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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시민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대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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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시민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대안 마련하라"

"정부정책 잘못됐다" 결론, 향후 정책영향에 주목

보통 시민들이 3개월에 걸친 학습과 토론 끝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정책을 전면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파장이 주목된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원전 가동 기간 안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신규 원전 계획 전면 중단하고 대안 모색해야"**

지난 8일부터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소장 김동광) 주최로 국민대학교 학술회의장에서 본 회의를 열었던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 합의회의'는 11일 "정부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전력정책의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는 <시민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시민 보고서>는 17년째 표류하고 있는 핵폐기물처리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놓고 정부의 원자력 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통 시민들의 견해여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자력을 지지한다는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이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히 토론을 한 후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기존 정책에 반대하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민 보고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16명의 시민들은 원자력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연령과 성, 직업, 거주 지역 등이 서로 다른 보통 사람들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1, 2차 예비모임과 이번에 열린 3박4일간의 본 행사를 통해 전력정책과 원자력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들에게는 강창순 서울대학교 교수(원자핵공학과),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황주호 경희대학교 교수(원자력공학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부장 등 정부, 학계, 원자력 산업계, 환경단체, 원전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듣고, 관련 내용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원전 확대 반대, 균형 잡힌 정보가 주어진 후 내린 상식적인 결론"**

16명의 시민패널들은 국민대 학술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벽까지 밤을 새가며 준비한 <시민 보고서>를 발표한 후 청중들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부, 원자력 산업계,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민 보고서>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짧은 기간 동안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와 스스로의 학습 및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보고서의 결론은)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주어졌을 경우 일반 국민들이 도달하는 상식적인 결론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번 합의의 의미를 밝혔다.

이들은 "다양한 입장의 정보들을 접하고 민주적으로 토론한 결과 우리나라 전력정책이 친환경성과 평화, 공급 안정성, 사회적 수용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 등의 기준에 따라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런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원전의 신규 건설을 중지하고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최종 결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이어나가는 한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 만한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을 통해, (절박한 심정으로) 현재 이루어진 원자력에 대한 투자 이상으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력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원자력계 우려, "앞으로 정부 정책에 큰 영향 줄 것..."**

이번 '시민 합의회의' 결과에 대해서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등은 크게 당혹해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산자부와 원자력 산업계 입장을 대변해온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장은 "이번에 시민패널들이 내놓은 결론은 앞으로 정부의 전력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실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수원 관계자도 "앞으로 더욱더 그 수요가 늘어날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대책이 결여된 안"이라며 시민들의 합의 결과를 폄훼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번 합의회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그동안 산자부는 지난 9월 열린우리당에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방안으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합의회의'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번 '합의회의'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정해 왔다.

이번 합의회의에 이용두 전 산자부 원자력산업과장(현 석탄산업과장), 김승봉 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과장, 송명재 원장 등 정부 측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조정 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민 합의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산자부와 과기부 및 한수원은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 '원자력 정책 재고파'에 큰 힘 실어줄 듯**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환경부가 기존 산자부 등이 추진하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에도 이번 '시민 합의회의' 결과는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시민 합의회의' 결정도 시민단체가 주도해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시민 합의회의'를 고철환 위원장이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이번 시민들의 합의안이 정부 내 '원자력 정책' 재고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판단, 정부는 수용해야"**

한편 민주노동당도 <시민 보고서> 발표 직후 논평을 내, "이번 '시민 합의회의'는 산자부·과기부·원자력문화재단과 환경운동연합·에너지대안센터 등 원자력에 대한 찬·반 양측이 공동으로 준비해 일반 시민들이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도왔다"며 "또 하나의 참여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이번 결과는)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원전의 위험성과 지속 불가능성,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불평등과 갈등 문제에 대해서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이번 '시민 합의회의' 결과를 수용해 즉각 추가 원전 건설을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내 "이번 '시민 합의회의'는 이해관계자들과 기득권 세력에 의해 추진된 기존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시민들이 지적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원자력 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은 "이번 '시민 합의회의'는 일반 시민들이 정보를 얻고 그것을 토론할 적절한 기회가 갖는다면, 전력정책과 같은 전문적인 과학기술 영역에 대해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이번 합의회의의 의미를 밝혔다. "원전을 새로 짓지 말고, 다른 전력정책의 방향을 모색하자"는 일반 시민들의 제안이 '참여정부'로부터 어떤 메아리를 받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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