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검열, '금기의 벽' 무너지다
< 영 아담> <6월의 뱀> 등 파격적인 노출 영화 잇따라 개봉**
스토킹에 쫓기던 여인이 장대비 속에서 훌훌 옷을 벗어 던진다. 그녀의 몸안 은밀한 곳에는 바이브레이터가 들어 있는 상태. 카메라는 진한 흥분으로 흐느끼는 그녀의 온 몸을 훑어 내린다. 하드 코어 포르노의 장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개봉예정인 일본 츠카모토 신야의 영화 <6월의 뱀>의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국내 극장가에서 2~3년 전만 해도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장면들이 이제 버젓이 보여지고 있다.
<6월의 뱀>뿐만이 아니다. 역시 곧 개봉예정인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턴 주연의 <영 아담>은 남편의 눈을 피해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의 극한의 일탈을 담아낸다 . 이 과정에서 영화는 두 남녀의 헤어 누드를 비롯해 그 간의 우리 영화심의라면 극력 저지시켜 왔던 남자의 성기를 정면으로 노출시킨다. <영 아담>은 극 전편이 파격적인 성애의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이 영화를 수입한 판씨네마(대표 백명선)의 김동길 이사는 "당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 과정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것을 우려해 수입을 망설였다"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이의나 지적사항없이 18세 관람가 등급이 나와 처음엔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영화심의 등급은 전체관람가부터 12세, 15세, 18세 그리고 제한상영가 등 다섯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경우 일반극장에서의 영화상영은 실질적으로 금지된다.
성적 묘사에 관한 한 한국의 영화심의는 최근 들어 눈에 띌 만큼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 )에 의해 잇따라 수입 개봉된 프랑스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의 <팻 걸>과 <섹스 이즈 코미디>는 비록 영등위의 재심을 거치긴 했으나 남녀 성기의 직접 노출을 삭제없이 18세관람가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 두 작품의 경우는 노출된 남성 성기가 '보통의 상태'가 아닌 '성교 직전의 상태'의 모습이어서 관객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은 이 두편외에도 <로망스> <지옥의 해부> 등의 작품을 통해 출연배우의 리얼 섹스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로망스>는 1999년 개봉 당시 수십 컷이 삭제된 채 상영됐으며 <지옥의 해부>의 경우 올 4월에 열린 서울여성영화제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간신히 소개됐다. 이밖에도 레오 카락스 감독의 < 폴라X>, 파트리스 섀로 감독의 <인티머시> 등도 각각 1999년, 2003년 개봉 당시 소위 '리얼 섹스' 장면은 뭉텅이로 잘려 나간 채 상영됐다. 이들 작품의 개봉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의 극장가는 경천동지할 만큼 변화한 모습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김수용 위원장은 <팻 걸 > 등의 재심의 과정에서 "다소 과도한 노출이 있다 하더라도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를 고려할 때 필요한 장면이라고 인정된다" 며 추후 성애 묘사에 대한 영등위의 심의가 파격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엿보였다. 실제로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른바 성적인 표현수위의 제한은 가능한 한 낮추되 폭력묘사 부분에 대해서는 심의를 강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주목할 만한 점은 관객들의 수용 태도다. 1999년 장선우 감독의 ' 저주받은 ' 작품 <거짓말>의 경우 이른바 문제장면들에 대한 제작사의 자진 삭제를 통해 가까스로 일반개봉에는 성공했으나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국내 보수 사회단체들로부터 거센 저항에 부딪히는 등 난항을 겪어야 했다. 일부 관객들로부터도 우리 사회의 전통 윤리의식을 크게 위협하는 반(反)사회적 작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류의 영화들에 대해 관객들의 수용태도가 상당히 관대해진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신예 김수현 감독의 작품 <귀여워>는 극중 여주인공 (예지원)이 박수무당인 아버지(장선우), 그리고 배다른 삼형제들(김석훈, 박선우, 정재영)과 동시에 성적 관계를 맺는 역할로 설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저항감없이 각종 언론으로부터 주목받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귀여워>의 경우 일부 영화 전문지는 올 한해 최고의 수작으로 꼽고 있으며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 10월에 열린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영화의 성적 표현수위에 대해 관객들의 의식은 이미 국가 심의기구의 개방화 정책에 비해 훨씬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국내 관객들의 이같은 '오픈 마인드' 현상은 영화예술과 극장문화에 대한 변별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현실 생활로 확대해석하거나 모방하는 등의 착시 행위가 거의 없어졌거나 이를 구별하는 심미안이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아담> <6월의 뱀> 등처럼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서있는 영화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극장가에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은 국내 영화문화의 변화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들 작품들의 개봉을 계기로 파격적이고 과감한 영상실험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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