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실시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사에게 불리하거나 자사의 논조에 일치하지 않는 여론조사 내용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밝혀져 동아일보 보도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 "응답자 53.7% 盧의 개혁정책 지지 안해"**
동아일보는 8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1면과 4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동아일보 보도내용은 '노무현대통령, 국정운영 잘못하고 있다'(64.6%), '정부, 국정운영 잘못하고 있다'(77.1%) 같은 현정부에 대한 지지도 조사와, '이해찬 총리 사과후 한나라당 등원해야 한다'(48.6%) 등 국회파행 및 행정수도 이전 등 당면현안에 대한 조사가 주를 이루었다.
동아일보는 이밖에 노대통령 및 현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선 '매우 지지한다'가 4.9%, '지지하는 편이다'가 36.7%인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33.7%,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는 16.0%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쪽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53.7%가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정책의 방향 및 정책추진의 방법론 등과 관련해 되새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해설을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뒤, 인터넷판인 동아닷컴에 기사의 근거자료로 '여론조사 테이블'(여론조사표) 13개를 공개했다.
***'사라진 6개의 테이블', "盧, 진보적으로 가야"**
문제는 <프레시안>이 9일 입수한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테이블은 동아일보가 공개한 13개보다 6개가 더 많은 19개라는 사실이다.
동아일보가 누락한 6개의 조사항목은 '향후 바람직한 국정운영 기조'를 필두로 '국가보안법 폐지 찬반 의견' '과거사진상규명 찬반 의견' '사립학교법 개정 찬반 의견' '언론개혁법 찬반 의견' 등 이른바 4대개혁입법에 대한 여론,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부시 미국대통령 재선의 북-미/남-북 관계 영향'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었다. 동아일보는 왜 거액을 들여 조사한 여론조사 내용 가운데 이들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테이블도 숨겼는가는 여론조사 답변 내용이 답해주고 있었다.
첫번째 '향후 바람직한 국정운영 기조'이란 항목의 구체적 질문내용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정운영 기조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였다.
이에 대한 답은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가 51.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중도'(29.3%), '보수'(13.8%) 순이었다. 요컨대 노무현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요즘 크게 낮아진 것은 노대통령이 진보개혁을 바라던 지지층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답변이다.
이는 동아일보는 앞서 기사에서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53.7%가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정책의 방향 및 정책추진의 방법론 등과 관련해 되새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붙인 해설과 상반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요컨대 다수 여론이 노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진보적으로 국정운영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는 마치 다수 여론이 '개혁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 하겠다.
***"사학법-과거사진상법 찬성 다수. 언론개혁법 찬반 팽팽"**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관련된 여론조사 답변은 왜 동아일보가 이들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는가를 미뤄 짐작케 한다.
우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으로 보완하는 정부여당안에 대해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찬성' 36.1%보다 '반대'가 50.3%로 높게 나왔다. 이는 일반 여론조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어서 동아일보의 비보도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 하겠다.
하지만 나머지 3개 항목의 경우는 사정이 영 달랐다.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에 대해 찬성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찬성'이 52.9%로 '반대' 38.3%보다 높게 나왔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찬성'이 43.2%로 '반대' 33.7%보다 높게 나왔다.
'언론개혁법안에 대해 찬성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 40.8%, '반대' 41.3%로 오차범위내에서 엇비슷하게 나왔다.
요컨대 동아일보를 비롯한 조중동과 보수진영, 한나라당 등이 강력반발하고 있는 4대 개혁법안에 대해 국보법 폐지에 대해서만 반대여론이 많을 뿐,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학법 개정에 대해선 찬성 여론이 높고, 언론개혁법에 대해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당혹스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동아일보가 4대 개혁법안 가운데 '국보법 폐지'에 대해선 자사의 논조와 일치하는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4대 법안 조사결과를 모두 은폐한 이유를 미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오너가 사학과 언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동아일보에게는 더없이 당혹스런 여론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었을 성 싶다.
***"최악의 오보는 은폐"**
동아일보는 이밖에 '부시 미대통령 재선이 향후 북-미관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도 보도하지 않았다. 응답 내용은 '부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51.4%로,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 38.8%를 크게 앞질렀다.
이 내용 또한 보도시 보수진영에게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은폐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언론학 교과서는 "최악의 오보는 은폐"라고 가르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오보'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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