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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살코기 수입 결코 안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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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살코기 수입 결코 안될 일"

[기자의 눈] 정부 일각의 '미묘한 움직임'을 보고

미국발(發) 광우병 파동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국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쇠고기 수입금지 빗장을 풀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듯한 움직임도 비쳐,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육류 방역 체계의 근간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미국산 살코기는 먹어도 된다"**

허성만 농림부 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살코기는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 세계 실험 결과 특정위험부위(뇌ㆍ척수 등 광우병이 감염되기 쉬운 곳)를 제외한 살코기에서는 (광우병) 병인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런 논리하에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 경우 미국산 쇠고기 중 살코기에 대한 수입을 다시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당장 이미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 중에서 살코기 부분에 대한 유통을 허용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같은 미국소 살코기 수입재개조치가 내려질 경우 커다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과거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 대해서는 광우병 발생이 사라진 뒤에도 수입 금지를 푼 사례가 없어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도축 과정에서 뇌 등이 파열돼 살코기에 묻을 경우나 유통 과정에서 특정위험부위가 살코기와 섞여 가공될 경우 등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살코기가 감염될 가능성이 미미한 것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살코기 수입 재개를 예고하는듯한 허 장관의 말은 국민의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정부의 과도한 '미국산 맹신'**

농림부는 과거 캐나다ㆍ일본 등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에 대한 맹신적 신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자, 정부의 대처는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소비자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주무부처 장관의 기자 회견 자리에서 밝힌 미국 워싱턴 주로부터 수입된 최근 2개월치(11월1일~12월24일) 특정위험부위 물량에 통상 위험 부위로 포함이 안 되는 다리뼈도 포함돼, 농림부의 '주먹구구'식 대책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더욱 미국은 광우병 쇼크를 겪은 뒤 엄격한 검역체계를 운영중인 영국등 유럽과는 달리, 병들어 비틀거리는 소들에 대해서만 광우병 조사를 하는 등 허술한 검역체계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미국산 살코기의 안전성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미국산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허 장관의 얘기를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영국의 경험, 반면교사 삼아야**

한 전문가는 "허 장관의 얘기를 듣자마자 1990년에 영국의 농무부 장관 존 검머가 '영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면서 자기 딸과 쇠고기 버거를 먹던 장면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5년 뒤인 1995년 영국은 인간 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vCJD) 증상으로 19살 청년이 최초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고, 현재까지 인간 광우병에 걸린 1백53명 중 1백43명이 영국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피해자의 평균 나이도 쇠고기 버거 등 쇠고기 가공 식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9살이다. 영국에서는 현재까지 모두 18만 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영국의 예는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가져올 무서운 결과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그간 1996년 이후 영국, 캐나다 등 광우병 발생국가들로부터 축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취해 왔다. 샘플 조사를 통한 광우병 조사도 병행해 왔다. 이런 미흡한 조치만으로 한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5년생 젖소에서 광우병 증상이 발견된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 역시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본의 광우병 감염 소가 1996년 이전에 영국에서 수입된 사료 탓이라는 지적을 감안해 본다면, 1996년 이전에 영국에서 사료 등을 수입한 적이 있는 우리나라 역시 언제 광우병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또한 미국에서도 광우병이 발병함에 따라 수입된 미국산 사료를 먹은 한우들도 절대 안전지대에 있다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대한의 예방만이 광우병 막을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확인된 마당에, 미국산 쇠고기의 '특정위험부위를 제외한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이나 수입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정부가 휘둘리는 모습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더구나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광우병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작 프리온 단백질이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지조차 일종의 '유력한' 가설일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예방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항상 사태를 더 악화시켜 온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광우병에는 성역이 없다'는 유럽의 경고를 인식해 가능한 한 최대한의 방역 수준과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부의 확고한 대응이 전제됐을 때,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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