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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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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고 싶으시다면…

[지방의회 돋보기] 공무원 노조를 허(許)하라

"공무원이 일은 안 하고 보기싫게 저게 뭐하는 짓이야? 황 의원이 어떻게 좀 해 봐요!"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민원(?) 중 하나다. 과천시청 현관 앞에에 과천시 공무원노조가 약 270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그 울분의 기억

작년 9월 전국적으로 공무원노조 사무실에 대한 강제 폐쇄조치가 단행됐던 일을 복기해 보자. 물론 과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에 사무실 폐쇄를 집행하겠다는 이야기와 달리 오전 11시쯤 총무과 직원들을 앞세워 전경들이 밀려들어 왔다. 필자는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다 말고 특위실을 뛰쳐나와 함께 농성을 진행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 후 학교 등 다양한 지역 내 활동을 벌여 온 과천 공무원노조를 지켜주겠다고 달려 온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옆 사무실의 벽을 뚫고 진입하는 공권력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사무실은 박살이 났다. 18명이 한 명씩 개처럼 끌려서 연행됐다. 이 중에는 필자의 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과천시위원회 최현 정책국장과 임명현 사무국장을 비롯한 3명의 당원과 시민들도 있었다. 경찰은 시의원은 연행해봐야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결국 필자는 쓰러져 오열하는 한 여성조합원과 함께 뒤에 남겨졌다.

한 명의 공무원이 '폐쇄적 관료'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좋든 싫든 시의원이 된 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공무원'들이다.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일단 입안된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것도 결국 공무원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과장을 압도해 놓아도, 그를 진심으로 설득하지 않으면 일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변화에 대한 보수성, 경직된 관료성으로 상징된다. 어느 나라의 공무원이나 기존의 관례에 대한 경직성은 어쩔 수 없겠지만, 발 빠른 적응력이 곧 선인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은 '참을 수 없는 것'에 가깝다.

그에 따라 BSC(균형성과관리)니, 공무원 직능 평가니, 혁신이니 하는 수많은 정부의 개혁 방침이 입안되고 있다. 그러나 말단 지자체의 업무를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을 하는 필자가 보기에 이런 경쟁과 협박에 의한, 다시 말해 위로부터의 혁신방안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본다. 공무원 사회의 개혁은 아래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과 보수성은 실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이 오랜 기간의 공무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다. 선거 등에 의해 상급자가 계속 바뀌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주민들로부터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깨지는 경험들이 축적되게 되면, 아무리 창의력 있고 소신있던 공무원들이라도 움츠러들고 관료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성격상 안정적인 성격의 직원들이 채용되기 쉽지만, 젊은 하급 공무원들은 사실 별로 경직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들은 실권이 없을 뿐이다.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잘못된 관행들과 불합리한 절차, 현재 정책의 문제와 장점들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견고한 공무원 조직에서 현장 공무원들의 문제제기는 간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라는 벽에 가로막힌다. 그리고 서서히 이들도 고질적인 이 '보신주의'에 젖어 간다.

이 악순환을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무원 노조뿐이다.

공무원 노조가 생기기 전, 그러니까 불과 7~8년 전만 하더라도 과천시 공무원들은 상급자의 명에 의해 옥상에 줄줄이 서서 정강이를 채이곤 했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과거를 다 잊었는지 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이 너무 줄었다며 푸념을 하는 노조간부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런 공무원 사회를 바꾸어 놓은 것은 공무원 노조의 힘이다.

필자 역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고,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공무원 노조의 조합원들이었다. 그들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들까지 제안해 왔다. 그것은 물론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노조라는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무원이 무슨 노조냐"고 비판하기 전에…

정부는 단체협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공무원 노조 법안을 만들어 놓고 그 법에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고, 손과 발을 묶어놓고 내부분열을 획책한다. 노동조합을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론도 좋지 않다. '법대로'에 약한 공무원의 습성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이래저래 공무원 노조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가 어려워지면 공직사회의 개혁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과천시장은 사무실을 원상복구하라는 요구와, 노조의 농성장을 치워 달라는 상반된 요구 가운데 끼어 있는 셈이다.

시장은 "노조가 법 내로 들어와야 일이 풀린다"고 말한다. 노조 사무실 폐쇄와 대화단절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운' 시장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노동3권 보장에 기반한 공무원 노조의 완전한 인정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무슨 노조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주위에 많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공무원들에게 불만이 매우 많다. '관료적', '무능력', 복지부동' 등의 수사도 항상 따라 붙는다. 시민을 무시한다는 분통도 접하게 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진정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원한다면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고 지지하라"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최선이다. 아니,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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