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항만공사에서 열린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가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국가적 큰 과제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강행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 되겠다'가 아니라 '검토해 보자'고 하라"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대운하 사업의 주무부처가 될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확고한 어조로 '물류 경쟁력의 강화', '긍정적 사고', '국토의 개조'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옛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기능이 통합돼 국토해양부가 신설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것은 육상과 해상과 항공에서 시스템적으로 물류를 경쟁력 있게 만들겠다고 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해상과 육상, 항공이 아주 철저한 '시스템적 네트워킹'을 해서 세계에서 물류비가 가장 비싼 나라 중의 하나인 대한민국의 뮬류비를 줄이는 게 국토해양부가 해야 할 책임"이라면서 "철저하게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예사롭게 '아, 이거 안 되겠습니다'하는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절망적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 "같은 이야기라면 '검토해 봅시다'라고 하는 것이지, 하다가 안 되는 것은 안 되더라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게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반도 대운하,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등 논란이 뜨거운 정책현안을 총선 이슈에서 숨겨두려는 한나라당의 기류와 크게 엇갈린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같은 날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 때는 하나의 큰 공약으로서 밀고 나갔지만 이제 국민들 중에 상당수가,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라고 하니 과연 이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국가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느냐를 다시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해서 하겠다"며 "(대운하 사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공약을 하면 무조건 다 해야 하나, 대운하만 보고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며 "당이라는 것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하다보면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수정도 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말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가 제외된 것에 대해 강 대표는 "토목공사의 공기를 정해놓고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뺀 것이지 정략적으로 쟁점화되니 뺀 것은 아니다"며 "당의 기본 입장은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다시 구체적으로 (공약을) 검토해봐라 하면 당도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공사-토지공사 역할 다시 검토할 필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우리 공공기관도 민간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공사나 토지공사의 역할도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정부조직이 민간과 경쟁하며 정부조직이 유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경쟁을 하면 정부조직이 과연 올바로 가는 것이냐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부조직이 국책사업으로 해외진출은 모르지만 순수한 민간기업 하듯 어디 가서 공사 따러 다니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요즘 아파트가 미분양돼 어려워지고 있는데, 참 심각한 문제"라면서 "지방의 모든 주택사업이 중지되면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이 온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 있는 건축사업들이 지금 굉장히 침체 일로에 있는데 어쩌면 주택정책의 실패가 아니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집 없는 사람에게 적은 평수의 집이라도 지어 공급해 주는 것"이라면서 "민간기업의 영역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는 복지적 측면이 감안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토해양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토해양부는 택지비를 20%가량 내려 분양가를 추가로 10%인하하는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신혼부부 집한채' 공약과 관련해 결혼 후 5년 내 출산(3년 내 1순위)한 부부에 대해 연 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마련됐다.
애초 혜택의 조건이었던 결혼여성의 나이(만34세 미만)는 고려치 않기로 했다. 그러나 '5년 내 출산'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 공급물량이 공약이었던 12만 호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점을 두고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게다가 부양가족이 많을 수록 유리한 기존의 청약가점제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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