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서민과 중산층의 삶에 큰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한미 FTA 졸속협상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결연한 각오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지금까지 협상 상황을 보면 우리는 내 주기만 하고 얻은 것은 없다"면서 "우리 협상단의 능력이 비춰 앞으로 남은 며칠 동안 협상을 통해 물길을 돌릴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 의원은 "'투자자-국가 중재 제도(ISD)'는 미국의 투자자는 물론이고 투기꾼에게까지 입법, 사법, 행정 전반에 걸쳐 국권을 내 줄 위험이 있다"면서 "그러면 정부의 공공정책권이 심각하게 제약당해 서민을 위한 양극화 해소나 복지정책 등도 우리 정부의 뜻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ISD란 협정 당사국 중 한 국가의 투자자가 상대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손실을 봤다고 판단할 경우 그 상대국을 대상으로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
그는 "무역구제분야, 자동차, 섬유 등도 일방적 퍼주기로 끝날 우려가 높다"며 "또 광우병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와 농산물이 들어오고, 약값이 인상돼 우리 국민의 생존과 건강이 커다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협상내용을 종합해 볼 때 '잘해도 손해이고 못하면 더 큰 손해'로 끝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면서 "한미 FTA 협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협상을 중단하고 더 철저한 준비와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만이 국익과 민생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민생정치모임의 정성호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열린우리당 내부에 있었을 때는 정부의 잘못에 대해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번 단식농성은 천 의원 본인이 열린우리당 탈당 이후 계속 고민해 왔던 것"이라면서 "한미 FTA는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정문 유리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회견을 위해 마련한 테이블을 철수한 뒤 곧바로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붙여 만든 자리를 깔고 농성을 시작했다.
김근태도 단식 고려 중
천 의원과는 별도로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도 27일 단식 농성을 적극 추진 중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 측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7일 오전 열린우리당 내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과 '한미 FTA 체결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는 평소 한미 FTA에 비판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단식을 포함 국회 내에서 할 수 있는 공동 행동의 방침이 논의되는 자리여서 경우에 따라선 한미 FTA 반대 단식 농성이 집단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전 의장 측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단식까지 포함한 행동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라며 "단식과 관련해선 김 전 의장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문학진, 우원식, 유승희, 채수찬, 홍미영, 이원영, 지병문, 김우남, 선병렬, 이목희, 노영민, 지병문, 이상민, 최규성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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