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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제도개선위에서 개선안 나올 수 없다"

개선위 위원 "정부가 국민 요구 피하기 위해 책임 전가"

정부가 11.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양원가 공개 확대,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 등 분양가 제도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맡긴다고 수 차례 강조함에 따라 이 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은 이 위원회에 대해 "정부가 부풀려서 설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서 분양제도 개선안 자체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위원회 참석 위원 "정부가 과장하고 있다"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1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는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서 분양가 제도 개선에 대해 연구하고 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정부가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분양제도 개선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제도개선 자체를 반대하는 건설업체 대표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제도개선 방안이 나온다고 (정부가) 말하는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자리는 분양가 제도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내놓는 자리일 뿐이지, 토론을 하고 의견을 수렴해 안을 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가 제도개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피하기 위해 이 위원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솔직히 안을 내놔라"
  
  이 위원은 "정부가 솔직히 지금이라도 자신의 안 혹은 건설교통부의 안을 내고 그 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도"라며 "정부는 자문위원회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 모든 결정권한이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최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사실을 지적하며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재경부 차관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이 위원회에서 어떤 다른 논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간아파트의 고분양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민간아파트의 분양가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차관은 '부동산 관계부처 대책회의'의 수장을 맡고 있다.
  
  회의도 지금까지 단 두 차례만 열려
  
  한편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현재까지 단 두 차례의 회의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출범식을 가지며 첫 회의를 가진 뒤 이날 오전에 두 번째 회의가 진행됐다. 또 이 두 차례의 회의에서 분양가 제도 개선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출범하는 날에 위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눈 것과 오늘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한 것이 지금까지 위원회가 한 일의 전부"라며 "오늘 회의에는 공동 위원장 중 한 명인 건교부 차관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일정상 빠진 일반 위원들도 있어 (전체 위원 20명 중) 15명 가량만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교부의 장우철 사무관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건교부 차관은 국회에 일정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그 대신 공동위원장 중 한 명인 다른 분이 회의를 주재했다"고 해명했다. 장 사무관은 또 "월 2회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위원들 사이에 회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앞으로는 회의를 조금 더 자주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회의 횟수에 대한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시간 벌기용'인가?
  
  이처럼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가 11.15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2월경 분양가 제도 개선과 관련된 정부안이 나온다"고 밝힌 것은 분양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내년 2월에 정부안을 내놓겠다는 것 자체가 분양가 제도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당정협의나 공청회 등의 일정을 생각하면 정부가 발표한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국회에 법안이 제출될 텐데 대선 국면에서 법안 통과가 되겠느냐"며 분양가 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도 "정부는 처음부터 분양가 제도 개선에는 의지가 없었다. 그럴싸한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행위는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며 "분양원가 공개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만 모양새가 우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우철 건교부 사무관은 "2월 쯤이면 위원회가 만든 분양가 제도 개선 '시안'이 나올 것"이라며 "이후 정부안을 수립한 다음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서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국회에 제도 개선안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건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장관 퇴임 이후 건교부는 뒤숭숭한 분위기인 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사실 개선방안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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