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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에이스 카드'의 악전고투, 덕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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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에이스 카드'의 악전고투, 덕양갑

'심상정 고공전' vs '손범규 지상전'

울산이나 창원 같은 이른바 '영남 진보 벨트'가 아닌 수도권 지역구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을까? 진보신당은 노회찬 후보가 출마하는 서울 노원병과 심상정 후보가 출마하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선이 열흘 남은 현재까지 여론조사 상으로 보면 노회찬 후보가 한 발 앞서 있다. 오차범위 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헤럴드미디어 회장 출신 홍정욱 후보를 리드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와 격차를 좁히고 있지만 아직도 오차 범위 바깥이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조건. 심상정은 생환할 수 있을까?

"나는 좋은데 부모님은 모르겠다"

지난 30일 진보신당은 경기 덕양갑에서 총력전을 폈다. 김석준 당대표와 이덕우 당대표는 물론이고 피우진, 유의선 등 여성 비례대표 후보들이 모두 덕양갑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진보신당의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김부선 씨, '심상정의 광팬'을 자처하는 영화배우 문소리 씨도 반나절 동안 심 후보를 수행하며 표몰이에 나섰다.
▲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이어 지난 29일 덕양갑을 찾은 문소리씨는 '날씨 좋은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프레시안

이날 심 후보와 문소리 씨가 화정역 주위의 대형할인마트를 헤집는 동안 주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좋은 편이었다. '문소리 실물이 훨씬 예쁘다' '심상정이 그렇게 똑똑하고 야물딱지다며'라는 소리들이 들려왔고 서로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유모차를 끌고 쇼핑을 나온 30대 젊은 부부들의 반응은 특히 좋았다.

하지만 "진보신당 창당에 찬성하는 심상정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그런데 나는 덕양을에 살고 부모님이 덕양갑에 계시는데 아마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노당에서도 우리 동네 나왔네"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하지만 이 지역에 민노당 후보는 출마하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까닭인지 조용히 명함을 돌리던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는 "저런 식으로 연예인들 데리고 떠들썩하게 다녀봤자 바닥 민심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별로 걱정되는 것도 없다"고 짐짓 여유있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바람이 불까?

17대 때 이 지역에서 출마했다가 유시민 의원에게 밀린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는 지역에서 나름의 세를 갖춘 인물이다. 지역 내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주민들은 그를 잘 몰랐지만 중노년층에선 '손범규 변호사'는 꽤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40대 초반에 깔끔한 외모를 갖춘 손 후보에 대한 이미지도 괜찮았다.
▲ 손범규 후보는 차분한 선거운동에 주력하고 있었다ⓒ프레시안

하지만 손 후보 역시 수도권 한나라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직면해있었다. 지난 주말 손 후보가 돌리는 명함에는 이명박, MB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손 후보가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탓도 있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자장에서 덕양갑도 예외지역은 아니라는 것. 모두가 그렇겠지만 손 후보도 약점과 강점이 교차한다는 이야기다.

지하철 역 입구에서 명함을 열심히 돌리던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분명히 높다"면서 "바람만 불어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승배 씨는 "아직 바람이 거세진 않은 것 같다.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바람 선거가 어려운 것은 이 지역의 특성 탓이다. 일산과 서울 사이에 있는 덕양갑은 서울로 출퇴근 하는 주민들과 '원주민'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이다.

직장이 있는 서울에 대한 기반의식과 발전 정도가 훨씬 높은 일산에 대한 피해 의식과 원주민의 텃세 의식이 묘하게 혼재되어 있는 탓에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맞춤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 후보의 경우 명함만 '어르신용', '직장인용' 등 다섯 가지를 마련해놓고 있었지만 원주민 지역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은 눈치였다.

교육정책 대결

전국의 모든 선거구처럼 이 지역의 주요 쟁점도 교육 문제였다. 손 후보나 심 후보 모두 '교육 특구'를 주장했지만 그 내용은 많이 달랐다.

손 후보는 덕양 지역을 전국 최고 학군을 가진 '교육특별구'로 만들겠다는 비전 하에 외국대학 분교와 자립형사립고, 과학고 유치에 힘을 쏟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의 기조에 충실한 약속이다.

반면 심 후보는 덕양구를 '공교육 혁신특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짜놓았다. 자율형 공립학교를 근간으로 하는 일반계 고교의 혁신, 교육프로그램의 계발 등이 심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교육자치재정을 바탕으로 매칭펀드를 통해 국고 보조도 받아 내 교과과정 등에 자율성을 갖춘 자율형 공립학교를 건설, 학력 상향평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심 후보 측의 복안이다.

이처럼 교육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과학탐구 영역 스타강사로 널리 알려진 이범 씨가 "심상정의 교육정책을 지지한다"며 선거 운동 합류를 선언한 것은 심 후보 측엔 천군만마로 다가오고 있다.

이범 씨는 아예 "심상정 후보가 당선되면 고양 덕양지역의 고등학교에 '방과후학교' 강사로 참여하여 학생들을 직접 책임지고 가르칠 것을 약속한다"면서 "덕양지역 중고등학교가 '핀란드형 자율학교'로 전환되면, 그 학교에서 직접 교사로 일하며 새로운 공교육 모델을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을 약속한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씨는 오는 2일부터 심 후보의 선거운동에 결합할 예정이다.

어떤 성적표 받을까

심 후보는 후보의 면면이나 선거운동원 규모, 후원 그룹 등 무엇 하나 다른 후보들에게 빠지는 데가 없어 보였다. 통합민주당 한평석 후보는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했다. 옆 지역구의 민주당 현역의원인 최성 의원은 한 후보가 아닌 심 후보와 기자회견을 함께 열기도 했다. 하지만 표심은 눈에 보이는 요인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의 면면을 보고 "대단하구나"라고 갈채를 보내고 있을지 "왜 동네 시끄럽게 하냐"는 불만을 품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당락을 떠나 이번 선거 운동은 정치인 심상정을 한 뼘 더 성장시킬 것 같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거치며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모두 치른 베테랑 참모는 "지역에서 이렇게 선거를 해보니 그동안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책이든, 주민들에 다가가는 방법이든 확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민노당 이름으로 치렀던 과거의 어느 선거도 쉬운 적이 없었지만 공중전과 지상전의 차이, 그리고 당선보다는 이슈파이팅에 주력했던 선거와 당선을 위한 선거가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아흐레 후면 진보신당과 심상정은 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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