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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요지부동', 참모들은 '일괄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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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요지부동', 참모들은 '일괄사의'?

청와대發 '사표쇼'…MB 변화 없어 오히려 '역풍' 일 듯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록한 청와대 수석들이 6일 오후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일괄사의를 표명했다. '쇠고기 파동'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그리게 됐으나 그것이 수습 국면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론'이 요지부동인 데다, 참모들의 사의표명 자체도 부분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장의 문제를 봉합하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역풍이 불 공산이 커 보인다.

변하지 않는 대통령 "재협상은 없다"

청와대 참모들의 일괄 사의표명은 사태 수습을 위한 정권 차원의 노림수로 읽힌다. 한승수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시국토론회에서 "쇄신은 대통령께서 하는 것이지만, 총리로선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 치의 변화도 없는 이 대통령의 강경론은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사의'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오히려 불러일으키고 있다.
▲ ⓒ뉴시스

이 대통령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한미 양국의 '민간'에 맡기겠다는 대책을 "사실상의 재협상"이라면서 한치의 굽힘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불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지금 우리 정부의 대책이) 재협상이나 다름 없다"며 "통상국가인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 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고 '재협상 불가론'을 재차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위기를 모면하려고 재협상을 약속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올지도 모른다"며 "그럴 경우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가 주로 수출하려고 하는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나오는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야당도 내부에선 반으로 나뉜 것 같다"며 "이런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단지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과의 인터뷰에선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면서 "1~2년 내에 진전을 보게 된다면 그 지지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짐짓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나온 청와대 수석들의 사의 표명은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사표가 모두 수리된다고 해서 이 대통령이 재협상에 착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극히 낮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목소리에서도 '청와대 수석'을 자르라는 요구는 없다. 오로지 이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기반한 재협상 선언만을 요구할 뿐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민주당은 당장 "쇠고기 재협상 없는 인적 쇄신은 국면전환용 깜짝쇼"라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노동당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즉각 장관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분수리' 가능성 높아…오히려 '역풍' 우려

게다가 일괄사의 자체도 '부분수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진의 일괄사의 표명 소식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앞으로 심사숙고해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선별 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오히려 만만치 않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국무위원의 경우에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비롯해 장관 3~4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재협상은 커녕 국정시스템 개편과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생색만 내고 원위치로 돌아가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재협상 불가'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참모들의 일괄사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아직도 대국민 쇼와 다름없는 정치기술로 국면에 대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정성도 없고, 사태의 본질적 해결과도 동떨어진 청와대 수석들의 사의 표명은 성난 민심에 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점점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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