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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감별 허용 주장, 그 '허구성'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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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감별 허용 주장, 그 '허구성'을 파헤친다

[기고] 정모 변호사의 헌재소원을 접하고

출산 전까지 아이의 성별을 알려줄 수 없도록 한 의료법 19조 2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을 받게 됐다. 변호사 정 아무개 씨가 "출산 전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이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그는 몇 가지 사실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부분 잘못된 것이기에 그 허구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첫째, 그는 임신 4개월부터 성별 고지를 허용한 프랑스처럼 우리나라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는 피임과 낙태 문제를 '인간의 자유와 권리'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한 치열한 역사적 투쟁을 통해 이끌어 낸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사회복지 시스템과 성숙한 자유를 구가하고 있는 나라다.

반면 전통적으로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는 성적 개방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조차 배제한 채 서구적 개념을 그대로 수용해 심각한 성문제를 안고 있다. 전체 미혼모의 절반 가까이가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콘돔자판기가 설치된 대학이 한 군데도 없고, 콘돔을 금칙어로 지정해 놓아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검색조차 할 수 없도록 해 놓은 상황에서 선진국의 외양만 베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둘째, 그는 '시대상황이 변해' 의학적으로 태아가 5~6개월 이상 되면 병원에서도 낙태를 잘 시행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남자 아기를 원하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8~9개월이 지나면 낙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인터넷에서 파문을 일으킨 한 산부인과 간호사의 고백은 '낙태천국'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게시된 글에는 임신 9개월에 가까운 아이들도 부모의 요구에 의해 유도분만을 통해 스스럼없이 낙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딸 둘을 가진 임신 9개월 된 부부의 낙태 요구로 유도분만을 했는데, 그날 태어난 아기를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해 결국 죽게 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임신을 한 여고생이 거리낌 없이 친구들과 몰려오고 그 친구들은 수술하러 들어가는 아이에게 환송식 하듯 "잘하고 와, 별것 아니야"라고 말한다는 목격담이다. 이 간호사는 "개인병원에 있을 때는 보통 이틀에 한 번은 이런 수술을 했다"며 "눈·코·입이 선명한 데다 손발이 버젓이 있는 그 아기들을 끄집어낼 때마다 살인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괴로워했다.

셋째, 그는 현행 의료법이 의사가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가족들에게 알려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국민의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현실을 외면한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불법 성감별 행위에 의해 90년대 한해 평균 3만 건의 임신중절 수술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이에 반해 1987년 의료법에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이 삽입된 이래 경찰의 단속에 걸려 법정에 선 의사는 97년 7명, 99년 6명, 2000년 3명, 2002년 2명 등 18명에 불과했다('병원, 태아 성감별 단속 콧방귀' 한겨레 2003년 11월 18일).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대부분 선고유예나 벌금형에 그쳤고, 5명만이 징역 8월~1년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이다. 이들을 포함해 의사 자격정지 또는 면허취소 따위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도 모두 20명에 지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검찰·경찰의 단속 손길이 너무나 느슨하고 실제 적발했을 때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원정출산에 나선 산모 중 일부가 출국 전 성감별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원정출산 산모, 출국 전 태아 성감별 검사' 동아일보 2003년 10월 2일). 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원정출산한 산모 12명을 조사한 결과 2명이 서울 강남의 산부인과에서 태아 성감별을 받고 출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산모 12명 중 8명이 남아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비는 108.7명으로 10년 전 115.3명보다 6.6명이 낮아져 정상 성비인 105±2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셋째 아기 이상의 출생성비는 무려 136.6명을 기록, 고질적인 남아선호는 여전하다.

생명경시 문화와 여아 차별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성감별 허용은 반인륜적인 여아살해 위기를 제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자연분만의 경우 신생아는 보통 산모가 퇴원할 때까지 2박3일 동안 신생아실에서 보호받으며 그 기간동안 갓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물품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해 둔다.

***필자**

이수열, 세이클럽 <낙태이제그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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