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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MB정부, '무당경제학'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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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MB정부, '무당경제학'부터 버려라"

마르크스주의자의 현실인식…"금융으로 금융위기 극복 못 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마르크시스트의 현실 인식과 처방은 생각보다 '온건'했다. 서울대학교의 마지막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였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13일 특강에서 "결국 금융이 문제다"면서 "미국식 모델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 대학 교수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이다.

"'무당 경제학'을 빨리 버려야 한다"

김 교수는 이날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 특별강연에서 "대공황 때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려 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 1회 라디오 방송 때는 모든 국민 다 모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자를 잘 살게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한다. 누가 라디오를 듣겠냐"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한다는 '무당경제학'(voodoo economics)를 빨리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래도 감세를 해야 하고 그래도 금산분리를 가속화 해야 한다"며 역주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날 김 교수는 "산업자본가가 산업의 혁신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 하지 않고, 금융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실업자가 증가하고, 평균적인 임금수준이 저하됐다"며 "이러한 산업공황이 해결돼야 금융위기는 해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에서는 금융의 문제점을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작금의 시도에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김 교수는 "7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은 참 웃기는 일"이라며 "현재의 금융위기는 구제 금융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가 올 때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부자가 된 금융엘리트를 위해 국민의 혈세로 구제 금융을 지원했다"며 "자본주의는 기생적·사기적·투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돈이 모여 있다가 거품이 터졌다"고 강조했다.

공황론과 역사성에 강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답게 김 교수는 IT거품의 붕괴를 그 예로 들었다. 그는 "1990년대 미국은 IT산업으로 큰 호황을 맞았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금융기관이 큰 손해를 봤다"면서 "FRB가 금리를 낮추고 싼 자금을 대규모로 이들 금융기관에 공급했다. 그 돈이 모두 IT산업으로 들어가 과잉생산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2001년 IT거품이 붕괴됐다"고 돌아봤다.

현 금융위기의 뿌리격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역시 IT거품 붕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 그는 "현재 이 거대한 은행 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들어갔다"며 "투기가 갈 때까지 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가니 돈 없는 사람도 원리금 못 갚는 사람도 장기대출을 받았다. 주택이 투기 상품이 됐다. 모기지 업체는 주택 저당권을 투자은행에 팔았고, 투자은행은 이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금융기관에 팔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주택에 대한 과잉투자는 금융기관의 파산·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것. 과잉생산이 공황을 낳듯이 과잉유동성이 문제를 촉발시켰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FRB가 이자율을 엄청나게 내리니 은행이 곡식, 금, 석유에 투기했고, 석유 값이 150달러까지 갔다"고 도 지적했다. 실물 경제와 괴리된 저금리 기조의 폐해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수출 강조→구매력 축소'의 악순환

김 교수의 대안은 단순하고 고전적이었다. 그의 답은 결국 생산력 강화로 귀결됐다. 김 교수는 "산업자본가가 산업의 혁신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금융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했기 떄문에 실업자가 증가하고 임금수준이 저하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국내 제조업을 살리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금융 불안에 항상 당할 수밖에 없고, 회복하는 데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경제는 개인의 빚으로 이뤄진 민간소비로 지탱됐다. 앞으로 빚으로 소비와 투자를 유지할 수 없다. 미국은 빈부 격차를 줄이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등 국내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실업자에게 실업 수당 주고 고용을 지켜줘야 모기지 대출 받은 사람들이 돈을 상환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해결책과 비슷한 맥락인 것.

김 교수는 한국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역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면서 "세계 경제가 이렇게 붕괴해 버리면 우리나라는 꼼짝 못한다, 소득 분배를 해서 서민·노동자·농민들의 구매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출을 위한 제품 가격 인하 → 임금 억제·비정규직 증가 → 구매력 축소 → 국내시장 축소로 인한 돌파구로 수출 선택'이라는 국민 고통의 악순환이 쳇바퀴처럼 끊임없이 돈다"고 일갈했다.

"가능한 것 부터 바꾸는 것이 '혁명적 실천'이다"

공황적 사태가 오면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항상 이행기 논쟁이 재개되곤 하는 것이 통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스웨덴의 복지국가처럼 평등주의·연대주의·평화주의로 국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그쪽으로 직통으로 갈 수 있겠냐"면서 "사교육 문제가 대표적인 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개인적으로 풀려고 한다. 평등주의, 사회화나 공유화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는 가능한 것부터 바꾸는 것은 혁명적 실천이라고 했다"면서 "나는 스웨덴 사민주의에 공감하는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단계론적 사고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인 것.

하지만 김 교수는 "1917년 소비에트 혁명 때도 '부르주아 혁명이 먼저다'는 단계론적 사고가 있었지만 짜르 체제와 담합하면 되는 부르주아들이 왜 혁명에 나서겠냐. 결국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도 기층 민중의 몫이었다"면서 '근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과잉생산의 문제는 몸이 커져서 옷을 갈아입어야 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자본가들은 옷을 갈아입는 대신 팔, 다리를 잘라내라고 한다"면서 "자본주의 이후로 이행하기 위한 (세계적) 경제적 기반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동의하게 만드냐가 문제다"고 말했다. 불평등이 문제지 생산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르크스주의자 답게 김 교수는 "역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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