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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에서 날아온 '녹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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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에서 날아온 '녹색 희망'

[새책]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뉴스>

각종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 현 시점에서 한번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향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 나온 지 1백13년 만에 번역ㆍ출간된 윌리엄 모리스(1834~1806)의 <에코토피아 뉴스>(박홍규 옮김, 필맥 펴냄)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 윌리엄 모리스의 유토피아 소설**

윌리엄 모리스는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알려진 19세기 영국의 예술가이다. 생전에 '계관시인'으로 추대됐을 정도로 시인으로도 필명을 얻었다. 그는 19세기 영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40대인 1880년대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들어 죽을 때까지 사회주의 사상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런 윌리엄 모리스의 모습은 1998년에 나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의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국내에 체계적으로 소개됐지만, 거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 다시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박홍규 교수의 노력을 통해 그의 주요 저서 중 하나인 <에코토피아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에코토피아 뉴스>는 윌리엄 모리스가 영국 최초의 사회주의 운동단체인 '사회주의자동맹'의 기관지 <코먼웰>에 연재한 작품이다. News from Nowhere란 원제가 의미하듯이 이 책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같은 유토피아 소설이다. 원래 <유토피아 소식>으로 이 책의 제목을 옮겼던 박홍규 교수는 유토피아 소설들 가운데 유일하게 생태의 문제를 다룬 이 책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서 <에코토피아 뉴스>로 제목을 바꿨다.

이 책은 '사회주의자동맹'에서 혁명이 일어난 후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밤늦게까지 토론한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꿈속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지 200여 년이 지난 미래를 1주일간 여행하면서 경험한 일을 기록한 것이다. 전체 내용의 대부분을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로 전개하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윌리엄 모리스가 사회주의 운동을 하면서 수백회의 강연회를 통해 얘기했던 내용을 소설 형식을 빌려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윌리엄 모리스는 19세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지향해야 할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소설에서 혁명은 1952년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돼 있으며 이후 격렬한 계급투쟁의 시기를 거쳐 2003년이면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기가 끝나고 '평안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이 방문한 22세기는 '평안의 시대'가 150년이나 지난 후이다.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흔히 22세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큰 실망을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윌리엄 모리스가 묘사하는 미래 사회는 오히려 유럽의 중세와 비슷하다. 그 구분 자체가 모호해진 도시와 시골에서 분산해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과 이웃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노동의 종말'과 같은 일은 미래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발달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미래인들은 상당수의 노동을 수작업으로 해결하고 있다. 단 오늘날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 시간과 강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 듯이 노동에 임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삶에 활기를 주는 필수적인 것이며, '자아실현을 위한 과정'이다.

모리스가 묘사하는 미래 사회는 또 자연친화적인 삶이다. 이런 자연친화적인 미래상은 16세기에 쓰인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모리스 당대에 베스트셀러가 된 미국의 에드워드 벨러미의 <2000년에서 1887년을 회상함>과 같은 근대의 유토피아 소설이나, 최근까지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미래학 서적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모리스의 미래인들은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각종 건축물, 공장, 복잡한 도시 등을 자연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모습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바꿔 놓았다. 좀더 편리한 과학기술의 산물도 환경을 해치고 미감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공동체의 결정을 통해 그 도입을 포기하는 사회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유토피아는**

19세기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에 윌리엄 모리스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가치관이 결합된 그의 유토피아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현실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책 곳곳에 녹아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은 우리나라 또 세계 곳곳에서 '지역 화폐 운동', '공동체 운동', '대안 교육 운동'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주의적인 실천은 미국을 비롯한 패권 국가와 초국적 기업의 횡포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반세계화 운동의 논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오면서 가슴 깊은 아쉬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소설에서 혁명의 과도기가 끝나고 '평온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 2004년에 우리가 느끼는 아쉬움과 답답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유토피아'를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소설은 이런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일 수 없습니다. 당신은 전적으로 과거의 불행한 시대에 속하므로 우리의 행복조차 당신을 지치게 만들 겁니다. 다시 돌아가세요. 당신은 이제 우리를 보았고, 당신 시대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모든 처세훈들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를 위해 아직도 평안의 시대가 예비되어 있다는 것을 당신의 눈으로 보고 알았습니다. …… 자, 돌아가세요. 그리고 우리를 보시게 된 것에 의해 당신은 당신의 고투에 약간의 희망이라도 더했으니 좀더 행복해 하십시오. 설령 어떤 고통과 노고가 필요하다고 해도 우정과 평안, 그리고 행복의 새로운 시대를 조금씩 건설해가기 위해 분투하면서 살아가십시오."

그래 정말 그렇다! 내가 본 대로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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