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얌체회사'서 2200억 받아낸 나카무라의 '쓴소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얌체회사'서 2200억 받아낸 나카무라의 '쓴소리'

[신간] "엔지니어 공적을 CEO가 도둑질"

지난 1월 30일 일본에서는 청색 발광 다이오드(LED)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 대학의 나카무라 슈지 교수에게 개발 당시 근무했던 니치아 화학공업은 개발 대가로 2백억엔(약 2천2백억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나와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자신이 고휘도 청색 LED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특허를 독점 사용해 부당 이익을 얻었다며 2000년 8월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한 것으로, 그동안 종업원의 '직무상의 발명'에 정당한 대가, 상응하는 대가를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 경제계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나는 일본을 사랑했지만 일본 시스템에는 실망"**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자신의 인생관, 경험담을 엮은 <좋아하는 일만 해라>(나카무라 슈지 지음, 예영준 옮김, 사회평론 펴냄)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나카무라 교수는 도쿠시마 대학 공학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9년 도쿠시마에 있는 니치아 화학공업에 입사해 반도체 연구 및 제품개발 업무에 20년간 종사했다. 한마디로 비일류 대학을 나와 비일류 기업체에 들어간 '찬밥' 연구원이었던 그는 20년을 회사인간으로 일해온 일본 샐러리맨 연구원의 전형이었다.

세칭 '회사인간'답게 휴일도 없이 연구를 거듭하며 3백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던 그는 1993년 12월 세계 최초로 LED(전압을 걸면 파란 및을 내는 반도체 소자로 핸드폰 백라이트, 교통신호등, 평면 모니터, 차세대 DVD 저장 기술 등에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핵심기술)의 제품화에 성공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 덕에 이름없는 중소기업이었던 니치아 화학의 제품은 전세계 휴대폰의 90%에 이용되고 연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독보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그 자신은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일본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발명 특허의 대가로 회사 수익의 몇백만분의 1밖에 안되는 2만엔(약 22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는 "나는 우리나라(일본)를 사랑했지만 우리나라의 시스템에는 실망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건너가 산타바버라 대학 교수직에 몸담고 있으며 "일본 사회 악의 근원은 대학입시"라며 일본 교육제도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고도성장 원동력인 이과계통 공적을 고급관료∙경영자가 도둑질"**

이 과정을 담담히 써 놓은 이 책에서 나카무라 교수는 말미에 일본 이공계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곰곰이 들어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뤄낸 기적적인 고도 성장의 원동력은 이과 계통의 기술자가 필사적으로 연구 개발해 제품의 고성능, 고효율, 저비용을 실현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공적은 어느 사이에 고급 관료와 대기업 경영자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샐러리맨과 국민은 똘똘 뭉쳐 멸사봉공했던 고도 성장기에 받던 대우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하고 내팽개쳐진 상태에 있다. 제도와 현실의 사이에서 커다란 격차가 생겨난 것이다."

그는 이어 자신이 니치아 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건 이유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고 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에 대해 최근에는 칭찬과 비난이 반반씩 섞인 논조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세를 진 자기 회사에 소송을 거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거나 '나카무라는 돈 때문에 소송을 걸었다'라는 식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일일이 반론을 할 뜻은 없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혹시 니치아 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건 나의 주장이 인정되면 이같은 격차를 메우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신감을 가져라"**

나카무라 교수는 이어 샐러리맨들에게 "참고 일하면 반드시 보상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회사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고 충고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오랜 불황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거품 경제가 남긴 상처라고들 말하지만 어쨌든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가장 큰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젊은이들과 기업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일 것이다"

"싫은 일을 계속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샐러리맨. 작금의 불경기를 들먹이며 사직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회사측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완전히 사용자측의 논리만이 버젓이 통하고 있는 세상이다."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 하고 싶지 않은 일,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는 것만큼 인간을 갉아먹는 일은 없다. 이대로 불황이 계속되고 사람 손이 남아돈다면 샐러리맨은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가기 싫은 직장에 나가야만 한다.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전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로 회사나 교수가 말하는 대로만 굴러가도 어떨 수 없는 일이 되리라."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진정한 실력이 있는지 여부다.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실력을 확실히 쌓는 것은 본인 하기 나름"이라며 "샐러리맨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설파하고 있다.

***"싫은 일은 하지 말라. 좋아하는 일만 하라"**

그는 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충고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점점 자신이 생기고 실력도 늘어나 생각을 깊이 하거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에서 파생되는 모든 일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에 빠져들게 되면 그 일에 관계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감 있는 사원은 전직을 거듭하고 회사를 자주 바꿔 나갈 것이다. 자신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직종에서 대이동이 시작된다. 이것이 진짜 의미에서 고용의 유동화다...자신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든 빛이 나게 마련이다. 그런 매력은 전직을 할 때에도 발휘될 것이다. 만년 샐러리맨이 되지 않고 기업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 입시는 악의 근원. 자신감 없는 젊은이 대량 양산" **

역으로 그는 일본 사회가 자신감이 없는 이유를 일본의 교육체계에서 찾고 있다. "대학 입시는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일본 대학의 경우 들어가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 대학 입시 문제는 어려운 문제, 이상한 문제만 잔뜩 모아놓은 '울트라 퀴즈'다...일본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전문 지식을 확실히 익혀 대학을 졸업해야 하지만 놀기만 했으니 사회에 나와서 써먹을 만한 지식도 없다. 자기들에게 실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감이 없다."

"즉 일본의 교육은 자신감 없는 젊은이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자신감 없는 젊은이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전체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교육체계와 비교하고 있다. 미국에는 인생의 진로 수정이 가능한 교육시스템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폭넓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미국에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이다.

나카무라 교수가 비판하고 있는 질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것이 일본 사회에 대한 질책인지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일본 사회의 문제와 한국 사회의 문제가 너무나 유사하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하지만 책이 답답하게만 하고 있지는 않다. 나카무라 교수의 말대로 "인생은 언제나 새출발할 수 있으며", "어쨌든 인생은 재미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