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 씨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이 주가조작, 횡령 등의 과정에 이명박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당 서혜석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BBK 사건의 본질은 돈세탁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자료와 정황을 볼 때 이명박 후보가 주도했거나 적어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횡령한 384억 원 중 54억 원이 이명박 후보와 김 씨가 함께 설립한 LKe뱅크로 입금됐고, 이 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것이 이 후보의 측근 인사인 이진영 씨라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당시의 입금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계좌는 김경준 씨가 관리하던 것이며 이 후보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이날 당시의 입금확인서를 제시하면서 "이 계좌가 만들어진 2001년 3월 이명박 후보는 LKe뱅크의 대표이사였다"면서 "또 2002년 8월 이 계좌로 MAF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이용된 역외펀드) 투자를 승인한 이 후보는 이 계좌를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특히 이 계좌의 마지막 거래일은 김경준 씨가 미국에서 체포돼 구속된 이후인 2004년까지"라면서 "이 후보 측의 해명대로 김 씨의 단독범행이라면 2003년 미국에서 구속된 김경준이 계속해서 이 통장을 사용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게다가 BBK의 전용상품이었던 MAF의 판매를 LKe뱅크가 판매했다는 것은 LKe뱅크와 BBK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정황상 이 계좌를 누가 관리했는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서 의원은 "이 후보의 대학 동문인 조 모 씨가 회장으로 있던 오리엔스캐피탈은 옵셔널벤처스로부터 104억 원을 송금 받은 직후 청산됐으며, 이후 조 씨는 자본금 100억 원의 팬아시아캐피탈을 설립했다가 두 차례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5억 원으로 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순간에 85억 원이 날아갔다. 이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LKe뱅크로부터 자금 송금→회사 청산→새로운 회사 설립→감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실질적인 '돈 세탁'이며, 이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부실수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80여 개의 관련 계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54억 원이 입금됐던 LKe뱅크 계좌만 빠져 있다"면서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한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한나라 "나쁜 사람과 같이 밥 먹었다고 나쁜 사람이냐"
반면 한나라당은 "한 마디로 억지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 나경원 대변인은 "LKe뱅크 계좌에 입금된 54억 원은 그날 바로 전액이 출금됐다"면서 "이 계좌는 김경준이 돈세탁을 위해 일시로 이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나 대변인은 "이는 김대중 정부시절 이미 금감원과 검찰 조사를 통해 끝난 사안"이라면서 "서 의원은 이 후보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전략팀장 고승덕 변호사는 "이명박 후보는 결과적으로 김경준 BBK 전 대표에게 속은 것"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고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는 경제 전문가이지 금융 전문가는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누구도 (김경준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나쁜 사람과 밥을 먹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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