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구원, '교수 임용' 직후 '난자 제공'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한 박을순 연구원 외의 또 한 명의 여성 연구원이 박사 과정에 입학한 지 한 학기 만에 인천 소재 모 의대 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연구원은 황 교수의 연구에 난자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교수로 임용됐고 임용 시점에 공식 연구실적은 단 1편의 논문뿐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프레시안〉이 지난해 11월 16일 각종 학술 데이터베이스의 검색을 통해 처음 제기한 것으로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해당 대학으로부터 교수임용 관련 서류 등을 제출받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박사 2학기째 교수 임용…논문 실적 석사 논문 1편뿐**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한 구 모(34)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2003년 3월 3일 인천 소재 모 의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구 교수는 세포생물학을 담당하고 있다.

임용될 당시 구 교수는 박사 과정에 입학한 지 한 학기가 지난 시점이었다. 본인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도록 돼 있는 학술진흥재단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구 교수는 2002년 9월 박사 과정에 진학해 임용 시점에서는 단지 한 학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박사 과정 재학 중에 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우수한 논문 발표 실적이 뒷받침될 때에나 가능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학의 교수 임용자료에 따르면 구 교수의 임용 평가에 사용된 논문은 2편이었다. 이 논문은 각각 2001년 8월 돼지 난자에 대한 연구로 받은 석사 학위 논문과 2003년 8월에 〈한국수정란이식학회지〉에 발표된, 역시 돼지 난자에 관한 연구였다.

그러나 2003년 8월 논문의 경우 교수에 임용된 지 5개월 후에 발표된 것이어서 애초 교수 임용 평가에 반영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논문 게재가 확정된 시점도 그해 5월이며, 논문 제출 시점도 임용 직후인 3월 10일이었다.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도 않은 논문을 구 교수는 당당하게 교수 임용 자료로 제출해 해당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었던 셈이다.

물론 구 교수가 석사 학위 재학 중이던 2000년 7월 〈한국임상수의학회지〉에 황 교수와 함께 발표한 개의 발생과 관련한 논문 1건이 더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교수 임용 시점으로부터 과거 2년 이내의 논문을 심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애초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교수 임용에 '황우석 입김' 작용…임용되자마자 '난자 제공'**

구 교수가 이 대학에 임용될 때 함께 지원했던 연구자들 중에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 10편이 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 교수의 이례적인 임용에는 황우석 교수의 입김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2003년 이 대학 생명과학부가 만들어지던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향후 황 교수와 줄기세포 연구 협력을 모색하던 해당 대학이 황 교수에게 2003년 생명과학부의 교수진을 짜는 데 전권을 부여했다"며 "구 교수 외에도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교수 임용이 이때 이뤄졌다"고 전했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구 교수가 난자를 제공한 시점이 그의 교수 임용 직후인 3월 15일로 확인된 것. 구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자신의 난자 제공시점을 밝히면서 "이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한 '순수한 동기'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구 교수의 '황우석 옹호'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어**

그 동안 구 교수는 "난자 제공을 은연 중 바라는 분위기가 실험실 안에 존재하지 않았고 황 교수도 난자 제공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황 교수의 그간 해명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는 황 교수의 구 교수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지어 황 교수는 여성 연구원들로부터 난자 기증 동의서를 받는 등 여성 연구원들의 난자 기증을 종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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