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타결 직후인 지난 3일 정부 부처 장차관, 청와대 수석・보좌관, 국정과제위원회 위원 등 정부 고위급 인사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샵에서 중도 퇴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5일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중도 퇴장이 아니라 마무리 멘트와 토론을 함께 할 형편이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나가고 참석인사들끼리 토론은 계속 진행됐다"고만 말했다.
대통령 떠나고 장관들끼리 남아서 '나머지 공부'
당시 워크샵은 노 대통령의 모두발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결과 발제, 각 부처의 대책 보고 순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보고 미숙을 지적하며 격노한 것.
결국 청와대는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던 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부처에 대해서만 말씀을 많이 하셨고 국민들 상대의 이야기가 별로 없어 전달할 게 없다"고만 말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의 예상피해와 대책 보고에 대해 특히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관들은 심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는 것.
윤승용 수석은 '대통령이 중간에 나간 게 맞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회의를 이끌며 중간에 말씀을 하시다 보니 막상 마무리 멘트를 할 형편이 아니었다"며 "그러다 당초 예정된 시간이 다 지나서 대통령께서 '나는 알았으니 필요하면 더 토론하든지 하라'며 자리를 일어나셨다"고 답했다.
윤 수석은 "남은 분들은 30분 쯤 이야기를 더 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중간에 나갔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처 장관들한테 화가 많이 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화가 난 것은 아니고…"라면서도 "같은 피해대책이라도 카피를 잘 뽑은 대책과 그냥 대책을 나열한 것은 다른데, 그런 부분에 대해 수요자 관점, 피해자 관점의 안목이 부족한 부분을 언급했다"고 답했다.
'보고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는 질문에 대해 윤 수석은 "업데이트를 하라고 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노 대통령, 왜 화냈을까?
당시 노 대통령은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분위기가 계속 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날 격노가 '피해 대책마련의 불철저'에 대한 방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김성진 장관이 '명태하고 민어를 잡는 어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하자 노 대통령은 '피해 어민의 숫자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다시 '700명 가량 된다'고 답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700명의 어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두고 어떻게 FTA로 어민들의 피해가 엄청나다는 식으로 보고할 수 있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비슷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피해대책이 부실하다고 화를 낸 것이 아니라 피해를 부풀린다고 화를 냈던 것으로 이해된다. 향후 정부의 한미FTA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마련의 방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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