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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9가지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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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9가지 강점

서울파이낸셜포럼, "한국은 놀라운 추진력을 가진 민족"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인 ‘동북아 경제허브(중심)'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시켜야 하며, 우리나라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9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파이낸셜포럼(회장 김기환)이 21일 주최한 ‘아시아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한국:비전과 전략’ 세미나에는 국내외 금융계의 최고전문가들외에 정부측을 대표해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발표자들과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경쟁국인 도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의 약점**

이날 세미나에 제시된 보고서는 향후 금융산업이 전체 산업의 핵심이 되는 배경과 이에 따라 한국이 '소득 1만달러' 선에서 재차 도태되는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시아금융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절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발제는 보고서 작성에 깊게 관여한 도미닉 바튼 한국맥킨지 대표가 맡았다. 그는 지난 13일 노무현 당선자의 초청으로 노 당선자와 만난 자리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을 제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발표는 향후 노 당선자의 금융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바튼 대표는 “경제자율화, 자본이동성 증가, 디지털화 등으로 2020년경이면 지금보다도 훨씬 금융산업이 자유화될 것”이면서 “금융이 산업의 중심이 되리라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바튼 대표는 “현재 많은 국가들간에 서로 먼저 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동북아지역에는 이렇다할 국제금융 중심지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의 경우 국내거래에만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향후 금융중심지로 유력한 중국 상하이 역시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어 당분간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한 "홍콩의 경우 런던과의 밀접한 관계와 금융인프라의 발달을 바탕으로 그동안 아시아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지리적으로 동남아에 인접해 있는 데다가 중국본토와 정치경제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겪고 있어 역내 금융중심지로서의 기능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싱가포르는 지난 10~15년간 금융인프라 구축에 큰 성과를 보였으나 홍콩보다 더 동남쪽에 위치한 데다가 한국에 비해 국내경제기반이 협소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갖고 있는 9가지 강점**

바튼 대표는 “반면에 한국은 동북아에서 으뜸가는 국제금융중심지로서 부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 9가지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나씩 강점을 열거했다.

첫번째는 '경제규모'다.
한국은 4천6백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갖고 있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동시에,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이다. 한국은 전자, 통신, 자동차, 조선, 철강 부문에서 국제경쟁력을 지닌 대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내 매출규모기준 1백대기업중 한국기업이 56개를 차지해 최다보유국으로 부상했으며, 이들 기업은 이미 대규모의 국가간 거래, 자금조달 및 투자 수요 등을 창출하고 있다.

두번째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은 동북아지역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세계경제의 20%가 서울에서 비행기로 반경 2시간반내 거리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비중이 26~30%로 높아지면 동북아 역내시장은 북미나 유럽에 필적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세번째는 '대규모 국내금융자산 풀'이다.
한국은 인구규모가 매우 크고 이들의 경제력도 증가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인구는 5천2백만명, 1인당 GDP는 2만달러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 한국의 저축률은 매우 높으며, 향후 20년간 인구가 노령화하면서 다양한 저축,투자,금융 및 위험관리수단을 필요로 할 것이다.

네번째는 '다양한 대형금융기관과 활발한 금융시장'이다.
한국은 5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내 1백대 금융기관 리스트에 한개의 기관도 올라있지 않았으나 이제는 9개 금융기관이 포함돼 있고, 일부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다. 한 예로 시가총액 1백60억달러의 국민은행은 아시아 11위, 세계 40위권의 대형금융기관이 됐다.
한국은 동시에 일본을 제외하면 채권,생명,손해보험 같은 금융상품에서 아시아지역내 최대시장으로 성장했고, 대부분 금융시장에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섯번째는 '견실한 인적구조와 풍부한 인적자원'이다.
한국인의 평균연령은 32세로 비교적 젊은 인구구조를 갖고 있으며, 취업인구중 25%가 대졸자이고 젊은층은 지식기반 서비스경제에 필요한 능력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 고졸자의 7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 이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한국인들은 아직까지 왕성한 근로의욕을 갖고 있다.

여섯번째는 '첨단 IT인프라 역량'이다.
광통신이 폭넓게 활용되고 인구의 3분의 2가 이동통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성인인구의 절반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미래를 매우 밝게 한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주요선진국 수준에 필적하거나 능가하고 있는데, 특히 최상급의 IT인프라는 24시간 주식, 외환, 국경간 자금이체 거래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일곱번째는 '금융개혁에 대한 모멘텀'이다.
97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다양한 금융개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일본, 중국 등 다른 역내국가들에 비해 향후 상당기간 금융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덟번째는 '상당한 수준의 사법부 독립'이다.
아시아 다른나라에 비해 독립적인 사법부는 국제금융중심지로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공정한 분쟁해결을 가능케 한다. 세계적인 민간투자운영사인 론스타, 뉴브릿지, 워버그 핀커스, CVC 등이 여타 아시아국가에 ㅣㅂ해 한국에서 더욱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한국사법부의 독립성 때문이라 한다.

아홉번째는 '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의지'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아직 그리 길지 않지만 이미 깊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매우 강하며 언론도 상당히 독립적이다. 무엇보다 지난 15년에걸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10대 전략**

이같이 9가지 장점을 열거한 바튼 대표는 동북아금융중심지를 달성하기 위한 10대 핵심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중심지들과의 네트워크, 다중통화 시장 형성, 국내 및 국제자본수요자 유치, 국내 및 국제 자본공급자 유치, 국내 및 국제 투자자 유치, 세계적 수준의 관련서비스 제공, 혁신과 창의성이 발휘되는 시장환경의 조성, 엄격한 기강과 정직성의 확립,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확보, 마찰요소의 축소와 효율성 제고 등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같은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만 하면, 한국은 동북아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튼에 이어 발제에 나선 양수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금융포럼 의장(전OECD대사)은 10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제분야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양 의장은 “정부가 산업 리더에서 시장기반 조성자로서 역할을 바꾸고,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규정과 감독이 ‘간헐적, 사후적, 임의적’이라는 평가를 벗어나도록 규정들이 간단명료해지고 감독규정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아울러 “OECD국가중 금융산업에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나아가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외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의 유인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금융센터가 되려면 우선 기업들이 모이는 여건부터 갖춰야"**

그러나 이같은 발제에 대해 2부 순서로 마련된 토론시간에 패널들의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쏟아지면서 뜨거운 토론이 전개됐다.

최생림 교수(한양대)는 “10년안에 한국을 아시아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보고서를 검토한 첫 느낌은 장밋빛 보고서라는 인상을 주었다”면서 “어떻게 국제금융센터로 만들어갈 것인지 전략적 연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세율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미국의 엔론사의 경우 세율이 낮은 조세회피지가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가와 조세협약을 맺고 있는 네덜란드에 무려 1백40개의 자회사를 설치했다”면서 “세율을 낮춰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에 국제금융교육기관이 하나도 없는 실정에서 어떻게 국제금융센터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금융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냐”면서 “국제금융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외환시장부터 발달해야 하는데 아다시피 양과 질에서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형편없는 수준이기에 전면적인 금융개방을 뜻하는 국제금융센터 추진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국내 은행의 전문능력부터 키우고 개방에 따른 위험 관리 등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여건으로 볼 때 금융센터에 요구되는 시장지향적 규제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도 “1만 달러의 한계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아시아국제금융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달성하려면 환골탈태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소장은 “홍콩 주재 한 외국금융 CEO에게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어떤 조건을 고려하느냐고 물어보니 금융만을 위한 금융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면서 “국제금융센터가 되기 위해선 기업 고객들의 많이 모이게 되는 여건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너무 서두르다간 위험 초래할 것"**

뒤늦게 토론에 참석한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보다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변 국장은 “아시아 금융중심지라는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문제점도 부각돼야 하는데 이것이 빠진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국제금융센터가 된다는 것은 금융산업이 전쟁터로 변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돼도 좋으냐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 도출되어야 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내 실력을 잘 알기에 하는 말인데 나같은 규제자들은 물론 (패널로 참석한 이강원 외환은행장을 쳐다보며) 외환은행도 없어질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변 국장은 나아가 보고서가 요구한 “아시아 금융중심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민간합동기구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중요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사람들은 흔히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기구가 작동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 나라의 금융수준은 감독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게 제 판단”이라면서 “금융선진화에 맞는 사고방식의 개선 없이는 조직개편만으로도 안되는 과제를 10년만에 달성하겠다며 너무 서두르다가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재경부가 감독기구는 아니지만 향후 5년간 금융관련법을 완전 정비하려고 준비중”이라면서 “규제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치, 불투명 등 비판을 받는 근본적 원인도 금융관련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규제당국자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변 국장은 “금융산업간 칸막이를 없애려는 추세에 반해 현행 금융관련법은 칸막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금융관련법을 개선하는 데만 3~5년이 걸린다”면서 “금융센터 건설은 단기간에 이뤄질 과제가 아니다"라며 단계적 접근을 요구했다.

***"한국인은 신속하게 야심찬 계획을 실현시키는 놀라운 민족"**

토론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발제자들은 다시 반론을 폈다.

바튼 대표는 “5년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인은 신속하게 야심찬 계획을 실현시키는 놀라운 민족”이라고 한국인들의 추진력을 근거로 들었다.

양수길 의장도 “설정한 기한이 짧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비전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게 아니냐”면서 “정부에서 법체계 정비까지 해주겠다고 나서니 금상첨화”라면서 자신들의 비전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외환위기 때는 위기의식을 활용해 짧은 기간내에 극복을 해낼 수 있었다면 아시아 국제금융센터 건설은 이번이 아니면 안되는다는 절박감에 따른 위기의식과 반드시 해내고 말아야 한다는 비전이 공유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들은 금융서비스 시장이 전면개방될 경우 가장 직격탄을 맞는 금융지식근로자들의 저항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는 문제가 현실적인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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