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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상'에 미국산 쇠고기만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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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상'에 미국산 쇠고기만 '덩그러니'

한미정상회담, 성과는 '추상적'…한계는 '뚜렷'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19일로 모두 마무리됐다. 한미동맹을 '21세기 새로운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며 시작된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것이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등 한국이 내 준 것은 뚜렷한 반면, 받은 것은 미미하거나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였다는 얘기다.

쇠고기 포기하면서 얻은 것은 'FTA 비준 원칙론'

청와대 측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대목은 양국 정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는 점이다.
▲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탄 채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까지 청와대는 "FTA와 쇠고기 협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쇠고기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시점에 미국 현지에서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이 사라졌다"며 두 사안의 연관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정상회담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에 감사드린다"며 직접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한미 FTA의 공은 이미 양국 의회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이 "의회 비준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원칙론을 되풀이한 게 과연 쇠고기 문제에 '화끈한 양보'까지 감수하면서 집착했어야 할 '성과'였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미국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FTA 비준 문제를 논의하긴 했었다. 하지만 미 의회 관계자들은 FTA 비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마당에 대통령들끼리 FTA 비준에 노력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FTA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동어반복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착시'에 가까운 비자면제 합의…방위비 부담확대 우려도

청와대는 미국과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한국의 대외군사판매(FMS) 지위를 격상과 나토 등 다른 동맹국과 같은 기술접근권을 얻어낸 대목도 성과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이 역시 일종의 '착시현상'에 가깝다. 미국과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 해 11월 한미 양국의 외교부가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하면서 사실상 양해각서(MOU) 체결만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비자면제를 통해 한미관계가 더욱 가까워진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 비자면제를 바랐던 쪽은 한국인들이 대거 미국을 방문하면서 이득을 보는 미 재계라는 점에서도 착시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절차와 범위에 대한 대외군사판매(FMS) 지위가 격상된 대목 역시 이미 미 의회에 지난 해 7월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게다가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역시 지난 해 11월 열린 한국과의 제39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법안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이 현재 규모의 주한미군 전력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제도를 개선키로 한 것 역시 향후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우리 측의 부담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해 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원칙적인 수준의 언급이기는 하지만 양국 정상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이 세계의 안전과 평화에 긴요하다"며 "대테러 국제연대와 PKO활동 등 범세계적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에서도 한국군의 추가 파병과 관련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 속에서 11억8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대목과 부시 대통령의 '7월 답방' 약속을 받아낸 대목이 구체적 성과라면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에 울려퍼진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발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중 각종 '친기업 메시지'를 쏟아냈다. 미국 시간으로 16일 열린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는 그 중심이었다.

"저는 확고한 비전과 경험, 그리고 강한 실천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라며 말문을 연 이 대통령은 "모두 한국에 적극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 제가 너무 기업친화적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으나 동의할 수 없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기업친화적으로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역시 '친기업 메시지'는 빠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를 만들려고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하는 분들이 기업 마음대로 하고, 외국인들이 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친밀감' 드러냈지만…
▲ ⓒ청와대

물론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의 관계자들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주저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골프 카트' 운전석을 양보하는 등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낸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별명이 불도저라고 한다. 나는 이 분의 정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직전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지금껏 직접 만난 적은 한 차례도 없지만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두 대통령은 '신실한 기독교에 대한 믿음', '인권에 대한 깊은 사려',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봉' 등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현대그룹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뒤 정치권에 입문한 '자수성가형 비즈니스맨'이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부시 대통령 역시 텍사스 주지사를 역임하는 등 지방정부의 지도자를 거쳤다"고 말했다.

양국의 관계를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시킨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나는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저는 이 회담이 우리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했다고 확신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서화된 '선언'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통한 언급에 그쳤다는 점에서 "쇠고기 협상 등을 미국에 양보한 것에 비하면 얻은 것은 추상적 명분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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