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는 지난 달 각 부처에 내려 보낸 공문을 통해 "특강은 국정철학과 국정운영의 방향, 국정과제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으로 장·차관, 고위공무원 등 내부강사 또는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강사 풀을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정책자문단, 뉴라이트, 한나라 공천 신청자…
행안부가 마련한 '강사 풀'에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 등과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 등 모두 28명이 포함됐다. 강사들의 명단은 청와대의 추천을 받아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현 교수는 지난 해 한나라당 경선 이전부터 이 대통령의 자문교수단으로 활동했던 인사다. 뉴라이트 재단 상임이사,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 집행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김태준 교수 역시 이 대통령의 규제개혁 공약마련 작업에 참여하는 등 이 대통령과 연줄이 깊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인천 서·강화을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하기도 한 '폴리페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인 박진근 교수 역시 '개국공신'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 백승관 홍익대 교수, 채희율 경기대 교수, 강정애 숙명여대 교수 등 이 대통령의 정책자문단 출신 인사들도 '강사 풀'에 포함됐다.
각 부처에서는 이들 강사단을 부처로 초청해 여는 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에서는 지난 달 박진근 교수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국가발전 전략 체계'를 주제로 한 직원교육을 열었다.
농청진흥청과 대전병무청에선 윤창현 교수가, 대전시에선 청주대 이재록 교수가 각각 강연을 맡았다. 전북병무청 역시 행안부 '강사 풀'에 포함된 이종문 전북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열었다.
행안부 '강사 풀' 외에도 청와대 비서관이 직접 강연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달 김태호 대외전략비서관이 통일부 5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교육을 실시했던 것.
'이명박 어록' 동영상 시청…일부 부처에선 "불참하면 불이익" 엄포
일부 부처에서는 이러한 특강에 불참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천명해 눈총을 샀다.
국립경찰병원(원장 서동엽)은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를 초청해 가졌던 '이명박 정부 국정철학과 공직자의 자세' 강연 비디오를 지난 9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틀었다. 그러면서 경찰병원 측은 "정당한 사유 없이 비디오 상영에 불참하면 1차 주의, 2차 경고, 3차 불이익에 처한다"고 공지했다.
특히 이러한 특강에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과 각종 발언 등을 편집한 50분 가량의 '동영상 시청'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특강에서 동영상을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고, 개별적으로 돌려보라며 동영상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대통령 어록'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뿌리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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