실을 봤다"

[기고] 지금 누가 '국익'을 저해하고 있는가

"이형기, 이 개 시X놈, 빨리 나와!"
"이형기, 개 새X, 나오면 죽여 버린다."

지난 23일, 경북대병원 지역임상시험센터가 개최한 심포지엄 장소의 출입구를 점거한 20여 명의 '황빠(황우석 교수 극렬지지자)'들이 장장 3시간 반 동안 행사장 밖에서 소란스럽게 외쳐댄 쌍욕들이다. 이들의 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예 행사장에 접근조차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더군다나 심포지엄은 중간 휴식시간도 없이 진행됐다. 혹시라도 휴식시간의 소란함을 틈타 이들이 행사장에 난입해 무슨 해괴한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주최 측의 우려 때문이었다. 하루 전, 극렬 황빠들이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에게 행패를 부린 것을 고려하면 그러한 우려가 무리는 아니었다.

***경북대에서 당한 행패…의외의 성과를 얻다**

심포지엄은 끝났지만 출구를 막고 늘어선 난동자들 때문에 사람들은 행사장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했다. 결국 경찰이 중재(?)에 나서, 이들 중 한 명이 세 가지 질문을 하고 거기에 내가 답변을 하면 물리적 충돌 없이 출구를 터 주기로 했다.

그래도 부끄러움은 아는지, 얼굴이 보일세라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연신 치켜 올리며 질문에 나선 이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다짜고짜 "매국노인 당신 때문에 우리 황 교수님이 연구도 못하고 드러누웠으니, 민족과 국민 앞에 국익을 훼손한 죄를 고백하고 사죄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흠, 당신이라….' 이 말이 서로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라는 우리말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로 언쟁을 벌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은 회의가 들긴 했지만, 이것만은 바루어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아니, 처음 본 사람에게 무턱대고 '당신'이 뭡니까?"
"난 당신 사진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처음 본 게 아니야."

풋, 상황은 제법 심각했지만, 나는 웃음이 삐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보다'라는 말이 이 상황에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면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쯤이야 초등학생이라도 알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사람의 '상황 인식적 어의(語意) 지각(context-aware semantic perception)' 기능은 거의 마비상태임이 분명했다.

물론, 내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신'을 연발하는 것이나, 무작정 하대로 일관하는 말투 모두 맘에 안 들었다. 하지만 내 사진을 봤기 때문에 처음 본 게 아니라는 이 기상천외의 대답 속에 황빠 관련 사태의 모든 비밀이 숨어 있음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지기능 장애의 본보기를 보다**

과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게임 종료'된 황우석 논문 조작추문이 촛불집회로, 음독과 분신으로, 급기야는 폭력적 양상으로 전화된 데는 바로 황빠들의 인지(cognition) 능력이 수준 미달이라는 사실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요컨대 외부 자극들을 '지각'하고 '기억'하며, 그 사이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사고'해 결론에 도달하는 인지 기능이 이들에게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과 소문을 구분 못하고, 상상력으로 짜맞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우긴다. 자신들이 과거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 못하는 것도 이들의 인지기능 장애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몇 달 전 〈PD수첩〉이 논문조작 의혹을 들고 나왔을 때 "과학은 과학자들에 의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일개 PD 나부랭이' 운운하는 폭언과 폭력을 일삼던 게 황빠들이었다. 그래서 결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과학적인 방법, 즉 철저한 자료 검증과 증거물의 확보, 세부 분야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자문 등을 통해 논문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보고된 세포의 기원도 치밀한 과학적 실험 과정을 통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았다.

그 결과 황빠들이 그렇게도 과학계 최고의 권위로 받들어 모시던 〈사이언스〉가 서둘러 논문을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처〉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과학적 실험 과정과 그 결과를 높게 평가해 논문으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황빠들이 주장한 것처럼 과학자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과학계 최고의 권위자들이 그 결과를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즉 과거에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한다면 이쯤에서 문제를 접고 폭언과 폭력에 대한 진지한 사과 및 반성을 보여야 정상이다. 줄기세포 끼워 넣기를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요청한 황우석 교수나,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과학계의 결론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황빠들을 내가 '기괴'하다고 말하는 것이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지능력이 부족하면 기본적인 예의라도 갖추던지…**

더 심한 문제가 또 있다. 황빠들은 상호배반(mutually exclusive)이 아닌 두 명제 중 어느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지기능의 하나인 사고(thinking)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 질문을 한답시고 나선 남자는 마지막에 '배반포가 있느냐'며 따지듯 물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은 '배반포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논문을 조작했다' 또는 '원천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거짓이라는 논증을 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배반포가 존재하는 것과 논문조작 또는 원천기술의 부재는 논리적으로 상호배반이 아니다. 요컨대 어느 한 명제의 진위가 다른 명제의 진위를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각과 기억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황빠에게서 그보다 상위 또는 종합 기능인 사고의 온전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결국 '배반포도 모르면서 왜 황 박사를 비난하느냐'며 악악거리듯 대들던 이 사람에게 내 자제심은 무너졌다. "이 자식이 어디서 행패야?"

나는 지금도 더 심한 욕을 해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비겁한 폭력적 범죄행위에는 분연히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니할 말로 '형기'가 무슨 동네 개 이름인가? 심포지엄 내내 쌍욕을 해댄 것을 사과하라는 내 요구를 묵살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던 사람에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인지능력이 부족하면 기본적인 예의라도 갖춰야 할 게 아닌가? 사람 소릴 듣고 싶다면 말이다.

***지금 누가 '국익'을 저해하는가?**

어디 그 뿐이랴. 21세기 바이오 강국 진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임상연구의 인프라 구축 전략을 숙의하는 심포지엄을 망쳐놓음으로써, 입만 열면 '국익'을 강조하던 황빠들이 국익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당시 행사장 안에는 외국에서 초청된 연사도 있었다. 남의 행사를 망쳐 놓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인 앞에서 국가 망신을 주도한 것은 국익에 부합되는 일인가? 과연 누가 매국노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