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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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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

[화제의 책] <파레콘>과 <지구를 입양하다>

9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1년중 가장 풍성하고 여유가 있어야 할 이 때 우울한 소식들만 들려오기 때문이다.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기 위해 이국에서 한 농부가 자결하고, 우리 젊은이들을 전투병으로 이라크에 파병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젠 자연도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막대한 태풍 피해에 서민들 가슴에는 멍이 들었다. 지구 환경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앞으로 이런 '자연의 복수'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비관하기보다는 심기일전해 우리의 삶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파레콘>(김익희 옮김, 북로드 펴냄)과 <지구를 입양하다>(이한중 옮김, 북키앙 펴냄)는 우리가 갑갑함을 해소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파레콘>은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을 대표하는 마이클 앨버트가 인터넷 네트워크 'ZNet(www.zmag.org)'에서 진행된 대안 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한 책이고, <지구를 입양하다>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 프로젝트 단체인 연간 3백만명이 방문하는 '사회변화창안연구소(www.globalideasbank.org)'에 접수된 혁신적 아이디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한두 사람의 설익은 주장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갑갑함을 느껴온 전세계인들이 집단으로 고민해 내놓은 결과물인 셈이다.
<파레콘>(마이클 앨버트 지음, 김익희 옮김, 북로드, 2003). ⓒ프레시안

'파레콘', 평등과 참여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상 꿈꿔

'파레콘'은 '참여경제(PARticipatory ECONomics)'라는 뜻이다. 계층·지역·나라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는 자본주의적 세계화 대신 평등과 참여를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적 경제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짓밟고, 뭉개고, 팔꿈치로 밀어제치고, 서로의 발등을 밟는 것이 인간의 가장 바람직한 운명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운명은 무엇인가?"

존 스튜어트 밀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지난 10여년에 걸쳐 많은 사람의 논의를 통해 개발돼 온 '파레콘'의 핵심은 "공평성, 연대, 다양성, 자율관리, 생태적 균형" 등이다.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조장하는 부익부 빈익빈, 약자들에 대한 억압, 공공재에 대한 경시, 중앙계획과 통제의 강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적대감, 문화적 가치의 획일화 등에 맞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파레콘'이라는 것이다.

'파레콘'의 이론가들은 새로운 대안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생산수단의 소유가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소유를 지향해야 한다 △노동자들과 소비자가 직접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계급·계층 구분을 강요하는 위계적 조직을 지양한다 △재산과 권력 또는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아닌 노력과 희생에 대한 보상을 추구한다 △시장이나 중앙계획보다는 참여계획을 통해 자원이 배분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 모든 과정이 구성원 사이의 합의와 발전적 비전 제시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다.

아름답지만 또 다른 몽상가의 선언처럼 들리는 이런 '파레콘'의 주장의 근저에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앨버트는 이런 전제를 의심하면서 '파레콘'을 비웃는 사람들이야말로 "인간이 사악한 존재이기를 바라고 있는 냉소주의자"라고 쏘아붙인다.

지구를 지키는 작지만 큰 아이디어들

'파레콘'을 결코 가능하지 않은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는 <지구를 입양하다>에 눈을 돌려보자. 이 책에 모아 놓은 1백82개의 아이디어들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파레콘'이 총론이라면 <지구를 입양하다>의 아이디어들은 일종의 각론인 셈이다.

이 책의 제목인 "지구를 입양하다"는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지구 입양 프로젝트(The ADOPT-A-PLANET Project)'에서 따 왔다. '지구 입양 프로젝트'는 모든 학교의 모든 학급이 지구 땅의 특정 부분을 입양해 지속적으로 돌보는 프로젝트이다. 학생들은 '지구의 수호자'로서 거리나, 연못, 공원, 강 등을 입양해 기업의 오염 물질 배출을 감시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낙서를 긁어내고, 벽화를 그리고, 작은 나무와 꽃을 심고 그곳에 사는 이웃들을 돕는다. 그 덕분에 쓰레기투기장이 된 연못은 멋진 생태 공원으로 변했고, 버려진 놀이터는 다시 아이들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 시에서 시행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민주노동당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참여예산제'도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꼽혔다. 지난 10년간 포르투 알레그레 시는 공공사업의 예산 할당을 시민들이 직접 결정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연된 부패와 자금집행의 실수를 피하고, 문제에 대한 현장 진단과 주민들의 참여 능력이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하수처리 시스템의 대상인구 비율이 46퍼센트에서 85퍼센트로 껑충 뛰어오르고, 수도공급 가구가 6만5천가구 늘어난 것은 실질적인 효과였다.
<지구를 입양하다>(니콜라스 앨버리 편집, 이한중 옮김, 북키앙, 2003). ⓒ프레시안

장난스럽지만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아이디어들도 있다. 강에 폐기물을 마음대로 버리거나 유출시키도록 한다. 단 버린 사람이 그 물을 정수처리하지 않고 식수로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오염자 책임 원칙을 장난스럽게 지적한 셈이다.

1백82개의 아이디어들을 훑어보다보면 언제 한번쯤 스스로 해봤던 생각일수도 있고,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봤을 법한 아이디어들도 많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상당수의 아이디어들이 국가, 지역, 개인 차원에서 이미 어디선가 실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레콘>은 다음 민요로 책을 끝맺는다. <파레콘>이나 <지구를 입양하다>에 나온 아이디어를 직접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읽는 사람들이 책을 쓰며, 요리사가 아니라 먹는 사람들이 파이의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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