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4개월이 채 못 돼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을 바꾼 이명박 대통령은 내주 중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단행된 수석 인사는 재산이나 출신지역 안배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획조정비서관, 민정1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등 노른자위 비서관 물망에 거명되는 인사들의 문제는 만만치 않다.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잠시 주춤한 이상득 의원의 '형님 파워'는 언제든 부활할 토대가 마련됐고, 강경 뉴라이트가 득세할 공산도 커 보인다.
건재한 '형님 파워'
먼저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정인철 전 선진국민연대 대변인이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네트워크팀장으로 사실상 이를 총괄한 인사는 바로 박 전 비서관이다. 이로 인해 정 전 대변인이 '이상득-박영준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정 전 대변인의 비서관 임명은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며 정두언 의원에 의해 '4인방' 중 하나로 지목된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은 민정1비서관 자리로 옮겨갈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에 임명된 정동기 전 대검차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차관, 대검차장을 지낸 '영입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 비서관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형님 파워'는 이번 인사에서도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연설기록비서관에 내정된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국제전략연구원(GSI)출신이다. 정 위원장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뉴라이트 프랜들리?
'뉴라이트 전진 배치'도 비서관 인선의 관전 포인트다. 시민사회비서관에는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 홍보기획비서관에는 이동호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의 기용이 확실시 된다.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뉴라이트 진영을 육성해 진보진영의 대항마로 삼자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위반으로 세 번이나 구속된 전력을 갖고 있는 홍 사무총장은 남한 학생운동 역사상 최초의 비합법 주사파 조직인 서울대 구국학생연합의 핵심 멤버였다.
하지만 돌연 전향한 그는 뉴라이트 진영 내에서도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한 일간지에 <좌편향 교과서 반드시 수정해야> 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그는 '친일인명사전'을 다룬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친일인사들을 옹호하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내내 각종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 정권은 북한인권문제는 외면하고 김정일 정권 유지에 목을 걸고 있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홍보기획비서관에 유력한 이동호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도 홍 사무총장 못지 않은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85학번으로 전대협 연대사업국장을 지낸 바 있는 이 전 조직위원장은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을 지내며 '북한 인권' 운동에 매진한 인물이다.
그는 북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애국운동세력은 좌파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처럼 친북주사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친북주사파에 대한 실질적인 공격에 나서야 한다"면서 "남한의 학생운동과 좌파운동을 지도하는 세력은 김정일 정권이다. 애국운동진영은 남한의 좌파를 성장시킨 배후(김정일)를 찾아 집중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조직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서대문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성헌 의원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난 총선 직전 뉴라이트 진영의 한 인사는 "우리가 아직 여러 자리에 포진을 못하고 있는데 외곽에선 거버넌스의 한 축이 될 것이며 2년 후 지방선거 즈음해서는 국정 전면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인사는 "국정1기는 아무래도 '공신'들이 참여하고 2기 쯤 해서 우리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상사태'에서 이들이 조기 전면 배치되고 있는 것.
하지만 '좌파 박멸'을 소신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과연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홍보기획'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이 앞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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