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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의 토지가치 상승분은 사회가 공유해야"

[기고] "토지 임대, 건물 분양' 제도를 도입하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내건 '아파트 반값공급' 공약이 '부실공약'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홍준표 의원 주최로 열린 '30~40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아파트 반값공급 정책토론회'의 발제자였던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이 건물만 소유하고 부속 토지는 저렴한 지대로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은 더 이상 공공택지 개발이 힘든 서울에 한정된 공약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시인했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은 원래 토지정의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이며, 반 교수는 이 단체의 정책위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 교수는 "전국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택지에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제도를 시행하면 토지에 따른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서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친화적인 제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정책 차원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 교수가 〈프레시안〉에 보내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

현재 한국은 부동산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만 해도 1인당 주택 보급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집 없는 서민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막대한 개발이익이 개발의 당사자인 정부와 건설사들과 일부 땅부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힜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 특히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심리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개발이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주택을 구성하고 있는 토지의 가치가 인구 증가와 인프라 건설 등에 따라 상승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즉, 토지불로소득이 문제인 것이다.

***토지는 사회 전체의 것, 그 이익은 사회가 공유해야**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그동안 주택을 토지와 건물을 합쳐 하나로 보아 왔지만,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토지에서 나오는 가치 상승분은 사회가 공유하고 건물은 사유재산으로 놔두면 된다.

왜냐하면 토지는 사람이 생산하지 않고 하늘이 낸 유일한 자원이며, 그 경제적 가치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어서 한 개인이 땅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독점해야 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도 토지 위에 건설되는 것이므로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토지를 소유할 필요가 없고, 토지를 공공으로부터 적당한 기간 동안 빌려 주택을 짓고, 주택의 수명이 다 하면 다시 그 위에 다른 건물을 지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토지를 빌려 쓸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토지의 가치 상승분만큼을 임대료 형식으로 정부에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토지로부터 나오는 불로소득이 완전히 제거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즉, 투기 의도가 없는 실수요자들이 순수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토지 공공임대-건물 민간분양' 방식의 주택공급이 열쇠**

기존의 아파트 공급 방식인 '토지와 건물 분양' 또는 '토지와 건물 임대' 방식으로는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심리를 제거하기 어렵다.

오히려 '토지 공공임대, 건물 민간분양' 방식으로 주택(토임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도 활기를 띠고 국가경제도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게 되면 주택 분양가가 기존의 분양가보다 월등하게 인하되는 부가적인 효과가 생기게 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아파트 분양가는 '토지와 건물' 모두를 계산해 책정된 것인데 토임주택은 건축비만을 계산하므로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비가 빠져 분양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공공개발을 하게 되면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목돈으로 내더라도 건축비 절감과 주변 시세에 맞춘 분양가 거품이 제거돼 분양가 인하 효과가 더욱 크다.

토지 임대료를 목돈으로 내기 힘든 서민의 경우에는 월별로 임대료로 내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다.

***토지 공공임대 방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책**

주거용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이스라엘, 홍콩 등으로 그 효과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계약의 안전성을 위해 계약기간을 50년 이상의 장기간으로 해야 한다. 다만 분양주택은 주택원가가 곧장 회수되지만 토임주택은 공사비가 장기간에 걸쳐 회수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목돈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자금(예를 들면 연금기금 등)을 토임주택 건설에 사용하면 개발이익이 임대료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환수되고, 공공기관의 토지 비축량이 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재정구조가 호전될 수 있다.

'토지 공공임대, 건물 분양' 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기존의 국공유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의 토지 비축량을 늘여서 필요할 때 적절한 토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아파트는 토지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 토임주택 분양이 저조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기존 주택이 과잉공급이라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토임주택을 활성화하려면 앞으로 공급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단지는 모두 토임주택으로 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서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의 양극화는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이고, 더 나아가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의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주택문제도 이 문제에서 파생된 결과의 하나이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제도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토지 공공임대, 건물 민간분양'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될 경우에는 실제적으로 아파트 값이 현 분양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어 실수요자들과 서민들이 쉽게 주택을 구입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 '불로소득 기대심리 파괴'에 따른 실망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분양 사태 등의 문제점이 빚어질 수 있으나, 이런 문제점에 대해 장기적으로 잘 대처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 고려하고 있는 판교 및 송파 신도시 개발을 공영개발 방식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인 '토지 공공임대, 건물 민간분양'을 통해 토지불로소득의 제거와 건축물의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안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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