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독일의 연정에서 힌트를 얻어 대연정을 제안했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야 대권주자들이 앞 다퉈 독일을 벤치마킹하는 등 우리 정치판의 '독일 배우기'가 한참인 상황이라 이번 심포지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우리당 사수-통합신당 논쟁에서 잘 나타나듯 민주적 정당체제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정책이 아닌 인물 중심의 정당구조 등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당정치 선진국인 독일 사례는 적잖은 생각거리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우리나라 여야 정당의 정책연구소들이 '모범'으로 삼고 있는 아데나워 재단이 '정당재단'을 주제로 진행한다는 점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독 양국의 정당정치 전문가인 카르스텐 그라보프 박사와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인 신두철 박사가 두 나라의 정당재단의 역할에 대해 발제를 하고 여야 각당의 정당연구소 대표 격인 우리당 유재건 열린정책연구원장, 한나라당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 정치학 교수, 언론인들이 함께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심포지엄은 오는 18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서울 대우센터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다.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독일의 정당재단들 열린정책연구원, 여의도연구소, 진보정치연구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 등 여야 각 당의 전략과 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씽크탱크들이다. 일반인에게는 헤리티지 재단이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미국 공화·민주 양당의 씽크탱크들이 더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여야 정당들이 자신들의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독일의 정당재단들이다. 독일의 정당재단들은 엘리트들의 정책개발에 국한된 미국의 그것과 달리 당원교육과 일반시민에 대한 민주교육을 병행해 훨씬 국민 가까이에 있기 때문. 따라서 독일의 정당재단은 정당이 기금을 출연해 설립됐지만 상당액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파적 이해를 초월한 공익적 성격과 독립성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일반 시민들의 기부도 활발하다. 독일 기민당은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사회민주당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자유민주당은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기독사회당은 한스 자이델 재단, 녹색당은 하인리히 뵐 재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정당 간 이념적 정체성에 따라 에버트 재단은 노사관계, 나우만 재단은 지방자치, 자이델 재단은 통일과 평화문제, 뵐 재단은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아데나워 재단은 기민당의 정책 연구기능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을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독일 정당 재단들의 규모와 활동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하는 아데나워 재단의 경우 이미 지난 1978년에 서울지부를 설치했을 정도다. 아데나워 재단의 전 세계 분소는 90여 개로 웬만한 나라의 대사관 숫자에 맞먹을 정도다. 서울에는 아데나워 재단뿐 아니라 에버트 재단, 나우만 재단, 자이델 재단도 분소를 설치해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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