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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재벌-국가 동맹'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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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참여정부, '재벌-국가 동맹'으로 전락"

최장집 교수, "재벌이 중심되고 정책이 봉사. 권위정권보다 더 친재벌"

참여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는 '원로'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교수 겸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이 최근 참여정부의 변신을 '재벌-국가동맹'으로 규정한 뒤 "이제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파트너로서 국가의 정책이 그에 봉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질타했다.

***"한국의 실질적 민주주의 계속 퇴보하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0주년 및 월간 <노동사회> 1백호를 기념해 개최되는 '한국의 노동, 과거 현재 미래'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민주주의와 한국의 노동'이라는 글에서 최근의 '노동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를 둘러싼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밝혔다.

24일 <프레시안>이 미리 입수한 이 글에서 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적어도 제도적 절차적 수준에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크게 발전했지만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무엇을 이루어냈느냐 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기준에서 볼 때는 그 발전이 매우 초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저히 퇴보했고 현재 계속 퇴보하고 있다"며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서로 반비례하여 발전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두 개의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우리 현실을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최 교수는 "중산층의 해체,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16%에 이르는 3백60만의 신용불량자의 양산, 빈곤층의 증가, 고용 불안, 빈부 격차의 증가, 저상장 지속과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문제는 불평등의 심화라는 현상을 창출하고 이것은 또 범죄, 살인, 가정해체, 자살률 등의 증가와 같은 사회 해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민주정부들은 권위주의 정부보다도 더 성장 중심적, 재벌 중심-노동 배제적인 경제, 사회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특히 이것은 민주정부 스스로 적극적으로 그것을 선택한 결과였다는 데 큰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정부의 이런 선택은 최근의 성장주의, 시장효율성, 시장합리성, 시장 주권이 큰 힘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민주주의 기반 자체를 스스로 허무는 위험 지역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잠재적 지지자들은 시장경쟁에서의 취약계층과 실업과 고용 불안정으로 위협받는 그룹-계층들, 시장경쟁이 가져오는 불평등화의 효과를 정치적 방법으로 완화해주기를 바라는 집단-계층들, 민주정치를 통하여 대표되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들이 스스로 시장원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탈정치화와 정치의 다운사이징에 앞장섬으로써 스스로의 권력과 사회적 기반을 약화시킨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커다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민주정부의 세 단계 '변신' : '재벌-국가 동맹'의 탄생**

최장집 교수는 민주정부의 '변신' 과정을 세 단계로 요약하며 참여 정부의 '변신'을 꼬집었다.

"첫번째 변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세력들의 다수가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것으로 믿는 정당의 후보를 지지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민주정부가 성립하지만, 이들 정치적 집권 세력은 정부가 된 이후 어떤 경제적, 사회적 정책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 대안적 정책, 실천 프로그램, 이를 추진할 인적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

두번째 변신: 정부가 된 이들은 시민사회와 시장에서의 막강한 헤게모니를 대면하게 되면서 국가관리와 정부정책의 수립-업적평가라는 압력에 놓이게 되는데, 그 압력은 주로 대중매체와 여론에 의해 두 방향에서 작용한다. 한 방향은 정부의 업적이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정부의 핵심이라고 할 리더십과 집권세력 자체에 대한 능력이 모든 계기마다 평가되고 추궁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두 외부세력에 대한 의존을 키워왔는데 하나는 권력집단인 재벌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내의 전문가 집단인 행정관료들이다. 이 과정에 대북문제와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일정한 개혁성을 유지하려는 자세를 견지하지만 아무런 경제-사회정책을 갖지 못한다.

세번째 변신: 이런 기득권과의 타협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증폭시켜 민주정부는 빈부격차, 고용불안정, 노동자소외, 사회해체라는 결과와, 정체성의 위기가 수반하는 리더십의 약화와 정부수행-업적의 하락이라는 두 가지 부정적 효과의 증폭에 직면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정부에 대한 잠재적, 현재적 지지 세력의 이탈이 증대하고, 정부의 기반은 더욱 취약해진다."

최 교수는 특히 "민주정부의 집권 세력들은 그들 스스로가 절차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가졌다고 자임하기 때문에, 이들은 사회의 민중적 지지기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취약하다고 믿는 보수 세력과 좋은 관계 설정 또는 지지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믿고 그렇게 노력한다"며 "그 결과 민주정부와 재벌기업간의 동맹이 이루어지게 되고, 정서적 급진주의와 실제 제도적, 정책적 실천의 극도의 보수적 내용이 기묘하게 결합하는 양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성장주의와 시장지상주의는 동전의 양면의 짝을 이루며 그 중심에 재벌-국가 동맹이 위치한다"며 "이 동맹에서 재벌기업은 국가의 역할과 그 행위의 범위가 무엇인가를 정의해 주고, 국가가 해야 할 정책을 제공해 주며, 관료 행정의 규칙과 규범의 모델을 제공한다"고 지적해다. 그는 "이제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파트너로서 국가의 정책이 그에 봉사하는 내용이 마련된다"며 "이 속에서 대학, 언론, 교회 등도 기업 조직과 연계가 강화되면서 그 반대편의 민중적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정부의 무능과 정책실패가 '노동 위기'의 근원"**

최 교수는 이같은 '재벌-국가동맹' 하에서 "노동 특히 노동운동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의 자랑스런 이미지 반대편 어두운 그늘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는 하찮은 무리처럼 인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업이 노동에 대해 부정적,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개혁적인 것으로 상정되었던 민주정부의 태도이며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민주정부의 지도자들이나 노동행정 및 정책 결정자들이 기업계의 완강한 보수적 견해와 다를 바 없는 태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민주정부-재벌기업 동맹의 환경 하에서 노동운동이 자리잡을 여지는 매우 좁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최근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보다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유연화의 방향을 완결짓고자 하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정부의 정책의도가 사전에 결정된 속에서 노조는 참여해 작은 것이라도 얻으며 그 과정에서 폭력적, 급진적, 파괴적 집단이 아닌 이성적 협상의 파트너라는 이미지 개선의 효과를 얻느냐, 아니면 더 중요한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현재의 얻을 것을 포기하고 판을 깨느냐 하는 선택의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전체 노동운동의 도덕적 위기를 증폭시킨 노조의 폭력사태가 과연 노조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는 바로 민주정부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며 "이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노동정책, 사회정책, 경제정책에 있으며 민주정부가 민주주의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 무능과 잘못된 정책의 산물"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질타했다. 그는 "IMF 사태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미국보다 더 높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수준으로 과격하게 진행됐다"며 "과연 한국의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유연화해야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국내로 돌려 고용을 촉진하고,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산층으로 상승 이동 안 되나?"**

최 교수는 "한국 사회는 노동 관련 의식에 관한 한 철저하게 계급적"이라며 "한국사회의 상류층과 중산층, 나아가 한국인 일반이 노동에 대해 갖는 인식은 분명 계급적으로 차별적이고 민주정부의 지도자들과 노동정책 결정자들의 노동과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노동귀족이나 노-노대결이니 하는 담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시카고의 US철강회사의 철강노조원들의 월평균 임금은 시카고에 소재하는 대학 교수들의 평균임금보다 높았고, 일본 IMF-JC 소속 기카큐슈의 신일본제철 철강 노조원들의 임금도, 또 독일 IN Metall 노조원들도 웬만한 대기업 사원은 물론 임원 봉급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며 "한국의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조원들의 임금은 왜 높으면 안 되고, 이들의 자녀들에 대해 대학까지 학비를 지원하고 가족이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때 그것을 왜 특혜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이들 정규직의 임금 수준과 회사 복지가 중산층의 범주에 들어갈 대졸사원이나 임원진 또는 대학교수들의 그것에 비교되지 않고 왜 비정규직 노동자나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그것과 비교되어야 하는지,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산층으로 상승 이동을 하면 잘못된 것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왜 국가와 기업이 아닌 정규직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하는지, 기업의 오너, CEO, 경영진, 정부의 공직자, 중산층, 대학교수 등 다른 집단이나 계층에 비해 왜 노동운동은 특별히 도덕적이어야 하는지, 그들이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것만 왜 특별히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는지, 이들이 선진국 노조원들이 향유하는 경제적 시민권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리 과격한 기준인지 한번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적인 접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노동문제 풀 수 없어"**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간곡한 당부로 글을 끝냈다.

최 교수는 "노동의 위기로 나타나는 현상이 먼저 민주정부에 있다고 해서 노조, 노동운동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도덕적인 접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서는 오늘의 노동문제를 이해하고 풀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금 노동운동은 ①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중소기업의 여성․이주 노동자 등의 이익을 하나의 조직 내에서 어떻게 대표할 수 있을지, ②현재의 재벌기업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의 기업별 노조와 다르게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노동자의 조직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과 영세자영업의 규모가 큰 산업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③노사관계에 있어서 법, 제도의 형태로 국가/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방향을 어떻게 모색할지, ④보수양당이 팽팽한 표의 균형을 만들 것이 예상되는 현실 정치의 전망 속에서 노동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의 표를 어떻게 조직할지, ⑤고전적인 생산직 노동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노동이 생계의 중심적 수단이 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온건현실주의적 노선을 어떻게 견지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과제는 선출된 민주정부가 어떻게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민주정부의 노동정책이 시장과 사회공동체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 정부 정책이 총량적 경제 성장만을 지향하기보다 평균적 공동체 성원의 경제적 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동반하는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민주정부의 중요한 역할과 이를 견인할 시민사회에서의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5일 심포지엄에서는 최 교수의 기조 강연에 이어 그간 한국 노동의 현재 상황을 엄밀한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밝혀온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이 '한국의 노동-진단과 과제'라는 글을 발표하고,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직무대행,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의원회 의장, 황기돈 한국노동교육원 사무총장 등이 지정 토론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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